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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희 회고-文酒 40년 <13>윤주영의 스카우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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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희 회고-文酒 40년 <13>윤주영의 스카우트법

사흘동안 술마시며 정계 입문 권고

간단히 윤주영씨를 소개하면 경기도 장단의 부잣집 출신으로 중앙대 교수를 하다가 매우 젋은 나이에 조선일보 편집국장이 된 이례적 경력의 언론인으로, 공화당 창당대변인, 무임소장관, 칠레대사, 청와대 대변인, 문공부장관, 국회의원 등을 거친 화려한 관운의 소유자이다.

성격이 솔직·담백·성실하고 추진력이 대단하다. 한번 마음만 먹으면 기필코 밀어붙이는 성격이다. 내가 근무하던 민국일보가 자진 폐간한 후 출신사인 한국일보로 되돌아갈까 아니면 조선일보로 갈까 망설이던 때에 조선일보의 지하다방에서 그를 만났다. 잠깐 만나 몇마디 하여 보고서는 정치부로 보낸다는 조건부로 나를 즉각 외신부에 채용한 그였다. 마음만 정하면 그게 곧 실천이다.

내가 조선일보 논설위원으로 있을 때 윤주영씨는 청와대 대변인으로 내정되었다. 곧 나를 저녁에 만나잔다. 일차로 을지로 3가의 불고기집에서 둘이 호기있게 소주를 마셔댔다. 그리고 당시에 유명해진, 한국일보 뒤에 있는 아람싸롱에서 2차를 했다. 헤어질 때 “자! 이제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오는 거야”하고 다짐을 받으련다. “아니, 신문사에 있겠습니다.” “그러면 내일 저녁 다시 만나.”

다음 날 불고기에 소주를 실컷 마시고 다시 아람에 가서 기분좋게 2차를 했다. “결심했어”“아닙니다. 언론계에 더 있겠습니다.” “내 힘들 줄 알았지. 내일 다시 만나.”

3일째도 순서는 같았다. 여하간 술은 서로 엄청 마셔댔다. “그래 결심했어.” “역시 아무래도 언론계에 남아야할 것 같습니다.” “여보, 당신은 인생이 원고지 칸으로만 보여요. 부대변인으로 있다가 도백으로 나가면 국회에 진출이 쉬울 것인데···”

그 무렵 월간 「현대문학」에서 수필 청탁을 받았다. 나는 그 때의 심정을 썼다. 제목은 ‘원고지칸 인생’이다.

윤주영씨는 그 후 문공부장관이 되었고 얼마 후 나를 만나자더니 주일 공보관장(주일공사로 승격)을 맡아 달란다. 이번에는 조용히 술을 마시고 다시 내가 완곡하게 거절하니까 고집을 꺾을 수 없다며 한번의 술자리로 단념한다.

여담이지만 그가 스카우트해갔던 다른 두 언론인들은 종당에는 장관까지에 이르게 된다. 나는 언론생활을 주필자리에 이르기까지 훨씬 더 하게 되고.

윤주영씨는 박 정권의 종막과 함께 정계를 은퇴하고 지금까지 사진작가로 그 정열 그대로 정진하고 있다. 사진전도 몇 번 가졌고 사진첩도 서너권 나왔으며 일본에서 매우 권위있는 사진상도 수상하는 영광을 가졌다. 모든 일에 마음만 먹으면 철저한 성격은 변함이 없다.

젊은 나이에 미련없이 정치를 떠난 그를, 그리고 또 다른 인생에 정열을 불태우는 그를 나는 부럽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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