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KBS, MBC, SBS 방송3사가 치열한 대선 여론조사 판세분석 선점 전쟁에 돌입했다.
마침내 방송계에도 대선 바람이 불기 시작한 셈이다.
***SBS, 노무현 1위 조사결과 내놓으며 불붙여**
대선후보 가상대결 여론조사 경쟁의 활시위를 먼저 당긴 곳은 SBS.
SBS는 지난 13일 문화일보와 공동으로 TN소프레스에 의뢰해 조사한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SBS 여론조사에서는 사상 최초로 노무현 민주당 상임고문이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앞서는 결과가 나와 이회창·이인제 대세론을 멈칫하게 하고 '노무현 대안론'을 급부상시키는 역할을 했다.
세간의 관심이 SBS 조사결과에 집중된 것이다.
SBS는 또 여론조사를 보도한 지난 13일 메인뉴스인 '8시뉴스' 시청률이 평일보다 높게 나와 큰 성공을 거뒀다며 윤세영 회장을 비롯해 관계자들이 크게 만족해 하고 있는 상황이다.
SBS 편성팀 김덕규 차장은 "AC닐슨 조사에 따르면 13일 '8시뉴스' 시청률과 점유율이 각각 13.6%와 23%로 다음 날인 14일 11.9%와 19%, 전날 12일의 12.0%와 20%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며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뉴스 이전에 한일청소년축구를 방영해 후광효과를 높인 것과, 속보를 통해 뉴스 내용을 사전고지한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좋은 시청률이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사실 SBS 대선 관련 여론조사는 매월 정례적으로 실시해 오던 것이다.
그러나 제주와 울산 경선이 끝난 직후라는 조사시점 때문인지 민주당 노무현 고문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대선국면 본격 진입 이후 처음으로 앞지른 '이례적' 조사결과를 내놓게 됐다는 점에서 특히 이번 조사결과에 정가의 주목이 집중됐다.
이번 조사로 톡톡히 '재미'를 본 SBS측은 민주당 광주·대전 경선이 끝난 직후인 내주 월요일 재차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당일 '8시뉴스'를 통해 보도할 계획이다.
***MBC·KBS 측도 내주초 여론조사 실시할 듯**
이처럼 SBS 여론조사 결과가 정가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되자, 이에 자극받은 탓인지 KBS와 MBC 역시 내주 초 여론조사를 실시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일종의 '특종'은 한번 놓쳤지만 또 다시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는 자세로 해석된다.
MBC는 오랜 여론조사 제휴업체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방식을 이용한 여론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김택곤 MBC 보도국장은 15일 "대선후보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실시할 시기가 됐다. SBS 여론조사는 운이 좋아 시기가 잘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며 MBC가 시점을 놓쳤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여론조사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KBS 측은 아직 구체적인 여론조사 계획은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즉각적인 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윤덕수 KBS 정치부장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 여론조사를 실시할 객관적인 계제가 마련됐다고 할 경우 판단을 해서 즉각적인 조사를 실시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며 내주초 여론조사 실시 방침을 시사했다.
윤 부장은 또 "SBS 여론조사의 경우 민주당 제주·울산 경선이 끝난 직후에 실시돼 조사결과가 트렌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SBS 여론조사 때문에 다른 방송사가 '물 먹었다'거나 타이밍을 놓쳤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KBS와 MBC 모두 자신들의 여론조사 계획이 SBS 때문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황으로 보아 내주 월요일 방송 3사가 일제히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당일 메인 뉴스에 보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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