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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론게이트 <2>

"부시 백악관은 엔론 워싱턴 지사"

엔론은 1985년 텍사스주의 휴스턴 내추럴 가스사와 네브라스카주의 천연가스 회사인 인터노스사의 합병에 의해 탄생했다. 창업주인 케네스 레이는 베트남전쟁 당시 국방부 소속 경제분석가였으며 지금은 사라진 연방전력위원회에서 일하기도 했다.

1986년 76억 달러였던 엔론의 매출액은 2000년 1천10억 달러로 급신장했다. 주식 시가의 총액은 2001년 8백억 달러 이상을 호가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거래되는 에너지의 20%를 담당하는 미 최대의 에너지 거래회사(energy trader), 미국 등 전 세계 40개국에 2만1천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미 제7위의 대기업, 1996년부터 2001년까지 내리 6년동안 경제전문지 포천에 의해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된 회사 등 지난해 12월초 도산하기 직전까지 엔론의 역정은 화려했다.

미국의 한 경제전문가는 이러한 엔론의 성공 배경으로 탈규제와 정치적 끈을 꼽았다. 그리고 이 둘은 서로 긴밀한 연관을 갖고 있다.

엔론은 에너지 관련기업이라고는 하지만 정확하게는 에너지 거래회사(energy trader)라고 하는 게 옳다. 발전소를 세워 전력을 생산하거나 파이프라인 등을 통해 가스 등을 공급하는 게 주요 업무가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생산된 에너지 관련 상품들의 선물 거래 등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는 기업이다. 물론 엔론은 가스관 등을 소유하고 있으나 이익의 대부분은 다른 기업이 생산해 놓은 에너지 관련 상품을 사고 파는 차액을 통해 실현됐다. 엔론이 한창 잘 나갈 때 이러한 거래 차익에 의한 이익이 전체 이익의 80%나 됐다고 한다.

엔론은 1989년 천연가스의 선물 거래로 재미를 본 뒤 사업영역을 넓혀갔다. 전력과 천연가스는 물론이고 펄프, 종이, 수자원, 인터넷 전파밴드, 석탄, 철강, 공해 배출한도, 금융 파생상품 등이 모두 거래대상에 포함됐다. 외국 통화를 사고 파는 차익으로 이익을 남기는 환투기꾼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엔론은 여기에 90년대초부터 인터넷을 통한 거래를 시작함으로써 전자상거래의 선두주자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거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부문에 대한 각종 규제가 철폐돼야 했다. 그 첫 번째 탈규제 사례가 전임 부시행정부 시절이었던 1992년 통과된 ‘에너지 정책법’이다. 이 법을 통해 엔론은 미국의 설비회사 등에 무선을 통해 전력을 팔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미 정부의 탈규제 조치에는 부시 일가와 케네스 레이 엔론 회장 간의 오랜 인연이 작용했다고 많은 미국인들은 보고 있다.

베트남 전쟁 때 닉슨 행정부에서 일한 적이 있는 레이는 이때부터 부시 일가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된 레이는 그의 집이 있는 텍사스 휴스턴의 리버 오크 마을이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탱글우드 저택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레이는 아들 부시와 석유사업 등의 동업자이기도 했다.

뉴요커의 세이무어 허시 기자에 따르면 부시 일가는 엔론이 쿠웨이트에 발전소 재건축 수주를 위해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부시는 주지사 시절 세제 감면, 시설 규제 완화 등 엔론이 원하는 것은 다 들어주었다고 한다. 1998년 당시 텍사스 주지사였던 부시가 아르헨티나 정부에 아르헨티나와 칠레를 연결하는 파이프 라인 공사권을 주도록 요청했다고도 전해진다.

엔론의 케네스 레이 회장은 80년대부터 현 대통령의 아버지인 부시 전 대통령의 주요한 선거모금원으로 활동했으며 94년 현 대통령이 텍사스 주지사가 됐을 때에는 주지사 직속의 주 기업협의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레이 회장이 부시 일가의 정치자금으로 얼마나 기부했는가는 언론마다 차이가 있으나 최대 1천만달러라고까지 얘기되고 있다. 현 대통령이 대권을 잡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통로로 전해진 돈의 규모가 2백만달러쯤 될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시 전 대통령 재임시절 레이 회장은 정치자금 모금에 기여한 공로로 백악관에 초대돼 하룻밤을 묵었으며 이후 지난 10년 동안 엔론과 레이 회장은 수백만달러의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의회와 백악관, 감독관청 등을 대상으로 로비활동을 해왔다고 밝혔다.

아들 부시가 대선에 출마했을 때, 레이 회장은 회사 전용 제트기를 제공했으며, 2000년 4월 엔론의 회사명을 딴 야구장을 열었을 때 부시 후보는 엔론 전용 박스에서 레이의 바로 앞에 앉은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엔론과 부시의 관계를 '엔론의 돈으로 권력을 만들어낸 추악한 관계"라고 묘사했다.

엔론의 정치 헌금에 대해 부시 일가는 사업상 특혜로 보답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3년초 선물상품거래위원회(CFTC)의 에너지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철폐이다.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CFTC의 위원장으로 임명됐던 웬디 그램은 자신의 퇴임 직전 에너지 파생상품에 대한 반(反)사기 규제 조항을 철폐시킨 뒤 자신은 엔론의 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정부 규제에 풀려난 에너지 파생상품은 이후 엔론의 사업품목 중에서 “가장 이윤을 남기는 품목”이 됐다고 한다. 텍사스주 출신 필 그램 상원의원의 부인이며 한국계인 웬디 그램은 앞으로 있을 엔론 파산과 관련한 수사에서 가장 주요한 증인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한다.

한편 텍사스 주지사 시절 부시는 감세와 탈규제 등 엔론이 원하는 정책으로 정치헌금에 보답했다. 또 1997년 10월에는 당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톰 리지(현 조국방위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펜실베이니아 전력 시장의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력시장 규제가 엄격한 펜실베니아주에 엔론을 진출시키기 위한 부시의 정치적 배려가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레이도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997년 당시 부시에게 전화 한 통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시인했다.

엔론의 정치적 영향력은 현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2001년 이후 더욱 막강해진다. 우선 레이 회장 자신이 신임 에너지 장관 물망에 올랐다. 레이 회장은 또 딕 체니 부통령과 독대,
부시 신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관해 논의했다. 엔론은 이러한 기회를 가진 유일한 회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체니는 부통령이 되기 이전 5년동안 세계 최대의 석유관련 기업인 핼리버튼의 회장을 역임했고 현 부시 대통령도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는 텍사스에서 석유사업에 손들 댔었다. 따라서 현 부시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부시, 체니, 레이 등 이들 3인에 의해 좌지우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취임한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커티스 허버트 위원장의 갑작스런 경질도 레이의 입김 때문인 것으로 보도됐다. 레이는 허버트 의장에게 전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정은 대통령이 한 것이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허버트 위원장의 후임으로는 레이가 선호하는 텍사스 출신의 팻 우드가 선임됐다.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워싱턴에서는 백악관은 엔론의 워싱턴지사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엔론과 사업상 관계를 맺고 있는 수많은 인물들이 백악관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우선 뉴욕타임스는 지난 해 6월 3일 “현재 신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입안하는 고위 보좌관 등 최소 3명 이상이 엔론의 주식을 갖고 있거나 엔론과 사업상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시의 정치담당 보좌관인 칼 로브와 경제담당 보좌관 로렌스 린지, 그리고 체니 부통령의 비서실장인 루이스 리비가 그 인물들이다. 로렌스 린지 경제담당 보좌관은 엔론에 고용된 고문으로 활동했었으며 지난해 에너지개발 자문에 응한 대가로 엔론으로부터 5만달러를 받았다. 부시의 핵심 정치참모인 칼 로브도 10만 달러에서 25만 달러로 평가되는 엔론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또한 엔론의 임원이나 고문 등으로 활동하다가 곧바로 부시행정부로 옮겨간 고위급 인사들도 최소한 4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론 고문으로 활동했던 로렌스 린지와 로버트 죌릭 무역대표 등이 그러한 인물이다.

토머스 화이트 육군부 장관도 엔론 출신으로 거론된다. 그는 5천만~1억 달러 상당의 엔론 주식와 옵션을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트의 재산공개기록에 따르면 그는 육군부 장관에 취임하면서 2천5백만 달러에 상당한 엔론의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진보적 인터넷 신문 살롱은 “미국 역사상 대통령과 일개 기업간의 관계가 부시와 엔론의 밀월관계처럼 긴밀한 적이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이는 1924년 상원에 의해 밝혀진 워렌 하딩 대통령의 해군 석유비축기지 민간불하 사건(티폿댐 사건) 이후 최대의 정치 스캔들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엄청난 정경유착의 결과는 과연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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