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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의 언론자유, 신문마다 보도 달라

'조중동'은 "위축됐다", 경향ㆍ한겨레 "아니다"

한국의 언론자유는 어떤 언론사가 보도하느냐에 달라지는 고무줄인가.

22일 전 세계 186개국을 대상으로 언론자유도를 조사해 발표한 프리덤하우스의 보고서를 인용한 언론들의 보도내용이 각사에 따라 다른 결과로 분석돼 독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사진>

프리덤하우스는 22일 '언론자유 연례 조사보고서(the Annual Survey of Press Freedom 2002)'를 통해 지난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86개국의 언론자유도를 발표했다. 세 가지 평가기준을 적용해 보도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과 규제를 0점에서 30점, 정치적 압력과 통제ㆍ폭력을 0점에서 30점, 그리고 경제적 압력과 통제를 0점에서 40점으로 측정한 이번 조사결과 한국은 언론자유국(Free)에 속하는 30점을 얻었다(점수가 낮을수록 언론자유도가 높다).

한국이 속한 언론자유 국가군은 2군으로 16점부터 30점을 받은 나라들인데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폴란드 체코 볼리비아 일본 등 33개국이 포함돼있다. 0점에서 15점을 받은 1군에는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속해 있다. 96점을 받은 북한은 언론자유가 없는 국가(Not Free)로 분류돼 중국 등과 함께 최하위인 6군에 포함됐다. 3군과 4군은 부분적 언론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국가들(Partly Free)로 31점에서 60점을 받은 인도 브라질 등이다.

지난해 평가에서 30점을 받은 한국은 보도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과 규제 부분에서 3점을 받아 2000년의 6점에 비해 언론자유도가 신장됐고, 정치적 압력과 통제 부분에서도 2000년도의 16점에서 지난해 11점을 받아 언론자유가 확장된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경제적 압력과 통제 부분에서는 2000년 5점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 16점을 얻어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인해 언론사가 받은 경제적 압력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적으로는 2000년 27점에서 지난해 30점을 받은 한국의 언론자유도가 약간 하락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법적, 정치적 압력은 줄어든 상태에서 탈세 추징금 부과로 인한 경영압박 때문에 언론자유도가 하락했다는 것은 세무조사가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던 보수언론들의 주장과는 분명히 다른 평가결과다. 탈세 때문에 경영압박이 발생했다는 것은 탈세를 저지른 언론사 스스로 책임져야 할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조중동' 보고서 내용중 부정적 평가만 부각**

프리덤하우스의 언론자유도 평가가 얼마나 정확한지는 사실 별개의 문제다. 그들의 평가를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그런데 이를 인용해 보도하는 한국 언론의 태도는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지난해 세무조사 과정에서 빚어진 정부와의 갈등으로 앙금이 남아있는 동아 조선 중앙 등 이른바 '빅3'가 보여주는 보도태도는 부정적 평가에 대한 부분발췌를 통해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긍정적인 면만을 부각시키려 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24일자 2면에 실린 조선일보의 관련기사 제목은 '"지난해 한국 언론자유 세무조사로 위협받아"- 미 프리덤하우스 보고서 '언론자유국'중 바닥권'이다. 연합뉴스를 인용한 조선일보 기사는 다음과 같은 리드로 시작된다.

"한국의 언론자유는 작년 한해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등으로 인해 2000년에 비해 훨씬 증가된 '경제적 압력'에 위협받았다고, 미국의 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가 22일 전 세계 186개국을 상대로 실시한 연례 '언론자유 보고서'에서 밝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리덤하우스 보고서 원문이나 연합뉴스에는 "훨씬 증가된 '경제적 압력'" 등의 표현은 없다.

중앙일보 역시 24일 2면 '한국 '언론자유국' 턱걸이'라는 관련기사에서 "한국이 '언론자유국가'에 가까스로 턱걸이했다"며 보고서 원문중 정치적 압력 감소 등 긍정적인 부분은 제외한 채 한국의 언론자유도가 떨어지게 된 탈세처벌 등 부정적인 내용만을 부각시켰다.

동아일보를 보자. 동아일보는 2면에 '"한국정부 지난해 세무조사로 언론 경제적 압력-통제 심해"'란 상자기사를 싣고 세무조사로 인해 경제적 압력과 통제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됐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나마 3개지 중에는 동아일보 보도가 보고서의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연합뉴스 기사를 받은 반면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연합뉴스 기사를 받지 않고 자사 기자 크레디트를 달아 관련기사를 처리했다.

***한국일보 가장 충실한 인용보도**

종합일간지중 비교적 객관적인 보도태도를 보인 곳은 한국일보로 10면 국제면에 '정치적 압력↓ 경제적 압력↑ 한국 언론자유 다소 악화'라는 제목으로 관련기사를 다뤘다. 한국일보는 연합뉴스 기사를 인용해 프리덤하우스가 보고서가 서문에서 밝힌 "총체적으로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 대한 보도 제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세계 언론자유에 큰 위축은 없었다"는 내용을 보도하며 보고서 내용을 자의로 왜곡하거나 발췌하지 않고 그대로 전달하는데 중점을 뒀다.

한편 대한매일은 24일자에서 관련기사를 다루지 않았으며 세계일보 등은 단신으로 간단하게 처리했다.

***경향ㆍ한겨레 "언론자유 위축안됐다" 긍정적 평가를 부각**

반면 경향신문 기사는 언론자유가 신장됐다는 쪽으로 제목을 뽑아 언론자유 위축에 방점을 찍고 있는 '조중동' 기사와는 완전히 다른 뉘앙스를 준다. 연합뉴스를 인용한 '한국, 지난해 언론자유 '신장''이란 24일자 경향신문 기사는 프리덤하우스 보고서가 밝힌 내용중 한국 언론자유의 신장쪽에 중점을 두고 경제적 압력과 통제 분야의 자유위축이 세무조사로 인한 결과라는 설명은 하지 않았다. 프리덤하우스의 평가방법이나 기준 자체가 모호할 수도 있으나 경향신문이 점수가 하락한 것(27점에서 30점으로)을 두고 '신장'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사실 자체가 왜곡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한겨레신문 또한 같은 날 2면 '프리덤하우스 "한국은 언론자유국"'이라는 제목을 뽑아 '조중동'과는 완연히 다른 시각에서 관련기사를 다뤘다. 연합뉴스를 인용한 한겨레 기사는 보고서 내용중 초반부의 한국 언론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주로 다뤘으며 기사 말미에 세무조사로 인해 경제적 압력과 통제 분야의 점수가 하락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조중동'이 언론자유가 위축됐다는 쪽을 부각시키며 긍정적인 평가를 외면하고 있다면 경향과 한겨레는 언론자유가 위축되지 않았다는 점을 더 강조하며 부정적인 부분은 상대적으로 축소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독자가 원문 찾아 신문보도의 진실을 파헤쳐야 하나**

진실과 사실보도를 생명으로 한다는 언론보도가 이 지경이니 누구 말이 옳고 객관적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독자들 스스로가 자료원문을 찾아 번역해야 할 판이다. 신문사의 논조나 지향점에 따라 보도방향에 일부 차이가 날 수는 있겠지만 긍정적ㆍ부정적 팩트 자체는 충실히 균형있게 전달해야 독자가 잘잘못을 가릴 수 있음에도 신문사가 미리 독자에게 전달할 정보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의 균형있는 정보전달이 이뤄져야 정론지의 그림자라도 밟을 수 있지 않을까.

다음은 22일 발표된 프리덤하우스 보고서의 한국관련 부분 전문 번역이다.

한국의 신문 방송 매체들은 정부 정책과 관리들에 대해 혹독한 비판보도를 포함해 왕성하고 독립적인 기사들을 제공하고 있다. 일부 기사의 경우 정치가나 기업인들이, 비판적이나 정확한 기사들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법을 이용하며 위협하고 있다고 언론인들은 말한다. 법원은 때때로 형사상 명예훼손법을 적용해 언론인을 구속하기도 한다.

신문사들은 사적으로 소유돼 있으며 재계의 실질적인 이해와 연관돼있다. 대부분의 지상파방송들은 국가지원을 받고 있으나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런던에서 발행하는 이코노미스트는 703명의 언론인이 참여한 설문조사를 인용해 5분의 1정도가 취재원으로부터 촌지를 받고 있다고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가장 논란이 됐던 조치는 국세청이 23개 언론사에 대해 탈세혐의로 3억9천만 달러(약 5천6백억원)를 부과한 것이다. 국세청은 5명의 언론사 간부에 대해 형사소송을 제기했으며 가장 큰 신문사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발행인들을 수주간(many weeks) 구속했다. 야당과 일부 국제 언론자유단체들은 김대중 정부가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상기한 신문들은 김 대통령의 경제개혁과 대북 포용정책에 비판적인 보도를 해왔다.

(반면) 여론조사에서 많은 시민단체와 시민의 과반수(majority)는 이 사안을 탈세에 대해 적절하게 처벌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사상 기소와 추가적인 위협은 일부 보도를 억제시키거나 영향을 주고 언론의 신뢰성을 감소시킴으로써 주류 언론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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