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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수백만 기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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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수백만 기아 위기

전쟁, 가뭄에 이젠 추위까지

전쟁과 약탈에 뒤이은 추위의 엄습으로 수백만 아프간인들의 아사 위기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본부를 두고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의 대변인 린지 데이비스는 지난 7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저 기적을 기다릴 뿐”이라며 사정의 절박함을 호소했다.

한달전, WFP는 이달 중순까지 최대 7백50만명이 식량 배급을 받아야 한다며 한달에 최소한 5만t이 배급돼야 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WFP가 공급한 식량은 1주 평균 2천t에 불과했다. 식량위기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22년간의 내전, 3년동안의 가뭄, 그리고 지난 10월초부터 본격화된 미국과의 전쟁으로 아프간은 지금 최악의 식량위기를 맞고 있다. 게다가 겨울이 다가오고 있고 탈레반과 반군측의 전투와 약탈행위 등으로 식량수송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민간구호단체인 옥스팜의 대변인 매트 그레인저는 “지금 아프간은 정보의 완전한 암흑지대”라면서 “대부분의 통계는 3개월전 수치이며 이제는 현장 접근마저 불가능해 기아의 실태 파악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벌써 몇몇 지역은 아사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가뭄 피해가 심각한 중부 고원지대의 하자자랏 지역과 북서부 판즈쉬르 지역 등이 대표적인데 이곳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안주만 고개는 벌써 1m 높이의 눈이 내려 접근이 어려운 실정이다. WFP는 안주만 고개가 통행 불능이 되기 전에 3만9천t의 식량을 수송해야 한다고 추산했으나 지난 열흘간 수송된 식량은 8천t에 불과했다.

WFP는 겨울철 식량 수송을 위해 제설장비가 달린 스웨덴제 트럭 50대를 공수하고 극지(極地) 전문가를 초빙해 안주만 고개 정상에 보급 중개소를 설치할 계획이지만 과연 식량수송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한편 탈레반과 반군간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바드기스, 고르, 바글란 등 7개 지역은 식량 수송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며 현재 상태를 방치할 경우 연말이면 식량이 바닥날 지경에 있다. WFP는 이들 7개 지역의 주민 50만명이 겨울을 나려면 최소 2만7천t의 식량이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접근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처럼 급박해지자 WFP는 구호 식량의 공중 투하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민간구호단체들은 현실성이 없다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수송기의 비행 안전이 보장돼야 하고, 투하 지역에서 식량을 수령할 현지 요원이 있어야 하는 등의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국토 전체가 지뢰밭인 아프간에서 식량 공중 투하는 죽음에의 초대나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미국의 아프간전쟁은 수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야만으로부터의 문명 수호를 내세우며 미국이 벌이는 테러전쟁이 테러와는 무관한, 수없는 양민의 목숨을 앗아가는 새로운 야만을 낳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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