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신영복 고전강독 <36>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신영복 고전강독 <36>

제5강 주역(周易)-16

***2) 천지비(天地否)-2**

천지비(天地否) 괘의 대상(大象)은 다음과 같습니다.

象曰 天地不交 否 君子以 儉德辟難 不可榮以祿

儉德(검덕) : 유덕함을 숨김.
辟難(피난) : 난을 피함. 祿(녹) : 벼슬.

천지는 서로 교통하지 못하고 막혀있다. 군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유덕(有德)함을 숨김으로써 난을 피하여야 한다. 그리고 관록(官祿)을 영광으로 생각하여 벼슬에 나아가서는 안 된다.

천지비 괘는 한마디로 폐색(閉塞)의 상황을 보여줍니다. 식민지 상황은 물론이고 해방 후의 현대사를 통하여 줄곧 이러한 상황을 경험하였지요. 이러한 폐색의 상황에서는 지혜를 숨기고 어리석음(愚)을 가장하여 권이회지(卷而懷之)하며, 나아가기(進)보다는 물러나기(退)를 택하여 강호(江湖)에 묻히는 것이 처세(處世)의 일반적 방식이지요.

지천태 괘와 천지비 괘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어느 것이나 다 같이 교(交)와 통(通)이라는 코드로 해석하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교(交)와 통(通)이 곧 ‘관계’입니다. 이것이 주역에서 우리가 확인하는 관계론적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이 있습니다. 지천태 괘가 가장 좋은 괘이고 반대로 천지비 괘는 가장 좋지 않은 괘인 것은 위에서 본 대로입니다.

그러나 태(泰)괘와 비(否)괘의 내용을 검토하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즉 태(泰)괘의 전반부는 매우 순조롭고 상승적인 반면에 후반부는 어렵고(艱難) 쇠락(衰落)하는 국면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여 비(否)괘는 전반부가 간난과 쇠락의 국면임에 비하여 후반부가 오히려 순조롭고 상승적인 국면을 보여줍니다.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태(泰)괘의 후반과 비(否)괘의 후반이 같은 성격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1>

태(泰)괘는 선길후흉(先吉後凶)임에 비하여 비(否)괘는 선흉후길(先凶後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동양적 사고에 있어서는 선흉후길이 선호됩니다. 장자(莊子)의 조삼모사(朝三募四)도 그러한 것이며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정서가 그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태괘가 흉하고 비괘가 길하다는 길흉도치의 역설적 구조를 읽을 수 있습니다. 주역은 이처럼 어떤 괘를 배타적으로 규정하는 법이 없고 또 미리 주어진 고정적 성격으로 규정하는 법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존재론적으로 규정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대성괘(大成掛)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성괘 역시 다른 대성괘와의 관계에 의하여 재해석되는 중첩적 구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