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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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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39>

제5강 주역(周易)-19

***4)화수미제(火水未濟)-1**

화수미제 괘는 64괘의 제일 마지막 괘입니다. 마지막 괘라는 사실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먼저 화수미제 괘를 그려보지요. 물(☵)위에 불(☲)이 있는 모양입니다. 다음과 같은 모양입니다.



이 화수미제 괘의 경우도 괘사와 단전 상전만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괘사를 읽어보지요.

未濟亨 小狐汔濟 濡其尾 无攸利

未濟(미제) : 끝나지 않음. 小狐(소호) : 어린 여우.
迄(흘) : 거의 濡(유) : 물에 적시다.

미제 괘는 형통하다. 어린 여우가 강을 거의 다 건넜을 즈음 그 꼬리를 적신다.
이로울 바가 없다.

강을 거의 다 건넜다는 것은 일의 마지막 단계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꼬리를 적신다는 것은 물론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습니다만 작은 실수를 저지른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효사에 머리를 적신다(濡其首- 上九)는 표현이 있는데 이것은 분명 꼬리를 적시는 것에 비하여 더 큰 실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단전을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彖曰 未濟亨 柔得中也 小狐汔濟 未出中也 濡其尾 无攸利 不續終也 雖不當位 剛柔應也

미제 괘가 형통하다고 하는 까닭은 음효가 중(中 즉 제5효)에 있기 때문이다. 어린 여우가 강을 거의 다 건넜다 함은 아직 강 가운데로부터 나오지 못하였음을 의미한다. 그 꼬리를 적시고 이로울 바가 없다고 한 까닭은 끝마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모든 효가 득위하지 못하였으나 음양상응을 이루고 있다.

미제 괘에서 중요하게 지적할 수 있는 것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제5효가 음효라는 사실이 이 괘가 형통하다는 근거로 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5효는 양효의 자리입니다. 그리고 괘의 전체적 성격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자리입니다.

그래서 중(中)이라 합니다. 대체로 군주(君主)의 자리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이 중(中)의 자리에 음효가 있는 것을 높게 평가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단전의 해석에 근거하여 동양사상에 있어서는 지(地)와 음(陰의) 가치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미제 괘의 경우뿐만이 아니라 많은 경우에 중(中)에 음효(陰爻)가 오는 경우를 길형(吉亨)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양음(陽陰)이라 하지 않고 반드시 음양(陰陽)이라 하여 음(陰)을 앞에 세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양사상은 기본적으로 땅의 사상이며 모성(母性)의 문화라는 것이지요.

다음으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꼬리를 적시고’, ‘이로울 바가 없으며’, 또 그렇기 때문에 ‘끝마치지 못한다’는 일련의 사실입니다.

나는 이 사실이 너무나 당연한 서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실수와 실수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그러한 실수가 있기에 그 실수를 거울삼아 다시 시작하는 것이지요. 끝날 수 없는 것입니다.

세상에 무엇 하나 끝나는 것이라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바람이든 강물이든 생명이든 밤낮이든 무엇 하나 끝나는 것이 있을 리 없습니다. 마칠 수가 없는 것이지요.

세상에 완성이란 것이 있을 리가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64개의 괘 중에서 제일 마지막에 이 미완성의 괘를 배치하지 않았을까 생각하지요.

그리고 비록 (모든 효가) 마땅한 위치를 얻지 못하였으나 강유(剛柔) 즉 음양이 서로 상응하고 있다는 것으로 끝맺고 있는 것도 매우 의미심장하다고 봅니다.

지난번에 설명을 하였습니다. 위(位)와 응(應)을 설명하면서 비록 실위(失位)이더라도 응(應)이면 무구(無咎) 즉 허물이 없다고 했지요. 위가 개체 단위의 관계론이라면 응은 개체간의 관계론으로서 보다 상위의 관계론이라 할 수 있다고 하였지요.

실패한 사람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은 인간관계에 있다는 것이지요. 응(應) 즉 인간관계를 디딤돌로 하여 재기하는 것이지요. 작은 실수가 있고, 끝남이 없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담지하고 있는 상태 등등을 우리는 이 단전(彖傳)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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