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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의 중동 평화 전망 <7ㆍ끝>청중과의 질의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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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의 중동 평화 전망 <7ㆍ끝>청중과의 질의 응답

미국이 변해야 세계가 바뀐다

문: 가장 어려운 문제인 예루살렘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촘스키: 나는 예루살렘이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장 쉬운 문제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의 유명한 사회학자인 바루흐 킴멀링은 캠프 데이비드 협정이 진행되는 도중에 하레츠에 글을 기고한 적이 있습니다. 하레츠는 미국의 뉴욕타임스라고 할 수 있는 신문이지요. 그는 이 글에서 예루살렘 문제는 수분 내에 해결책이 나올 수 있는 가장 쉬운 문제 중에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수 분보다 더 걸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나는 그의 지적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예루살렘 문제를 풀 방책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단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이스라엘이 추진하고 있는) 점령지역을 여러 개로 쪼갠 다음 그중 주요한 지역을 이스라엘에 통합시키는 방식으로는 절대 안 됩니다. 바로 이 때문에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클린턴이나 이스라엘이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아라파트는 왜 얘기하려 하는 걸까요? 아랍 국가들로부터 지지를 받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팔레스타인을 아예 없애버리자는 데 대해 아랍 국가들은 아무런 관심도 없습니다. 만약에 팔레스타인인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다면 그들은 매우 기뻐할 것입니다. 그들은 골칫거리이니까요. 자기 나라의 국민들이 그렇듯이 말입니다. 때문에 아라파트가 예루살렘 문제에 집착하는 것은 전술적 이유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아랍 국가들로부터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문제이니까요. 아랍 국가의 지도자들은 국민들을 무서워합니다. 만약 예루살렘을 포기했다간 국민들의 분노를 살 것이 분명하므로 이 문제에 대해서만은 관심을 표명하는 것입니다.

***중동분쟁의 궁극적 해결책은 연방제**

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갈등을 풀 수 있는 현실적이고도 정의로운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촘스키: 잠정적 방법이긴 하지만 국제적으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는 해결책이 하나 있긴 하지요. 미국을 빼놓고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지지하는 해결책인데 유엔 결의 242에 의한 방법입니다. 물론 여기에 팔레스타인의 국가 주권을 인정하는 다른 유엔 결의들이 반드시 보충돼야 하겠지요. 예루살렘 문제에 대해서는 약간의 기술적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이 도시를 국제개방도시로 하되 67년 6월 전쟁 이전의 양측간 경계선을 복원하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동 수도로 하는 겁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같은 방법은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언제나 생각해 왔습니다. 물론 현재 상태보다는 나아지겠지요. 그러나 나는 이 해결책이 장기적으로 유효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코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오하이오주 한복판에 금을 그어놓고 나서 한쪽에는 미국, 한쪽에는 멕시코를 건국하겠다는 것이나 똑같은 생각입니다. 그 지역은 분할될 수 없는 곳입니다. 사실은 요르단이나 다른 나라들까지 포함해서 원래 하나의 지역이었습니다. 내 생각에 장기적 해결책은 오스만 터키 제국 때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오스만 터키 제국은 추악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 아이디어만은 옳다고 봅니다. 각 지역의 주민들에게 자치를 허용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다행히도 제국의 지배계급은 너무나 부패해서 그들의 주민들로부터 뭔가를 뜯어낼 궁리만 했을 뿐. 각 지역의 일은 주민들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방치했습니다. 다시 말해 각 지역과 공동체에 상당한 정도의 자치권을 주었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제 와서 오스만 터키 제국 때로 돌아가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전반적 구도는 비현실적인 것이 아닙니다. 사실 이는 현재 유럽이 가고 있는 것과 같은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죠. 사악하고 잔인했던 민족국가 시스템을 부수고 지역주의로 나아가자는 것입니다. 민족국가 시스템이 확립된 후 5백년간의 유럽사를 뒤돌아 보십시오. 한마디로 그것은 무시무시합니다. 이제 유럽은 지역주의를 따라 점진적으로 통합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말이 되는 얘깁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근동 지역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가능하긴 하지만 추악할 수밖에 없는 2국가 해결책으로부터 우리는 연방제적 해결책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일정한 정도의 상호 교류와 책임의 공유에서 시작해, 보다 진전된 형태의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미 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미국이 지지하지 않는 한, 그러한 일은 결코 일어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가능합니다. 그 첫 단계는 국제적인 합의를 이루어내는 일일 것입니다.

단 한 번에 문제를 푸는 해결책이란 없습니다. 심각한 문제일수록 그런 일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무엇인가 변화가 일어나면 이는 그 다음 단계를 위한 길을 열어줄 것입니다. 건설적 사태 발전을 위한 일들을 우리가 해낼 수 있다고 나는 믿습니다.

***유엔, 진정한 평화의 중재자 못 된다**

문: 2가지를 묻고 싶습니다. 하나는 높은 문자 해득률(교육수준)에도 불구하고 왜 미국 시민들은 정치적으로 피동적이냐 하는 것과, 중동 평화의 진전을 위해 보통의 미국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촘스키: 자, 구체적으로 이 문제를 생각해 봅시다. 미국인들의 문자 해득률이 상당히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사실 저는 더 높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수준만 해도 상당히 높은 것입니다. 하지만 문자해득률이 높다고 해서 미국이 이스라엘의 민간인 공격에 사용할 공격용 헬리콥터를 이스라엘에 팔았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어디서고 이에 관한 사실을 찾아볼 수가 없으니까요. 극소수의 반체제 문헌 외에는 이같은 사실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한 사실을 기록한 문헌이나 매체가 없다면 높은 문자해득률이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예를 들어 당신이 물리학자가 되고자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수십t의 자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무슨 자료가 필요한지를 내가 알아야 합니다. 즉 사물의 이치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이치를 알려면 중요한 사실들을 뽑아낼 줄 아는 능력을 교육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제도는 이와는 정반대죠. 미국의 교육제도는 여러분들을 그처럼 위험한 생각들로부터 가능한 한 격리시키려 합니다. 그리고 때때로 성공을 하죠. 인권 침해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우리가 놓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물론 가장 쉬운 일은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별것 아니죠. 인권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질문은 “우리의 행동 중 어떤 것이 인권을 침해하는가?”를 묻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을 중단하는 것이죠.

그런데 미국의 교육, 문화제도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학교, 대학뿐만 아니라 미디어나 일반적인 지식 문화도 마찬가집니다. 미국적 제도의 임무는 미국인들이 그러한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해도 지나친 과장은 아닙니다. 바로 그 때문에 미국인들은 다른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할 때나, 미국의 인도주의적 개입에는 그토록 관심을 가지면서도 우리 자신이 저지른 죄악을 중단시키는 데에는 거의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해야 할 것은 높은 문자해득률을 사태에 대한 이해 능력의 향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과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활동가들이 잘 알고 있죠. 어떤 문제든 조직과 교육은 필요합니다.

중동 평화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냐고요? 아주 많습니다. 우선 평화의 과정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죠. 그것만 해도 좋은 출발이 될 겁니다. 우리가 그들을 방해하지 않게 되면, 그때는 보다 더 건설적인 조치들을 생각해 낼 수 있겠죠. 구체적인 조치들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가 논의를 했습니다.

문: 유엔은 2차대전후 국제사회의 힘의 구조를 반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교수께서는 유엔이 진정한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그 반대입니까?

촘스키: 유엔에 대해 냉소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나 많습니다. 우선 엄청나게 부패해 있죠. 내 자신의 경험만으로도 한참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기가 막힐 정도죠.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유엔은 강대국들이 허용한 것만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여기서 ‘강대국들’이란 기본적으로 미국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미국이 선을 긋고 “어이, 이 이상은 안 돼”라고 말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유엔으로서는 해볼 방도가 없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서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세계 최강의 국가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것은 이 나라의 정책을 바꾸는 것입니다. 어쩌다 보니 우리는 세계 최강의 국가에 살게 됐고 그것은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유엔이고 무엇이고, 미국이 기본적 한계를 설정합니다. 이런 저런 일로 유엔을 비난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미국이 다른 대안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문제는 다시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유엔이 뭔가를 하지 못하는 것은 미국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유엔은 점령지역의 폭력사태를 줄일 수 있는 구체적 방안으로 이 지역에 감시단을 파견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반대하고 미국이 거부하기 때문에 감시단을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폭력사태는 계속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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