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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9.11이전 아프간전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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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 9.11이전 아프간전쟁 추진"

전쟁 목적은 석유 확보, 탈레반 거부하자 응징 나서

‘미국의 아프간전쟁은 9.11사태 훨씬 이전부터 계획되고 추진됐다’
미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www.wsws.org)는 지난 20일, 이번 테러전쟁의 기원에 대해 이처럼 놀라운 주장을 제기했다. 이 사이트는 지난 8개월간 영국, 프랑스, 인도 등의 언론 보도와 최신 저서 등을 인용, 미국의 전쟁 목표는 중앙아시아의 석유자원 확보이며(본보 10월 26일자 ‘미, 석유 확보도 노린다’ 참조) 이같은 미국의 요구에 끝내 협력하지 않은 탈레반 정권의 전복을 위해 이미 2000년부터 군사작전을 진행시켜 왔다고 주장했다.

9.11사태는 단지 미국의 전쟁 도발을 쉽게 해주는 명분 역할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그 증거로 탈레반 정권의 오사마 빈 라덴 비호가 명백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아프간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리지 않았고, 9.11사태 직전 대규모 테러 임박에 관한 명백한 경고가 있었음에도 미 정보기관이 이에 관한 수사를 방치했으며, 심지어 지난 8월에는 테러 용의자에 관한 추가 수사를 현장 수사요원이 요청했으나 FBI 상층부가 이를 불허했다는 사실 등을 꼽고 있다.

이 사이트가 제시하는 미국의 음모론은 모두가 구체적 언론 보도나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만큼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주요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

***아프간과 석유쟁탈전**

미국의 석유기업 우노칼(Unocal)은 카자흐스탄에서 아프간을 경유하는 송유관 건설을 위해 탈레반 정권과 집중적인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이 협상은 1998년, 오사마 빈 라덴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케냐 및 탄자니아 미 대사관 폭탄테러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다. 1998년 8월 클린턴 행정부는 아프간 동부, 빈 라덴의 훈련 캠프로 지목되는 장소를 순항미사일로 폭격했다. 미 정부는 또 탈레반 정권에 대해 빈 라덴의 신병 인도를 요구하며 아프간에 대해 경제제재를 가했다.

1999년 들어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압력은 점차 가중됐다. 그 해 2월 3일, 미 국무부 칼 인더퍼스 차관보와 대테러 책임자인 마이클 시한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탈레반 정권의 외무차관 압둘 잘릴을 만났다. 미 정부측은 빈 라덴에 의한 테러 공격이 또 다시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을 아프간측에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0월 3일자 워싱턴 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클린턴 행정부와 파키스탄의 나와즈 샤리프 정부는 1999년 오사마 빈 라덴 제거를 위한 합동 비밀 공작에 합의했다. 미국은 첩보위성 정보와 공군력, 그리고 자금을 제공하고, 파키스탄측은 아프간에 잠입해 제거 임무를 수행할 파쉬툰족 출신 공작 요원을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탈레반 전복 음모**

파키스탄측 공작팀이 결성됐고 이들은 1999년 10월에 빈 라덴 제거 작전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재직했던 전직 미 관리는 “작전이 추진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제거 음모의 성공 가능성에 고무된 클린턴의 한 측근이 “마치 크리스마스 전야와 같은 분위기였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 계획은 그러나 1999년 10월 12일 페르베즈 무샤라프 장군에 의한 군사쿠데타로 무산되고 말았다. 파키스탄의 새로운 지배자로 떠오른 무샤라프 장군이 비밀공작을 중단시킨 것이다. 결국 클린턴 행정부는 탈레반 정권에 대해 빈 라덴의 신병은 ‘적절한 당국’에(미국 여부는 명기하지 않고) 인도할 것을 요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채택하는 선에서 그치고 말았다.

***맥팔레인과 압둘 하크**

월 스트리트 저널 11월 2일자에 따르면 미국의 탈레반 정권 전복 음모는 2000년에도 계속됐다. 레이건 행정부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로버트 맥팔레인이 직접 쓴 이 기사에 따르면 맥팔레인은 시카고의 부유한 선물 투기꾼인 리치 형제를 도와 파키스탄 내 아프간 난민 중에서 반탈레반 게릴라를 모집, 육성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아프간내 반군 세력중 이들과 접촉한 사람이 바로 압둘 하크다. 무자헤딘 지도자중 한 사람이었던 하크는 지난 10월 자기 고향에서 반정부 대중폭동을 촉발시키려다 탈레반 정권에 발각돼 처형됐다.

맥팔레인은 2000년 가을부터 겨울에 걸쳐 하크를 비롯한 무자헤딘 지도자들과 접촉했다. 올 초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맥팔레인은 자신의 공화당 인맥을 활용해 국무부, 국방부는 물론 백악관 관리들과도 접촉했다. 맥팔레인과 접촉한 미 관리들은 모두 그의 반탈레반 군사행동을 적극 지지했다.

지난 여름 제임스 리치는 압둘 하크, 피터 톰슨 등과 함께 타지키스탄을 방문했다. 톰슨은 전임 부시행정부 당시 아프간 반군세력에 대한 미 정부 특사를 역임했던 인물이다. 그곳에서 이들은 북부동맹의 군사지도자 아메드 샤 마수드를 만나 탈레반에 대한 협공 계획을 논의했다. 북부동맹은 아프간 북부에서, 리치측은 파키스탄에서 탈레반에 공격을 가한다는 것이었다.

맥팔레인에 따르면 하크는 마침내 “지난 8월 중순 탈레반에 대한 공격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했다. 그는 최종 준비를 위해 파키스탄 페샤와르로 돌아갔다” 다시 말해 반탈레반 전쟁은 이미 9월 11일 이전부터 준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미 언론들은 대부분 리치 형제의 아프간 개입을 어릴 때의 향수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들이 어렸을 때인 지난 1950년대, 토목기사였던 아버지와 함께 아프간에서 산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1건의 언론 보도는 이들이 탈레반 정권과의 송유관 협상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1998년 제임스 리치는 아프간을 방문, 탈레반측과 사업 관련 협상을 벌였는데 당시 그를 동행한 사람 중에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석유기업인 델타 오일의 간부 한 명이 포함돼 있었다. 델타 오일은 아르헨티나 기업과 함께 아프간 경유 송유관 건설을 추진하고 있었다.

***CIA의 비밀 전쟁**

맥팔레인의 이같은 폭로는 압둘 하크의 죽음에 대한 책임 문제를 놓고 미국 내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와중에서 나온 것이다. 미 일각에서는 CIA가 하크의 아프간 공작을 지원하지 않아 결국 탈레반측에 의해 처헝당하는 것을 방관했다며 CIA의 ‘배신’을 비난했다.

CIA는 맥팔레인과 리치 형제를 신뢰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CIA는 나름대로의 아프간 비밀공작을 추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상 지역은 파쉬툰족이 거주하는 아프간 남부 지역이었다.

워싱턴 포스트 11월 18일자 1면 기사에 따르면, CIA는 1997년부터 아프간 남부지역에서 준군사작전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밥 우드워드인데 그는 미군 및 정보기관 고위관리로부터 고급정보를 빼내기로 유명한 언론인이다.

우드워드는 이 기사에서 비밀 준군사 조직인 특수행동국(Special Activities Division)의 투입 등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군사작전에서 CIA가 맡은 역할을 자세히 전하고 있다. 지난 9월 27일부터 전투에 투입된 SAD는 지상전투와 함께 프리데이터 무인정찰기를 활용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프리데이터는 정찰 임무도 수행하지만 원격조종에 의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공격용 무인 비행기이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SAD는 “통상 6인 1조로 움직이며 군복을 입지 않는다. 전투요원, 조종사, 전문가 등 1백5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대부분 오랜 실전 경험을 가진 미 퇴역군인들”이라고 한다. 우드워드는 또 “지난 18개월간 CIA는 아프간 남부 지역의 부족 및 군벌들과 협력해 왔으며 특수행동국 요원들은 탈레반 장악지역인 이 곳에 중요하고도 새로운 반탈레반 조직망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미국의 정보기관은 9.11사태가 일어나기 훨씬 전인 2000년 봄부터 아프간 정권에 대한 공격-테러리즘이라고 말해야 마땅한-을 추진해 왔던 것이다.

***전쟁 계획, 윤곽을 드러내다**

조지 부시 정권이 들어서면서 아프간에 대한 미 정책의 초점은 빈 라덴 제거를 위한 제한적 개입에서 탈레반 정권 전복을 겨냥한 보다 적극적인 군사개입으로 옮겨갔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제인 국제안보’(Jane's International Security)는 지난 3월 15일 미국의 신행정부가 인도, 이란, 러시아와 함께 “아프간 탈레반 정권에 대항하는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인도는 북부동맹측에 군사장비와 군사고문관, 헬기 기술자 등을 제공해 왔다. 또 인도와 러시아는 자신들의 아프간 공작을 위해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기지를 이용했다.

이 잡지는 “새로 조직된 미.인도, 인도.러시아 대테러 합동실무팀의 최근 몇차례 회합을 통해 탈레반에 대항하기 위한 전술 및 병참 협력이 이루어졌다. 델리의 정보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인도, 러시아, 이란은 지상에서의 반탈레반 군사작전을 주도하고, 미국은 북부동맹측에 정보 제공과 함께 병참 지원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5월 23일 미 백악관은 잘마이 할리자드를 국가안보위원회의 간부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대통령 특별보좌역 겸 걸프.남서아시아 지역 담당 선임 국장이라는 직책이었다. 할리자드는 레이건 행정부와 전임 부시 행정부 당시 미 정부에서 일한 바 있으며 공직을 떠난 후로는 석유기업 우노칼을 위해 일했다.

지난 6월 26일 인도 잡지 ‘인디아리액츠’(IndiaReacts)는 미국, 인도, 러시아, 이란의 반탈레반 공동전선에 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 잡지는 “아프간 근본주의 정권이 추가 경제제재에 굴복하지 않을 경우, 인도와 이란은 탈레반 전복을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제한적 군사행동’을 ‘실행에 옮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사계획의 이 단계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탈레반으로부터 마자르-이-샤리프를 탈환하려는 북부동맹에게, 우즈벡과 타지키스탄의 도움을 받아, 직접적인 군사지원을 제공할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지난 2주간의 사태발전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또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제3의 국가는 이미 지난 6월초부터 탈레반군 공격에 사용되기 시작한 탱크공격용 로켓포를 북부동맹측에 공급했다.

나아가 이 잡지는 “외교관들에 따르면 반탈레반 작전은 콜린 파월 미 국무장과과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간의 회담, 그리고 그후 파월 장관과 자스완트 싱 인도 외무장관간의 워싱턴회담 이후 시작됐다”고 전했다. 잡지는 또 “러시아, 이란, 인도간에도 일련의 협의가 있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외교활동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군사작전과는 달리 당초의 계획은 러시아군을 비롯해 우즈벡과 타지키스탄 군을 동원할 예정이었다. 인디아리액츠는 지난 6월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독립국가연합 회의 석상에서 곧 탈레반 정권에 대한 군사작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하고 있다.

9.11사태로 미국은 옛 소련 후계국가들의 군사력을 빌릴 필요없이 직접 아프간 사태에 개입할 명분을 확보하게 됐다. 아프간의 장래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확보한 셈이다.

***9.11 이전 미국의 전쟁 위협**

미국은 9.11사태가 나기 몇 달 전부터 아프간에 대한 군사행동을 위협했다. 이같은 보도는 9.11사태 직후 BBC 등 영국 언론이 보도했다.

BBC의 조지 아니 기자는 9월 18일 미 관리들이 지난 7월 중순 니아즈 나익 전 파키스탄 외무장관에게 탈레반 정권에 대한 군사행동 계획을 말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보도 내용의 일부이다.

“나익은 베를린에서 열린 유엔 주도의 아프간 관련 국제접촉그룹 회의에서 미 관리들이 자신에게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고 말했다”

“미국 대표들은 나익에게 만일 빈 라덴의 신병이 즉각 미국측에 인도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빈 라덴과, 탈레반 지도자 물라 오마르 모두를 죽이거나 생포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익에 따르면 보다 광범위한 계획은 탈레반 정권을 전복시키고 온건파가 주도하는 과도정부를-아마도 자히르 샤 전 국왕을 수반으로 하는-수립하는 것이다”

“나익이 들은 바로는 워싱턴측의 군사작전은 타지키스탄의 군사기지들로부터 시작될 것인데 이곳에는 이미 미 군사고문관들이 배치돼 있다”

“또한 나익에 따르면 이 작전에는 우즈벡도 참여하며 러시아군 1만7천명도 대기 상태에 있다”

“만일 군사행동이 실행에 옮겨진다면 그 시기는 아프간에 눈이 내리기 전, 즉 늦어도 10월 중순 이전에 시작될 것이라고 나익은 들었다”

이로부터 4일 후 영국 신문 가디언은 BBC의 이같은 보도를 확인했다. 지난 7월 중순 베를린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미국, 러시아, 이란, 인도 등 4개국 고위관리의 나흘간의 회담 이후 아프간에 대한 경고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 회의는 ‘아프간에 관한 난상토론’이라고 명명된 일련의 비밀회의 중 3번째 회합이었다.

회의 참가자들은 나익을 비롯한 파키스탄 군 장성들, 전 유엔 주재 이란 대사 사에드 라자이 호라사니, 압둘라 압둘라 북부동맹 외무장관, 전 아프간 담당 러시아 특사 니콜라이 코지레프와 수 명의 러시아 관리들, 그리고 미국 관리 3명이었다. 미국 관리들의 면면은 전 파키스탄 주재 미국 대사 톰 시몬스, 전 국무부 남아시아 담당 차관보 칼 인더퍼스, 리 콜드렌 등이었다. 콜드렌은 1997년까지 미 국무부에서 파키스탄, 아프간, 방글라데시 담당 데스크를 맡고 있었다.

이 회의를 소집하고 주재한 사람은 유엔의 아프간 담당 책임자인 프란체스크 벤드렐이었다.
회의의 표면적 목적은 아프간 문제의 정치적 해결책 마련이었으나 탈레반측은 참석을 거부했다. 이 회의에서 미국측은 부시 정권 이후 미 아프간 정책의 변화를 설명하면서 군사행동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미 전직 고위관리 3명은 특정한 군사위협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콜드렌은 가디언측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탈레반 정권에 대한 미국의 혐오가 너무나 심하기 때문에 군사행동을 검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나익은 미국 관리 중 1명이 다음과 같이 빈 라덴에 대한 행동이 임박했음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확실하다고 그들은 확신하고 있다. 모든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를(빈 라덴) 놓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무장 헬기 등을 동원한 공중 작전이 될 것이며 공개적으로, 그리고 아프간과 매우 인접한 지역에서 작전을 펼칠 것이다”

가디언은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고위 외교 소식통들이 어제(9월 21일) 밝힌 바에 따르면 탈레반측이 오사마 빈 라덴의 신병 인도를 거부할 경우, 전쟁에 돌입할 것이라는 위협은 파키스탄 정부를 통해 아프간 정부에 전달됐다. 탈레반측은 이 요구를 거부했지만 그들에게 전달된 내용의 심각성에 비추어 빈 라덴의 9.11테러는 갑자기 계획된 것이 아니라 그가 느낀 미국의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선제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

***부시, 석유와 탈레반**

지난 15일 프랑스에서는 부시 행정부와 탈레반 정권간의 비밀 접촉의 실상을 밝히는 책이 발간됐다. ‘빈 라덴과 감춰진 진실’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전직 프랑스 정보 요원이며 빈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 조직에 관한 책을 펴낸 장-샤를 브리샤르와 탐사보도 전문 기자인 기욤 다스키가 함께 썼다.

저자들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는 탈레반 정권이 중앙아시아 석유자원 개발과 관련한 미국의 계획에 협력하기만 한다면 탈레반의 테러 지원과는 무관하게 이들과 협력할 용의가 있었다.

저자들은 미국 정부가 지난 8월까지만 해도 탈레반을 “중앙아시아를 가로지르는 송유관 건설을 가능하게 해 줄 중앙아시아의 안정의 한 근원”으로 간주해 왔다고 주장한다. “에너지 안보를 기반으로 한 미국의 명분이 군사적 명분으로 변화한 것”은 탈레반측이 미국측의 요구를 거부한 이후라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는 탈레반 정권이 오사마 빈 라덴을 아프간 영내에서 보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클린턴 행정부나 부시 행정부가 아프간을 국무부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려 놓지 않았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아프간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렸다간 미국의 석유기업이나 건설회사가 중앙아시아의 석유자원을 운반한 송유관 건설에 관한 계획을 카불 정부와 협상하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와 탈레반간의 대화는 부시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시작됐다. 3월에는 탈레반측 특사가 아프간 특산물인 값비싼 카펫을 비롯해 신임 대통령을 위한 선물을 가지고 워싱턴에 도착했다. 그러나 대화 자체는 정중한 것이 아니었다. 브리사르에 따르면 “협상 도중 미국측 대표는 아프간 특사에게 ‘우리가 제안한 황금방석(a carpet of gold)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당신들을 융단폭격(a carpet of bombs)으로 묻어 버리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백악관은 송유관 건설에 관한 협상에 여지가 남아 있을 동안은 오사마 빈 라덴에 관한 수사를 저지했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7월 FBI 부국장인 존 오닐은 이같은 백악관의 수사 방해에 대한 항의로 직책을 사임했다. 오닐은 인터뷰를 통해 저자들에게 “이슬람 테러리즘에 관한 수사를 방해한 주요 장애물은 미국 석유기업들과 이에 부화뇌동한 사우디 아라비아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기묘한 인연으로 오닐은 FBI를 떠난 후 뉴욕 세계무역센터의 경비 책임자로 옮겼다가 9.11사태때 목숨을 잃었다.

저자들은 나이즈 나익의 베를린 비밀 회동에 관한 증언을 뒷받침하듯, 탈레반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승인을 받으려면 카자흐스탄으로부터의 송유관 건설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탈레반 관계는 점차 험악해졌으며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의 미 특사 크리스티나 로카와 탈레반측 대표와의 회담이 결렬된 8월 2일을 고비로 완전히 깨져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약 2달 후 미국은 카불을 폭격하기 시작했다.

***선동의 정치학**

9.11사태 직후 미국 바깥의 언론들은 미 정보기관들이 대규모 테러공격에 관한, 납치 비행기의 이용을 포함한, 특정한 경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미국 정부의 최고위급에서 이러한 공격이 일어나도록 방치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아마도 아프간전쟁을 위한 계기를 찾고 있었던 이들은 테러의 규모가 그토록 엄청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프랑스령 모로코 출신으로 미국의 비행학교에서 조종 훈련을 받으려 했던 자카리아스 마사위에 대한 수사를 FBI 고위관리가 저지한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난 8월초 마사위를 체포한 미네아폴리스의 현지 FBI 요원들은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 압수 등 추가 수사를 FBI 본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FBI는 상층부는 마사위의 범행 의도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이 요청을 거부했다. 수많은 인권 침해의 전력을 갖고 있는 기관의 결정치고는 너무나 놀라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정부가 테러 공격의 세세한 측면까지를 기획하고 연출했다거나 5천명 가까운 미국인의 희생을 사전에 예상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오사마 빈 라덴과 연계가 있는 수십명의 이슬람 과격분자들이, 3개 대륙에 걸친 거대한 음모를 진행시켰음에도, 모든 미 정보기관들이 전혀 눈치도 채지 못했다는 미 정부의 공식 설명은 이번 사건에 관한 한 가장 개연성이 떨어지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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