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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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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38>

제5강 주역(周易)-18

***3)산지박(山地剝)-2**

산지박(山地剝) 다음 괘가 지뢰복(地雷復)괘입니다. 다음과 같은 모양입니다.



땅 밑에 우레가 묻혀있는 형상입니다. 잠재력(雷)이 땅 밑에 묻혀있는 형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復)은 돌아온다는 뜻입니다. 광복절(光復節)의 복(復)입니다.

‘一陽復來 一陽生 朋來无咎 反復其道 春來’가 괘사입니다.

상구(上九)가 최후의 양심(良心), 최후의 이상(理想)이고 그것이 결코 사라지는 법이 없다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희망은 있는 셈이지요. 박괘는 64괘 중 가장 어려운 상황을 상징하는 괘이지만 동시에 희망의 언어로 읽을 수 있다는 변증법을 발견합니다.

이 박괘는 흔히 혼돈세상(混沌世上)에서 사상적 순결성(純潔性)과 지조(志操)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으로 풀이하기도 하고 어려운 때일수록 현명한 판단과 의지가 요구된다는 윤리적 차원에서 풀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가빈사양처(家貧思良妻), 세란식충신(世亂識忠臣), 질풍지경초(疾風知勁草)등이 그러한 풀이입니다. 가정이 어려울 때 좋은 아내가 생각나고, 세상이 어지러울 때 충신을 분별할 수 있으며 세찬 바람이 불면 어떤 풀이 곧은 풀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다시 한 번 생각하여야 할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희망을 만드는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비단 이 박괘의 상전(象傳)과 단전(彖傳)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희망을 만들어 가는 방법에 관하여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은 고난의 언어이며, 희망은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고난에 처하여 가능성을 경작하는 방법이 과연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감나무 끝에 달려 있는 감입니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어린이도 그렸습니다.

이 마지막 남아 있는 감이 희망을 상징하고 그것이 사라지지 않고 ‘씨 과실’이 되어 다음 단계의 가능성으로 땅 밑에 묻혀서 싹이 트고 자라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은 이 그림이 이야기하고 있듯이 무엇보다 모든 잎사귀를 떨어버리고 나목(裸木)으로 서는 일입니다. 거품을 걷어내는 일이지요. 그리고 앙상하게 드러난 가지를 직시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거품을 걷어내고 화려한 의상을 벗었을 때 드러나는 ‘구조(構造)’를 직시하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소위 ‘IMF사태’가 왔을 때 내심 이것이 기회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식량자급율 27%, 그나마 그 27%는 기름으로 짓는 농사입니다. 그리고 기름은 100% 수입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IMF사태는 우리의 취약한 구조를 직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였지요. 그리고 그 구조의 개혁을 단행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소위 문민정부의 출범 때에도 그러한 기회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1만달러 소득이라는 과거 군사정권시절의 거품과 허위의식을 청산하고 4, 5천달러에서 다시 시작하는 용단이 필요하였지요.

그러나 그 때나 IMF때나 미봉책으로 그치고 말았습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물론 우리가 주체적 결정권을 갖지 못하는 종속성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세계경제구조의 중하위권에 편입되어 있다는 사실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모든 책임을 그쪽으로 돌리는 것도 문제가 있지요. 그러한 인식능력과 의지력(意志力)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더 근본적인 이유인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희망은 현실을 직시하는 일에서부터 키워내는 것이라는 것을 박괘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모든 가능성은 현재의 실상(實狀)을 직시함으로써 시작되는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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