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지배자인 압둘라 왕세자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가 중단되지 않을 경우 아랍세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5일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회담을 가진 압둘라 왕세자는 완곡하게 “미국이 편향된 이스라엘 지지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아랍세계를 포함한 중동지역이 삼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압둘라 왕세자는 부시 대통령과 두시간 동안 회담한 직후 “백악관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군사적전을 저지하기 위해 더 이상의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중동지역에서 신뢰를 상실할 뿐만 아니라 중동지역의 불안정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압둘라 왕세자의 외교정책 자문관인 아델 알-주베이르(al-Jubeir)는 회담이 끝난 후 “샤론이 자신의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그는 중동지역 전체를 벼랑으로 내몰게 될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이해관계를 위해서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이해관계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석유를 무기로 삼지는 않겠다"**
그러나 알-주베이르는 압둘라 왕세자가 석유값 인상 등 석유정책 변화를 무기로 미국을 위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석유는 무기가 아니다”는 알-주베이르 외교정책 자문관은 25일 “석유는 탱크가 아니며 기름에 불을 붙일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25일자 뉴욕타임스는 지난 24일 압둘라 왕세자의 한 측근이 전화로 “사우디아라비아 왕실내에서 ‘석유무기’를 사용해 미국을 위협하자는 논의가 있었다”며 “또한 미군이 중동내 군사기지에서 철수하라고 요구하자는 말도 나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는 25일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었으나 9.11 사태의 비행기 납치범이 대부분 사우디아라비아인으로 밝혀진 이후 양국이 긴장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보도했다. BBC는 또 이번 회담과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 지도자들은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과 압둘라 왕세자의 정상회담은 예정된 한 시간을 훌쩍 넘겨 두 시간 동안 진행됐는데 두 사람은 별도로 단독회담을 갖기도 해 상당히 심도있는 대화가 오고갔음을 짐작케 했다.
***부시의 압둘라 환대, 취임 후 개인목장에 초대한 세번째 외빈**
25일 오후 기자회견을 가진 부시 대통령은 ‘사우디 왕세자와 튼튼한 개인적 유대관계를 맺었으며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친선관계를 확대시켰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이스라엘이 군이 서안지구와 팔레스타인 행정수도인 라말라와 베들레헴 등 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종래의 요구를 반복하며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도 더 이상의 테러를 막기 위한 보다 많은 노력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회담 이후 부시 대통령은 압둘라 왕세자를 자신의 픽업에 동승시켜 텍사스 목장을 드라이브 했으며 집으로 돌아와 소고기 안심과 감자샐러드 등으로 점심을 함께 해 친분을 과시했다. 부시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이후 자신의 목장에 외국 국가원수 들을 초대한 것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뿐이었다.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환대는 팔레스타인 사태 해결에 미국이 얼마나 전전긍긍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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