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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이행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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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이행 (5)

[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길] 중립 지향적인 군사구조 ➂

한반도의 중립화 통일에 대비할 20~30만 명의 군대로 군비축소하고 이에 걸맞는 안보 패러다임을 새로 정립하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방법론은 무엇인가? <① 침략행위에 가담하지 않고 ② 외국군대의 주둔, 외국군대의 기지를 허용하지 않고 ③ 핵무기 사용을 금지하는 비핵지대를 지향하는> 중립 국가의 군사구조를, 어떠한 원리에 의해 만들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고르바초프의 '합리적 충분성' 원리에 입각한 전수방어에 있다.

1. '합리적 충분성' 원리에 입각한 전수방어

'합리적 충분성(reasonable sufficiency; 합리적 방어의 충분성)' 원리는 소련 공산당 제27차 및 제28차 전당대회, 1987년 베를린 문서(Berlin Document), 1987년 9월 프라우다(Pravda)와의 고르바초프 회견, 그리고 1988년 12월의 유엔 연설 등에서 '피해갈 수 없는 국가의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라고 언급되었다.

합리적 충분성의 내용은 소련 군사력의 근본적인 역할이 소련과 동맹국에 대한 침략을 격퇴하기에는 충분한, 그러나 공격을 감행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도록 명백하게 방어적인 것으로 군사조직을 재편성하고, 그 규모는 합리적이고 신뢰할 만한 충분한 수준에서 일방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위의 합리적 충분성의 원리를 한반도에 적용하면, '남한 정부가 북한에 대한 침략을 격퇴하기에는 충분한, 그러나 공격을 감행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도록 명백하게 방어적인 군사구조로 개편하고, 군사조직의 규모는 합리적이고 신뢰할 만한 충분한 수준에서 일방적으로 유지해야한다.'

이 군사구조는 남북한이 공동노력으로 중립화 통일을 추진하는데 적절한 수준이다. 무엇보다도「고려민주연방제 방안」에 따라 ① 20~30만의 민족연합군이 ② 중립노선을 견지하는 연방국가의 군대로서 ③ 평화애호적인 대외정책을 실행하는 방침과도 잘 어울리므로, 북한 측에도 '그러한 군사구조 아래에서 중립화 통일을 추진하자'고 부담 없이 제의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이러한 장점을 살리려면, 북한에 대한 총체적인 군사력 우위에 선 남한의 대통령이 고르바초프처럼 새로운 사고, 즉 '안보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군사력을 일방적으로 감축하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더 강한 국력을 가진 남한 정부가 일방적인 군축을 시행하지 않는 한 남북한 간의 원만한 군축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예나 지금이나 'zero sum game에 의한 군축'은 이루어진 적이 없다. 더 가진 자가, 더 힘이 있는 자가 선도적으로 군축을 선언함과 동시에 화해의 외교를 추진하는 길만이 중립화 통일에 다가가는 첩경이다.

이렇게 획기적인 안보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해서는 북한을 주적으로 삼고 있는 안보관부터 폐기하지 않으면 안 되고, DMZ 부근에 남북한이 배치한 대량파괴 무기를 일방적으로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남한 정부가 '합리적 충분성' 원리에 따라 군축을 먼저 선언하면 북한도 이에 부응할 것이다. 이 때 비로소 6.15 공동선언이 군사적으로 실천되는 입문에 들어설 것이다.

남북한이 각기 '합리적 충분성' 원리를 지키면 저절로 전수방위 자세를 취하게 될 것이다. 남북한 정부가 '합리적 충분성' 원리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침략을 격퇴하기에 충분한, 그러나 공격을 감행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방어적인 것으로 군사조직을 재편성하는 것 자체가 전수방위를 예약하는 일이다.

남북한이 '합리적 충분성' 원리에 따른 방어정책을 취하면 DMZ 부근의 미사일도 장사포도 전차도 최첨단 군사감시 장치도 불필요하다. 망원경 정도로 상대방의 진지를 지켜보며 방어 하면 된다. 대량파괴 무기도 중무장도 전혀 필요하지 않고 재래식 무기로 상대방의 침입을 억제할 만큼의 자위력을 보유하면 된다. 한미 연합군이 북한을 종심 공격할 필요도 없으며 남북한군 당국이 상대방의 영토에 스파이를 보내 군사 정보를 염탐할 필요도 없다. 남북한이 실정법상 방어할 땅, 영해, 영공만을 전적으로 지키는 전수(專守)방어에 임하면 된다. 이 정도로 남북한의 전력(戰力)을 감축하는 '군축' 없이는 중립화 통일에 대비한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없으며, 남북 공동안보를 시도할 수 없다.

'합리적 충분성 원리에 입각한 전수방어'는 스위스 정부의 중립 개념(주1)과 오스트리아의 중립헌법(주2)과 잘 조화되므로, 중립화 통일을 위한 군사구조를 만드는데 있어서 정당성을 지닌다. 스위스ㆍ오스트리아의 중립 모델과 잘 어울리는 '합리적 충분성 원리에 입각한 전수방어'의 군사구조를 남북한이 지향할수록 국제적인 정당성이 높아져 중립화 통일이 앞당겨질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의 중립화 통일을 위해 '합리적 충분성 원리에 입각한 전수방어'의 군사구조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군비축소(군축)이므로, 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이행표에 따른 단계별 군축을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2. 단계별 군축 추진

1) 제1단계; 군비 통제와 군축을 병행함(김승국, 122~124)

군비통제와 군축은 개념상 다르지만 남북 기본합의서(1991년 12월 체결)에 따라 병행할 수 있다. 남북 기본합의서 제12조는 군사공동 위원회가 '대규모 부대 이동과 군사 훈련의 통보 및 통제 문제, 비무장 지대의 평화적 이용 문제, 군 인사 교류 및 정보교환 문제, 대량 살상 무기와 공격 능력의 제거를 비롯한 단계적 군축 실현 문제, 검증 문제 등 군사적 신뢰 조성과 군축을 실현하기 위한 문제를 협의 · 추진한다'고 규정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이처럼 군비통제와 군축을 병행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체결 직후인 1992년 초 북한의 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간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군축지향적인 제의를 수 없이 했으나, 군비통제 지향적인 남한 쪽에서 메아리가 없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주3) 남한이 구두선처럼 외치는 신뢰구축 마저 잘 되지 않는 한반도의 정세에서 군비통제와 군축을 병행하면서 제1단계를 군사적으로 매듭짓는 지혜가 아쉽다.

군비통제 · 군축 병행의 핵심은 남북한의 신뢰구축 · 적대관계 해소에 있다. 남북 간의 군사적 적대를 해소하는 첩경은, '남북한이 서로 주적(主敵) 관계로 설정한 군사전략'의 마찰을 줄이는데 있다. 같은 동포임에도 불구하고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군사적으로 상호 주적인 상태를 해소하는데 주력해야한다. 이러한 군사적 상극 상태에 평화의 바람을 넣어 군사적 상생 관계, 즉 남북 공동안보의 기틀을 마련해야하며, 이에 걸맞는 안보 패러다임의 전환-냉전구조의 해체가 뒤따라야 한다.

주1) 중립에 대한 스위스 정부의 공식 개념; 영세중립국이 전쟁에 휘말려들지 않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하고, 또 교전상태에 관여될 가능성이 있는 어떤 행동도 삼가야 한다. 영세중립국의 2대 공약은 평화시에는 더 이상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① 정치적 중립은 전쟁에 휘말려들지 않도록 대외정책을 유지해야 하는 중립국의 의무를 구성한다. 특히 전쟁 가담을 의무화하는 모든 조약, 예컨대 침략동맹이나 상호효과를 갖는 방위협약, 보장협정이나 집단안전보장 협정 등을 회피해야 한다.
② 군사적 중립은 일반적으로 말해 영세중립국이 타국과의 어떠한 군사협정에도 가담해서는 안 된다는 정도로 여기에서 언급해 둔다. 그 밖에는 제1항(정치적 중립)의 모든 사항이 여기에서도 적용된다.(강광식, 317~318)

주2) 오스트리아 중립헌법 제1조 제2항; 오스트리아는…어떠한 군사동맹에도 가입하지 않을 것이며, 외국의 군사, 기타의 설치를 그 영토 내에 허용하지 않는다.
<제안 설명>; 영세중립 국가는 전쟁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는 어떠한 연결도 맺지 말아야 할 의무를 진다. 따라서 군사동맹을 맺어서는 안 되며, 그 영토 내에 외국 군사, 기타의 설치를 허용해서도 안 된다. 다른 나라들 간의 모든 전쟁에 있어서 영세중립 국가는-해당 전쟁에만 중립적인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국제법적인 중립국 규범을 지켜야 한다.(강광식, 324)

주3) 남북한의 군비통제 · 군축 제안의 차이점에 관하여, 『코리안 엔드게임』(셀리그 해리슨 지음/ 이 흥동 외 옮김, 2003)의 제12장을 참고할 것.


<인용 자료>
* 강광식『중립화와 한반도 통일』(서울, 백산서당, 2010)
* 김승국『한반도의 평화 로드맵』(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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