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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정말 북한 차례인가"

미, 아프간전 승리 이후 북한 겨냥 잇단 발언

아프간전쟁의 조기 승리 이후 미국의 테러전쟁 확대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과연 북한이 그 대상에 포함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조지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미 관리와 미 언론들이 북한 문제를 거론하고 일부 국내 언론들이 이를 확대 보도한 데다, 27일에는 휴전선 부근에서 남북간의 소규모 총격전이 벌어져 위기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의 확전 움직임은 인정하면서도 북한에 대해 즉각적이고도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최근 움직임이나 국제정세로 보아 미국이 북한을 직접 겨냥한 조치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의 존 볼튼 차관은 지난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생물무기금지협정(BWC) 국제회의에서 이라크, 시리아, 북한, 수단, 리비아 등 5개국을 세균무기 보유국으로 지목하면서 특히 “이라크와 북한이 가장 위험하다”고 밝혔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25일 ‘탈레반 다음은 누구? 북한을 잊지 마라’는 제목의 해설기사에서 북한이 다음번 미국의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기사에서 “어느 시점에서는 외교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폭탄이 전면에 나설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26일에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은 대량살상무기 개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필요한 검증을 허용해야 할 것”이라며 “대량살상무기 개발 국가들이 국제적인 사찰 노력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 도중 기자들의 질문에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이를 확산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북한에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했으나 아직 이에 관해 북한과 대화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 관리의 발언과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일부에서는 아프간전쟁에서 예상보다 일찍 승리를 거둔 미국이 세균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확산 저지를 명분으로 이라크와 북한을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또 조선일보 일부 신문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하는 등 위기의식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북미관계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즉각적 행동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세종연구소의 이종석 박사는 “부시 대통령의 대북 발언이 스스로 작정을 하고 한 것인지, 아니면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응답인지를 가려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기자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면 평소 그의 발언 스타일로 보아 지나치게 큰 비중을 두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북한에 대해 대화재개 촉구와 경고성 발언 등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중 협상 지속의 노력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현재 관심을 갖고 있는 생화학무기의 경우 북한의 움직임에 아무런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정면으로 문제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 박사의 분석이다.

더욱이 북한과의 핵 및 미사일 협상이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생화학무기라는 새로운 의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우려도 있다. 게다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의도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경우 테러전쟁을 계기로 관계가 개선된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편 국방연구원의 서주석 박사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과의 협상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데 대한) 답답함, 또는 (북한측 태도에 대한) 불쾌감의 표현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미국이 북한에 대해 일방적 행동에 나서기에는 “명분이나 능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우선 북한은 제네바 핵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고 있다는 증거는 현재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과의 미사일협상은 현재 중단상태에 있으나 완전 결렬된 것은 아니며 북한이 새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준비한다거나 미사일 수출을 재개했다는 증거도 현재로는 없다. 더욱이 미국은 대통령 성명을 통해 미사일 협상 재개를 북한에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화학무기의 경우, 북한은 화학무기금지협정에는 가입을 안 했고 생물무기금지협정에는 가입을 했으나 이 협정에는 아직 검증절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북한에 대해 생화학무기 개발에 대해 국제사찰을 받으라고 요구할 근거나 명분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재래식 무기의 경우 테러 지원을 위해 테러리스트 조직에 무기를 공급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하는데, 무기 공급 사실을 확인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외화벌이가 아닌 테러 지원을 위한 무기 공급임을 입증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북한에 대해 대량살상무기 관련 국제사찰의 수용을 강요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게 서 박사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북한에 대해 일방적으로 군사행동을 하기는 더욱 어렵다.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아프간이나 이라크와는 달리 한국이 자동적으로 전쟁에 휘말리는 군사적 볼모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가가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에 찬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편 미국 정부는 27일 북한이 미국의 다음 목표가 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는 ‘언론의 추축 보도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 앞서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한미 양자협의에서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의 대북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북한과 대량살상무기, 특히 미사일과 관련해 진지하게 협상을 희망하고 있다”면서 “수차례 밝힌 바와 같이 미국의 대북대화 의지는 진지하다”고 말했다.

서 박사는 그러나 아프간전쟁의 조기 승리로 자신감을 얻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강경 입장으로 돌아서 북미간 협상이 결렬되고 ‘한반도에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비관적 견해가 최근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전쟁을 계기로 즉각적이고 강경한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대북 압박의 강도를 더욱 높일 수는 있다. 북한이 말하는 이른바 ‘고립압살책동’을 강화할 가능성은 높다는 것이다.

한편 재미언론인 김민웅 박사는 27일 본지와의 회견에서 “미국은 자신의 세계적 헤게모니 유지를 위해 이번 테러전쟁을 확대, 장기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한국에 대해서도 미제 무기 구매 압력 등 냉전형 대결체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미국의 이번 테러전쟁으로 그동안 한반도에 불었던 탈냉전의 기류가 역전될 위험이 높아졌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미국이 곧바로 북한을 대상으로 모종의 행동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이번 테러전쟁이 장기적으로는 남북화해 등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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