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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석유의존이 9.11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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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석유의존이 9.11 불렀다

평화ㆍ생태보전 원한다면 석유의존 줄여라

다음은 미 시애틀에서 발행되는 시애틀 포스트-인텔리젠서의 18일자 사설 ‘석유와 전쟁과의 연관을 아는가’를 번역한 것이다. 이 사설은 중동지역의 평화, 나아가 지구생태계의 보전을 위해서는 미국경제의 과도한 석유 의존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 테러전쟁은 오사마 빈 라덴 등 테러리스트의 제거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 뿌리에는 중동지역의 석유자원에 대한 미국의 집요한 집착이 있다. 석유자원의 확보를 위해 미국은 사우디 아라비아 등 전제정권을 비호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아랍인들의 반미감정은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지구상의 석유는 이르면 40년내에 바닥이 난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 전쟁은 미국과 아랍권의 정치.군사적 갈등일 뿐만 아니라 유한한 자원을 둘러싼 자원쟁탈전의 측면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쟁의 장기적, 생태적 의미를 짚어 보는 의미에서 이 글을 게재한다. 편집자



미국의 테러전쟁과 미 국민의 내연기관에의 의존은 직접적이고도 불가피한 연관관계가 있다.

석유가 필요없었다면 미국은 결코 중동문제에 그토록 과도하고 또 위험스럼게 개입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의회는 이처럼 값비싼 희생을 요구하는 (석유와 전쟁과의) 연관에 애써 눈을 감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아프가니스탄에 무차별 융단폭격이 가해지고 우리의 자식들이 외국의 전쟁터에서 싸늘한 시체가 돌아오는 지금이야말로 석유에의 과도한 의존을 줄일 수 있는, 보다 합리적이고 장기적인 에너지대책의 기초를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우유부단한 연방 의원들은 다시 한번 이 도전으로부터 꽁무니를 빼고 있다. 미 의회는 이번 회기에도 광범위한 에너지정책의 입안을 포기했다. 이는 중대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너무도 오랫동안 미국은 탐욕스럽게 기름을 잡아먹는 내연기관에 석유를 채워주는 것이 에너지 안보의 전부라고 생각해 왔다. 이는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그리고 생태적으로 절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석유 확보를 위해 미국은 너무도 쉽게, 옳지 않은 야합을 해 왔다. 이같은 야합은 특히 중동지역에서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지금도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로부터 매일 70만 배럴의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 또 석유를 얻기 위해 사우디 아라비아에 미군을 주둔시킴으로써 이슬람 성지를 더럽혔고 현지인들을 분노케 했다.

이같은 전략은 언젠가는 반드시 우리에게 매우 값비싼 경제적, 정치적, 생태적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4분의 1 값에 석유를 사 쓰는 미국의 소비자들은 그 연관관계도 모른 채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하이웨이를 달리고 있다.

9.11사태는 우리의 실패한 에너지의 정책의 진정한 대가가 무엇인가를 똑똑히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의회는 21세기의 에너지 문제에 19세기식 해결책을 추구하고 있다. 공화당 지도자들은 북극 자연생태공원의 유전 개발이 에너지 수요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기가 막힐 정도로 어리석은 에너지 안보 대책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당장 유전개발을 한다 해도 소비자가 사용하기까지에는 10년이 걸리는 데다 그 양도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미 하원을 통과한 에너지법안은 오히려 예전보다 후퇴했다. 석유와 전력, 핵발전산업에는 엄청난 세금 감면 혜택을 준 반면 진정한 에너지 자립의 방편이 될 수 있는 에너지 보존 기술이나 재생에너지 개발 기술에는 눈꼽만큼의 혜택만 주었기 때문이다. 상원은 아직 법안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해결책을 몰라서가 아니다. 수많은 해결책이 제시됐으며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이러한 해결책들은 지금부터 실천에 옮겨져 석유에의 의존을 점진적이며 질서있게 줄여 가야 한다. 지구 온난화를 초래하는 자원수탈적 기술문명을 유지시키기 위해 더 많은 석유 확보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내연기관을 점차 없애가는 것, 그것이 에너지 안보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가까운 장래에 에너지 보존이, 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기계 및 자동차 개발과 함께, 우리 에너지 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그러나 거대 기업의 몸종이 돼버린 의원들은 보다 연비가 높은 자동차의 개발 의무화 같은, 아주 명백하고 기술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는 법의 제정을 완고하게 거부하고 있다.

한편 대체에너지원을 적극 개발해 단계적으로 내연기관을 대체토록 해야 한다. 지금부터 이러한 기술개발에 착수하지 않는다면 지구상에 남아 있는 석유의 마지막 한방울을 사용할 때까지 전기 자동차나 수소전지 자동차는 개발되지 못할 것이다.

태양발전이나 풍력발전도 마찬가지다. 정부로부터 거의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 에너지는 엄청난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석유산업과 경제적으로 경쟁을 할 수가 없다. 또한 비행기보다 훨씬 에너지 효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빈사상태에 빠져 있는 철도시스템을 회생시키는 것도 에너지 정책의 우선과제가 돼야 한다.

이 나라를 이토록 석유의존적으로 만든 무지몽매한 사고의 전형적 사례는 현재 환경청(EPA)과 에너지부 사이의 갈등에서도 잘 드러난다. 에너지부는 가정용 에어컨의 에너지 효율을 30% 이상 향상시키라는 환경청의 요구에 필사적으로 맞서고 있다.

크리스틴 휘트먼 환경청장은 산업측이 새로운 에너지 기준을 반대하고 있지만 환경청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환경청은 “기업의 생존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그게 아니다. 정부의 의무는 에너지 소비를 줄임으로써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는 것이지, 환경친화적 에너지 효율 향상을 달성할 수 없는 기업까지 먹여 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부시 행정부와 의회는 이 나라의 장래에 투자를 해야 한다. 기업을 살찌우는 것이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아프간 사태는 우리가 석유의존적인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얼마나 값비싼 희생을 치르고 있는가를 똑똑히 알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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