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방(吳有邦) 의원은 나의 중학 7년 후배다. 대학도 같고 집안끼리 한 동네의 세교(世交)가 있는 사이다.
10대 국회때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손에 갔을 때, 갑자기 오 의원이 나에게 공화당의 정풍(整風)운동을 하잔다. 박찬종(朴燦鍾) 의원등 10여 의원이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때 나는 초선, 오 의원은 재선이다. 나는 정풍운동의 뜻이 좋고 오 의원과는 특별한 사이이기에 자세하게 물어보지 않고 우선 동참을 승낙하였다.
신문에 그 운동이 크게 나니 여러 가지로 추측이 분분하다. 그래서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오 의원을 조선일보 근처의 맥주집 브론디에서 만났다. 그때는 서로 술 실력이 대단할 때다.
나의 궁금증은 세 가지로 집약되었다.
첫째로, 마침 그 당시에는 일본의 자민당에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등 젊은 그룹이 이탈하여 신자유클럽을 만들고 기세를 올리던 때라, 혹시 정풍그룹이 그런 것을 모방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
둘째는, 12.12 군부 하극상을 한 이른바 신군부와 맥이 통해 있는 것은 아니냐는 것.
셋째로는, 정풍 대상이 우선은 이후락(李厚洛) 김진만(金振晩)씨 등등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마지막에는 김종필(金鍾泌)씨를 표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것. 셋째는 둘째와도 연관되고 박찬종 의원의 야망과도 관련된다.
오 의원은 “그렇지 않습니다. 첫째로...”하고 맥주병을 시멘트바닥에 박살을 내며 “이렇게 아니라는 것을 맹세합니다”하였다. 나도 뒤질세라 맥주잔을 바닥에 던지며 “그 맹세 확인하지” 하였다. 오 의원의 맥주병을 깨서의 맹세와 나의 맥주잔 깨기 방식의 확인은 두 번째 문제, 세 번째 문제에 계속되었다. 브론디가 시끄러웠다.
그 후로 오유방·홍성우(洪性宇)·윤덕노(尹德老) 의원 등과의 술자리가 많아지고, 제5공화국에 들어서는 오·홍 두 의원에 이종찬(李鍾贊) 의원이 끼어 네 의원의 주석은 빈번해졌다. 넷이 북한산을 오르기도 하였는데 그럴 때면 거의 모든 사람이 네 명중 한 명에게는 인사를 하여 산을 오르기가 힘들 정도였다.
오유방 의원의 술마시는 법은 대단히 요란하고 공격적이다. 항상 목소리는 왜 그리 크게 내는지, 혹시 체구가 약간 홀쭉하여 그것을 보완하느라고 목청껏 떠드는 습관을 갖게 된 것이라는 심리학적 분석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민자당 때에 YS를 지지할 것이냐 여부로 나와 심한 논쟁을 한 일이 있다. 그 후 그는 얼마간 우회하여 결국 DJ에게 갔는데, 그 후에 있은 술자리에서는 당파성까지 가미가 되어 더욱 시끄럽고 공격적이 되었다. 선후배간이 무색할 정도다.
한번은 홍성우 의원이 하림각에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종찬·오유방의원이 오고 나까지 네 명이 마셨다. 그렇게 넷이는 구기동에 있는 카페 베이스캠프에 자주 갔던 게 아닌가. 홍 의원의 말은 넷이 정말 친한 사이인데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DJ캠프에 가 있으니 나도 합류하라는 것이다.
도원결의는 아니지만 그런 유사한 분위기에서의 설득이다. 나는 YS캠프에 있었지만 YS는 5년 단임으로 끝났으니까 DJ를 지지하는 마음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옮겨 다니는 것을 꺼리는 유교적(?) 심리에서 끝내 합류는 거절하고 말았다.
오 의원은 16대 공천을 앞두고 술자리에서 민주당 간부들과 고성으로 한바탕 하였다고 신문에 크게 났었다. 목청껏 공격적으로 떠드는 그 습관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요즘 정치적으로 불운해졌는데, 다시 재기해서 정계에서 호통치는 인물로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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