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해 9ㆍ11 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WTC)의 잔해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이 많은 고철들을 별다른 안전점검 없이 한국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로 수출중인 것으로 밝혀져 유해물질을 포함한 수입고철 등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검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명형남 간사는 14일 한국의 세계무역센터 유독성 고철 수입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방사능을 포함한 수입고철이 발견된 건수가 전 세계적으로 49건인데 한국에서는 98년 이후 9건이나 포착됐다. 유독성 수입고철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환경지수가 세계 142개국 가운데 136위로 사실상 꼴찌국가이면서도 산업폐기물 등 유해물질에 대한 철저한 검사를 하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됐다. 환경연합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유해물질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검사를 촉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국 환경전문가들은 세계무역센터 붕괴현장에서 유출되고 있는 미세한 화학 및 금속먼지들이 지금까지 목격된 것중 가장 위험한 물질이라고 보고 있어 유독성 수입고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환경 및 인체오염 위협에 경각심을 더해주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는 12일 캘리포니아 대학 과학자들의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9월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받아 붕괴된 세계무역센터의 잔해들로 인해 뉴욕 시민들이 지금까지 목격된 가장 위험한 화학 및 금속먼지들에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크로니클지는 세계무역센터의 쌍둥이 빌딩이 납치된 두 대의 비행기에 의해 화염에 휩싸여 붕괴된 후 몇주동안에 걸쳐 돌풍이 수백만 종류의 티끌들을 포함한 짙은 구름을 날려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에서 캘리포니아대 토마스 카힐(Thomas Cahill) 연구원은 유례없는 세계무역센터에서 유출되고 있는 오염이 걸프전 당시 이라크에 의해 기름으로 불바다가 된 쿠웨이트에서 발생한 오염이나 겨울동안 중국 베이징의 용광로에서 석탄연소로 검게 그을린 공기보다 훨씬 더 해롭다고 말했다. 카힐 연구원은 공기중에 떠다니는 꽃가루 먼지 등을 분석하는 전문가로 캘리포니아대 에너지학부에서 재앙의 결과를 연구중인 팀을 이끌고 있다.
***코프워치 "미국은 고철의 유독성 안전여부 확인 후 수출해야"**
이에 앞서 석면 폴리염화비페닐 카드뮴 수은 다이옥신 등 각종 유해물질에 오염된 것으로 보이는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붕괴현장의 고철 수만톤이 지난 1월부터 인도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로 수출되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6일 다국적기업의 활동을 감시하는 미국 시민단체 코프워치가 홈페이지(www.corpwatch.org)에 띄운 '재앙의 거래-세계무역센터 고철이 인도에 상륙하다'란 기사를 통해 보도했다.
코프워치는 지난 1월초 인도 남부 체나이시 항구에 '브로즈나'라는 이름의 화물선이 정박했으며 일반 탁송화물의 경우처럼 아무런 보호장비를 갖추지 않은 항구 노동자들에 의해 세계무역센터의 고철들이 하역됐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센쿠안하이와 핀도스라는 두 척의 배 또한 첸나이 항구에 정박해 세계무역센터의 고철을 하역했다는 보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프워치는 인도외에도 중국의 바오철강그룹이 5만톤의 잠재적 유독성 고철을 수입했으며 말레이시아와 한국에도 유독성 고철을 실은 배가 정박했다고 밝혔다.(한국의 경우 지난 8일 화물선 티노스호가 세계무역센터 고철 4만6천톤을 싣고 인천항에 도착했다. 수입업체는 (주)동국제강으로 고철을 녹여 철근 앵글 등으로 재가공할 예정이다.)
코프워치는 세계무역센터의 유독성 고철 교역과 관련 "경우에 따라서는 150만톤의 고철 대부분에 대한 청소작업이 아시아 항구를 더럽히고 아시아 노동자들을 위협하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프워치는 유독성 고철을 수출한 미국 수출업자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은 최소한 세계무역센터의 중독성 오염물질이 다른 나라로 수출되지 않았음을 확신시킬 의무가 있다며 "고철이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다 하더라도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고통을 받느냐는 문제는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인도 시민단체 "안전검증 확인까지 하역작업 중단해야"**
한편 인도 첸나이시의 '시민자유를 위한 민중연합'(PUCL; People's Union for Civil Liberties)은 지난달 29일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세계무역센터 고철의 덤핑은 인간과 환경에 위험하다'는 항의서한을 인도 환경산림부와 첸나이 오염감독위원회 등 관련부처에 전달했다.
PUCL은 "우리는 지난해 9월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의 재앙으로부터 추출된 3만톤 이상의 잠재적 위험가능성이 있는 철강과 고철쓰레기들이 첸나이에 하역돼 마날리에 보관돼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며 "충격의 원인은 보도된 대로 안전성 여부에 대한 적절한 검증절차 없이 고철들이 하역됐다는 데 있다"고 밝혔다.
PUCL은 문제의 고철들이 지난해 9∙11 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 내에 있던 수은을 함유한 전등, 암을 발생시키는 석면단열재, PVC 제품들, 그리고 컴퓨터 등 건물이 9만1천 리터의 제트연료에 타버리며 재가 된 모든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PUCL은 세계무역센터 붕괴현장의 잔해제거장면을 보도한 TV뉴스는 미국 노동자들이 전신보호복을 입고 가스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며 인도 노동자들에게도 비슷한 보호장비가 필요하지 않았겠느냐고 꼬집었다. PUCL은 결론으로 유독성과 오염에 대한 안전검증절차가 모두 끝나 수입고철의 안전성 여부가 가려지기 전까지는 더 이상의 하역작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UCL은 세계무역센터 고철에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독성 물질로 '폐암을 유발하는 석면' '피부접촉시 궤양을 일으키는 크롬' '다량일 경우 현기증 두통 등을 유발하는 구리' '인간에 가장 치명적인 다이옥신(제초제)' '특히 어린이들의 중추신경계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는 납' '말초신경장치에 손상을 주는 수은' '인체와 환경에 잔존하는 발암성 폴리염화비페닐' 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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