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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압력만으론 북 조기핵사찰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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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 압력만으론 북 조기핵사찰 불가능

<전문가 분석>전력지원 등 반대급부 줘야

미 부시행정부는 최근 북한의 핵동결 준수에 대한 미 행정부 차원의 보증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이전 클린턴행정부의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클린턴행정부는 94년 제네바 북미합의 이후 매년 의회에 대해 '북한이 핵동결을 준수하고 있다'고 보증해 왔으며 미 의회는 이를 근거로 북한에 대한 중유공급(매년 50만t) 예산을 승인해 왔다.

부시행정부는 보증 유보에도 불구하고 중유 공급은 계속하겠다고 밝혀 이번 결정이 곧바로 북미간 위기사태로 발전되는 사태는 피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북한에 대한 압박용인 것만은 분명하다. 부시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조기 핵사찰 수용을 압박하는 동시에, 만에 하나 북미합의가 파기될 경우 그 책임을 북한측에 돌리기 위한 명분쌓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국내의 한 핵공학 전문가는 북한의 조기 핵사찰 수용이 북미간 위기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전문가는 "북미 기본합의문에 북한의 핵사찰 수용 시점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이 조기 핵사찰을 요구할 근거도, 북한에 이에 응해야 할 의무도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북한의 과거핵 규명을 위한 필요기간 등을 고려하면 북한이 지금 핵사찰에 응하는 것이 위기 해소의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그러나 "의무사항이 아닌 조기 핵사찰에 북한이 응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반대급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즉 한국과 미국 등이 나서 북한에 대한 전력지원을 성사시키는 대신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핵사찰 문제에 대한 강정민 박사(핵공학)의 이같은 견해를 소개한다. 강 박사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으로 한국원자력연구소를 거쳐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지난 1998-2000년 미 프린스턴대 에너지환경센터의 핵비확산ㆍ핵군축 그룹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최근 귀국했다. 현재 소속은 서울대 기초전력공학공동연구소 산하 원자력정책센터. 편집자

***경수로 1호기 일러야 2008년 완공**

최근 ‘제2 조선전쟁은 시간문제’라는 북한의 보도라든가 ‘북한의 핵동결 준수에 관한 인증 유보’라는 미 행정부의 결정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부시 정부 출범 이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북미 관계가 더욱 얼어붙고 있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북한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의 조기수용을 계속 주장해 온 미국과, 이에 대해 수용 불가로 맞서며 역으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경수로사업 지연에 따른 전력 손실 보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를 더욱 긴장시켜 1994년의 한반도 위기 상황이 재현될 것인가라는 성급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1993년 북한이 핵무기 물질인 플루토늄을 추출한 혐의와 관련하여 IAEA 특별핵사찰을 거부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야기된 1994년 봄의 한반도 전쟁위기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1백만 킬로와트급 경수로 원자력발전소 2기와 경수로 1호기 완공 전까지 대체에너지로서 매년 50만 톤의 중유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1994년 북미 기본합의(이하 기본합의)에 의해 진정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로부터 7년이 경과한 지금 북미 양측의 비협력적 상황으로 인해 경수로사업과 그에 맞물려 진행되는 북한의 핵사찰 수용 모두가 많이 지연되었다. 경수로사업은 앞으로 더 이상 지연이 없다고 가정한다 해도 경수로 1호기가 2008년말에 완공될 예정이다.

그런데 경수로사업의 상당부분 공사가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2005년 상반기에 경수로 1호기 핵심부품들이 북한으로 이전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인 북한에 대한 IAEA 핵사찰이 그 이전에 완료되어야 한다. 북한이 최초보고서에서 IAEA에 보고한 대로 플루토늄을 그램(g) 단위로 추출했는지 아니면 킬로그램(kg) 단위로 추출했는지 북한의 과거핵문제를 명확히 밝혀야 하는 것이다.

***북한 과거핵 규명에 최소 3-4년**

북한의 과거핵 검증을 위한 IAEA 핵사찰의 경우 북한이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전제하에 3-4년 정도 걸릴 것이라 한다. 검증범위를 북한과 협의하는 데 수개월, 특수 장비들을 제조하고 설치하는 데 1년 정도, 검증을 위한 핵사찰을 수행하는 데 2-3년 정도, 최종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수개월 걸릴 것을 고려하면 북한핵 검증 기간을 3-4년 정도로 예상하는 것이 큰 무리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북한의 실제 핵사찰 수행기간을 2-3년으로 한 이유는 남아공의 전례를 근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독일에서 들여온 기술에 기반한 남아공의 신고기록은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데 반해 북한의 경우 자체기술에 근거한 기록이라는 것과 더군다나 10여년전의 기록을 회수해서 검증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 때문에 남아공의 핵사찰 기간보다 더 걸릴 것이란 게 일반적 예상이다.

그리고 미국의 원자력법에 의하면 경수로 핵심부품들이 북한으로 이전되기 위해서는 먼저 북미간 원자력협력협정이 체결되어야 한다. 이 협정 체결에는 대략 1년 정도의 소요기간이 예상된다. 미국은 북미간 원자력협력협정 체결의 전제조건으로 IAEA 일반 핵사찰 수용을 반드시 요구하므로 북한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이 협정은 체결될 수 없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그 다음 과정으로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3개월 정도 걸린다 한다. 미 의회의 승인이 나면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원자력기기 수출면허를 받아야 한다. 소요 기간은 6개월 정도.

즉, 경수로 핵심부품들의 북한으로의 이전을 위한 북미간 정치적 교섭과정에 약 2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기간은 IAEA 핵사찰 기간과 중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3개월내 핵사찰 완료'라는 북한측 주장은 현실성 없어**

그러므로 올해부터라도 북한이 핵사찰을 수용하지 않으면 경수로사업은 지금보다 더 지체될 수밖에 없는 사정이다. 경수로사업의 지체는 사업의 총비용 증가뿐만이 아니라 경수로 1호기 완공 전까지 북한에 지원되는 연간 50만 톤의 중유공급 비용과 KEDO 행정비용의 증가로 이어져 KEDO 회원국의 비용부담을 증가시킨다. 그리고 북한의 핵사찰 수용시기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북한 과거핵 규명의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이며 핵동결의 준수 또한 확신하기 힘들게 될 것이므로 북핵문제 해결이 목적인 기본합의의 성립의미가 퇴색되어 경수로사업의 의미가 사라질 가능성마저 있다.

그래서 부시 미 행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중단 여부의 우려를 조기에 종식시키고 또한 경수로사업이 더 이상 지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북한이 IAEA 핵사찰을 조기에 수용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나아가 미국은 만약 북한이 계속해서 핵사찰 수용을 거부할 경우 경수로사업의 중단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경수로사업의 상당부분이 이행되기 전까지는 IAEA 핵사찰 조기수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경수로사업의 상당부분 이행과 핵심부품 반입사이의 3개월 정도의 기간 내에 IAEA 핵사찰을 완전히 이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주장은 필자가 앞에서 지적한 대로 IAEA 절차상 불가능하다.

***북미 기본합의문 핵사찰 시작 시점은 언급 안 해**

북한의 IAEA 핵사찰 수용시점을 놓고 미국과 북한의 주장이 크게 다른 이유는 기본합의문에 핵사찰 이행완료 시점은 핵심부품들이 북한으로 이전되기 전까지로 명확하게 기술되어 있는 반면 수용시점, 즉 사찰 시작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재 북한이 주장하듯 경수로사업의 상당부분이 이행되기 전까지 의무사항도 아닌 핵사찰 조기수용을 계속 거부한다고 해서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북한이 IAEA 핵사찰을 지금부터 미루면 미룬 만큼 경수로사업은 그만큼 더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북한은 인정하여야 한다.

어쩌면 북한으로서는 경수로사업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IAEA 핵사찰을 수용하여 과거핵 규명을 하였을 경우 이후 경수로사업의 계속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북한을 잠재적 핵공격 목표로 하고 있는 최근의 미 ‘핵태세 검토 보고서(NPR)'의 내용은 북한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지도 위협하지도 않겠다고 공식 보장한 기본합의의 약속을 위반한 것이기에 미국의 기본합의 준수에 대한 북한의 신뢰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하였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현재의 북미간의 위기상황이 94년 당시의 전쟁위기 상황으로 변해가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며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러므로 현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북미 서로가 서로를 믿고서 핵사찰 문제에 있어서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먼저 북한이 한발 양보하여 IAEA 핵사찰을 조기수용하여 과거핵에 대한 투명성을 밝히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바라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 생각한다. 핵사찰 결과 밝혀질 플루토늄 추출량의 논쟁에 대해서는 핵무기 개발 포기를 명백히 한 남아공의 경우를 좋은 선례로 삼으면 될 것이다.

***미국은 대북 전력지원, 북한은 핵사찰 조기수용해야**

그러면 미국도 이에 상응하여 잠재적 핵공격 대상에서 북한을 제외하고 북한의 조기 핵사찰 수용에 대한 대가로 북한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상당량의 전력(예, 50만 킬로와트)을 북한의 핵사찰 수용시기에 맞추어 중유 공급과 별도로 경수로 1호기 완공 전까지 부가적으로 제공하는 조치를 주선한다면 현재 핵사찰을 둘러싼 북미간 긴장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북한에 대한 전력공급의 방법으로는 비용도 적게 들고 기간도 적게 소요되는 북한 발전설비의 긴급보수 지원 및 석탄제공 등이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러한 북미간 핵문제 해결과정에서 우리나라는 북한에게 약속했다가 미국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는 대북 전력 지원을 재추진하는 등 적극적으로 기여함으로써 한반도 긴장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북한은 핵사찰을 둘러싼 문제가 조기에 해결되어 2008년에 경수로가 완공되더라도 막대한 비용이 예상되는 빈약한 전력 인프라의 전면적인 개선이 없이는 경수로에서 생산된 전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다. 이외에도 북한의 기본합의 이행의무사항인 흑연로 및 재처리시설의 해체, 경수로 사고발생에 대비한 사고보험, 경수로의 안전운전을 위한 독립전원의 확보 등 재정적, 기술적으로 북한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들을 북한은 경수로 완공 전까지 해결해 놓아야 한다. 이는 국제사회의 도움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북한이 핵공격에 의한 체제위협에서 벗어나서 장기적으로는 경수로를, 단기적으로는 상당량의 전력을 지원받을 가능성을 높이려면 IAEA 핵사찰을 조기수용하여 핵무기 개발의혹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만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하며 미국은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을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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