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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프간 戰果 獨食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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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프간 戰果 獨食 채비

"외국군 필요없다, 들어오지 마라"

지난 5일 아프가니스탄 과도정부 구성이 완료된 가운데 아프간 신정부에 대한 영항력 확보를 노리는 동맹국들간의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대테러 국제공조를 주도해온 미국은 아프간 신정부에 대한 독점적 영향력 행사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어 그동안 미국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해 온 블레어 영국 총리 등 유럽측 동맹국들은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독일 본에서 유엔 주도로 9일간 계속됐던 아프간 과도정부 구성을 위한 제 정파 협상은 지난 5일 파쉬툰족 출신의 하미드 카르자이를 국가 수반으로 하는 등 30명의 각료 명단을 확정했다. 제 정파 대표들은 쉬뢰더 독일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이날 협상안에 대한 서명식을 가졌으며 이번에 구성된 과도정부는 오는 22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번 협상의 초점이었던 국가수반에는 미국이 밀었던 자히르 샤 전 국왕과 러시아 등이 후원했던 북부동맹 지도자 부르하누딘 라바니 대신 파쉬툰족 출신의 군지도자 하미드 카르자이가 낙점됐다. 이번 전쟁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했던 북부동맹은 국가원수직을 잃은 대신 내무, 국방, 외무 등 주요 각료직을 차지했다.

이같은 결과가 나온 데는 기본적으로 아프간 내 제 정파간의 이해관계가 작용했지만 이번 전쟁에 참여한 동맹국들간의 영향력 확보 싸움도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이번 전쟁기간 동안 블레어 총리가 미국을 위해 중동지역을 몇차례나 순방하며 메신저 역할을 했던 영국은 찬밥 신세가 됐다. 카불 함락 직후 인도적 지원을 명분으로 6천명의 영국군 파견 계획을 발표했으나 미국측의 보이지 않는 견제로 파병 계획을 철회할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영국은 카불 근교 바그람 공군기지에 1백명의 병력을 파병했다가 ‘외국군은 필요없다’는 북부동맹측의 반대로 한동안 오도 가도 못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이어 지난 달 30일 미 백악관의 아리 플레이셔 대변인은 “다국적 평화유지군은 시기상조”이며 아프간에서 인도적 구호사업을 펼치기에는 아직 상황이 “어렵고 위험하다”며 미군 외의 외국군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2주전 6천명 파병계획을 발표했던 블레어 총리는 북부동맹뿐만 아니라 미국측도 영국군을 원하지 않음을 알게 되자 지난 주 파병계획을 슬그머니 철회하고 말았다. 사태가 이쯤 되자 영국의 한 각료는 미국이 인도적 구호 사업을 외면한다며 미국을 비난했지만 미국의 독주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이에 대해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아프간 재건 및 복구 사업을 펼치자는 블레어 총리의 주장은 미국으로부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얻어냈을 뿐이다. 총리는 전력을 다해 부시를 도왔지만 미국으로부터 얻은 것은 없다”고 꼬집었다.

찬밥 신세가 되기는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총 2천명의 병력을 파병키로 했던 프랑스는 지난 달 중순 선발대 60명을 마자르 이 샤리프로 파견했다. 그러나 이들은 중간 경유지인 우즈베키스탄에서 자그마치 2주일이나 허송세월을 해야 했다. 이들을 수송키로 했던 미군측이 ‘상황 호전’을 기다려야 한다며 방치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병사 60명은 지난 주말에야 아프간에 입국했다.

반면 러시아는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동안 북부동맹을 강력하게 지원해 왔던 러시아는 지난 달 26일 12대의 군 수송기를 동원, 약 5백t 분량의 건축자재와 보급품 등을 아프간에 들여왔다. 표면적인 이유는 카불 주재 러시아대사관 신축과 야전병원 건설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측은 이들 물자들과 함께 들어온 러시아 비상부 소속 준군사요원들에 주목하고 있다. 비상부는 소련 해체 후 국방부에서 독립한 정부 부서로 약 7만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들어온 비상부 소속 요원들은 구호요원임을 자처하고 있으나 사실은 군 병력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따라서 지난 1989년 소련군의 아프간 철수 이후 10여년만에 처음으로 러시아 군 병력이 아프간에 입국한 셈이다.

이같은 러시아측의 움직임에 대해 파월 미 국무장관은 즉각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의 돌발적인 외교.군사적 행동은 양국 관계를 해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파월은 또 러시아측에 대해 북부동맹 지도자 라바니의 과도정부 수반 옹립 계획을 포기할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움직임은 러시아 군부 등 대미 강경파를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푸틴은 체첸 문제 등을 의식, 미군의 중앙아 주둔을 허용하는 등 이번 테러전쟁에 적극 협력했으나 이에 대한 군부 등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한 관리는 러시아측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탈레반 이후 신정권에서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분석하면서 “러시아인들은 본에서 벌어지는 협상보다는 아프간 국내에서의 영향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은 외국군의 아프간 진입은 저지하면서도 미군 병력은 적극 증원하고 있다. 일례로 이번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미 중앙사령부의 토미 프랭크스 사령관은 지난 주말 칸다하르 부근에 미 해병 9백명을 투입한 미군기지를 건설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더 많은 미군 기지를 건설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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