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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가 보는 '테러와의 전쟁'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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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가 보는 '테러와의 전쟁' <3>

미국은 왜 反테러 결의안에 반대했나

국가 테러는 지구상의 다른 지역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프리카를 예로 들어 보지요. 레이건 행정부 재임때로만 한정을 해도 미국과 영국의 지원을 받은 남아공의 테러로 주변국 국민 약 1백50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약 6백억 달러의 재산상 피해를 입었습니다. 다른 지역을 더 훑어본다면 더 많은 국가 테러 사례를 추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조금전 조그만 사례를 들었던 테러와의 최초의 전쟁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전쟁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될까요? 그것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제까지 말한 사례들은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지난 한달간 지구촌의 주요한 화두였던 테러와의 전쟁과 관련한 현재의 논의와 무관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아이티, 과테말라, 그리고 니카라과**

조금전 나는 니카라과가 서반구에서 2번째로 가난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가난한 나라는 어디일까요? 바로 아이티입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아이티는 20세기에 미국의 간섭을 가장 많이 받은 희생자입니다. 우리는 이 나라를 완전히 망쳐 버렸습니다.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된 것이지요.

미국의 간섭 빈도로 치자면 니카라과가 2등입니다. 2번째로 가난한 나라가 됐지요. 사실 니카라과는 과테말라와 2위 자리를 경쟁하고 있습니다. 1,2년마다 2위 자리가 뒤바뀌고 있으니까요. 두 나라는 또한 미 군사개입의 주요한 목표물로서도 경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그저 우연의 일치로 치부하고 싶어 합니다. 역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이. 과연 그럴까요.

***콜롬비아와 터키**

크게 보아 1990년대 최악의 인권 침해 국가는 콜롬비아입니다. 테러와 인권 침해를 자행하고 있는 콜롬비아는 또한 90년대 미 군사원조의 최대 수혜국이기도 합니다. 1999년 콜롬비아는 미 군사원조 수혜국 1위 자리를 터키로부터 빼앗았습니다. 별도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빼놓고 말입니다. 이같은 사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 줍니다.

터키가 그토록 많은 미제 무기를 원조받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터키는 언제나 미국으로부터 많은 무기를 원조받았습니다.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고 나토 회원국이라는, 뭐 그런 이유 등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터키로의 무기 원조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지난 1984년의 일입니다. 냉전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러시아의 붕괴와는 상관이 없다는 얘기죠. 터키로의 미제 무기 유입은 1984년부터 1999년까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1999년부터 규모가 감소하면서 콜롬비아가 1위가 됩니다.

1984년부터 1999년까지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1984년 터키는 국내 남서부에 있는 쿠르드족에 대해 대대적인 테러전쟁을 시작합니다. 바로 그때부터 미국의 군사 원조가 늘어난 것이지요. 권총 따위를 원조한 것이 아닙니다. 전투기, 탱크, 군사훈련 등 온갖 지원을 했습니다.

터키군의 학살이 점점 더 강도를 높여가는 동안 군사원조도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정점은 1997년이었습니다. 1997년 한해 동안 터키로 간 미국의 군사원조는 1950년부터 1983년까지를 합한 것보다도 많았습니다.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2,3백만의 난민을 양산해 낸 것이지요. 90년대 후반 최악의 인종청소중 하나였습니다. 민간인 수만명이 죽임을 당했고 마을 3천5백개가 파괴됐습니다. 나토의 공습을 받은 코소보사태보다도 더 참혹했습니다.

그 인종청소에 필요한 무기의 80%를 미국이 대주었습니다. 학살의 규모가 커지면서 군사 원조가 많아져 1997년에 정점에 이르렀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1999년에 군사원조가 줄어든 것은 테러가 통했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자의 테러는 통하기 마련입니다.

다시 말해 1999년이 되면서 터키의 테러, 물론 다른 사람들은 대테러(counter terror)라고 말하지요, 국가테러가 성과를 나타낸 것입니다. 그런 다음 아직도 테러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콜롬비아가 1위 자리를 물려받은 것입니다. 즉 콜롬비아가 미 군사원조의 1등 수혜국이 된 것입니다.

***서방 지식인들의 자축**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역사상 쌍벽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요란한 서방 지식인들의 자축 속에 진행됐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들 모두 기억할 것입니다. 2년전,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가 얼마나 위대한가를, 우리가 원칙과 가치를 지켰다는 것을, 이 새로운 시대에 지구상 모든 곳의 비인간성을 근절하는 데 얼마나 헌신했는가를 축하한 성대한 자축연을.

우리는 분명히 나토 경계선 바로 바깥의 대량 학살은 용납할 수 없음을 되풀이해서 강조해 왔습니다. 반면 나토 경계선 내에서는 그보다 훨씬 참혹한 대략 학살을 용납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지원하기까지 했지요.

미국을 포함한 서방문명에 대한 이러한 통찰이 과연 얼마나 자주 제기됐을까요? 자, 한번 봅시다.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자유사회에서 선전시스템이 이러한 일을 이뤄냈다는 것은 대단한 업적입니다. 정말 놀랄 만한 일입니다. 아마 전체주의 사회에서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터키는 매우 고마워하고 있다**

터키는 미국에 매우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불과 며칠전 에체비트 총리는 반테러 동맹에 참여할 것이라고,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열성적인 태도로 발표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다른 나라들이 꺼리는 지상군 투입도 기꺼이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미국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왜냐하면 미국은, 그의 말을 빌리면 ‘우리의 대테러전쟁’에 그토록 많은 것을 지원해 준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터키의 대규모 인종청소와 학살과 테러에 미국이 공헌했다는 뜻이지요.

다른 나라들은 도와준 게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나라들은 뒤로 빠져 있는 것이지요. 반면 미국이 그토록 열성적으로, 그리고 단호하게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침묵, 아니 노예근성이라고 해야 옳은 표현일 겁니다, 진실을 쉽사리 찾아낼 수도 있었을 배운 자들의 노예근성 때문입니다. 누가 뭐라 해도 우리나라는 자유국가 아닙니까.

미국에서는 인권보고서를 비롯해 모든 자료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터키의 대량학살을 돕기로 선택을 했고 터키는 매우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에 빚진 것이 그토록 많기 때문에 세르비아전쟁때 그랬듯이 지상군을 파병하려 하고 있습니다. 터키는 미국이 공급한 F-16전투기로 세르비아를 폭격했다는 이유로 커다란 칭송을 받았습니다. 바로 그 전투기로 터키는, 그들 자신의 표현을 빌면, 내부 테러를 근절시킬 때까지 자신들의 국민에 대해 폭격을 가했습니다.

***알제리와 러시아, 중국, 인도네시아 등이 포함된 반테러 동맹**

참, 대단히 인상적이지요. 그리고 이는 현재 조직되고 있는 반테러동맹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이 동맹이 어떻게 묘사되고 있는지를 보면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자, 오늘 아침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를 봅시다. 아주 좋은 신문이지요. 세계문제를 제대로 다루는 최고의 국제신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1면 기사를 봅시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미국을 싫어했는데 이제는 존경한다고 하는군요. 또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이끌어가는 방식에 대해 매우 만족해 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예 사실은 유일하게 심각한 사례인데, 알제리입니다.

알제리가 미국의 테러전쟁에 아주 열성적이라는군요.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아프리카 전문가입니다. 기자는 알제리가 지구상에서 가장 사악한 테러국가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겁니다. 지난 2년간 자국민들에 대해 참혹한 테러를 자행했다는 사실도 말입니다.

한동안 이같은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알제리군의 탈영병이 프랑스로 망명해서 폭로를 하는 바람에 알려지게 된 거죠. 온 세상이 알제리의 국가테러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 미국에서는 세계 최악의 테러국가가 미국의 테러전쟁을 열성적으로 환영하고 있으며 미국의 전쟁 주도를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흐뭇해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인기가 높아져 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는 것이죠.

테러에 대항해 조직되고 있는 동맹을 보고 있노라면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주도적 국가중의 하나인 러시아는 지금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이제는 미국이 러시아의 체첸 학살을 비난하기보다는 지원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중국도 열성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이른바 서부 회교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대량 학살을 지원받게 됐기 때문입니다.

앞에 말한 터키도 테러전쟁을 반깁니다. 이들 모두 전문가들이지요. 알제리, 인도네시아도 아체 지역이나 다른 곳에서의 대량 학살에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흐뭇해 하고 있습니다.

자, 이제 한번 목록을 점검해 볼까요. 반테러 동맹에 참여한 국가들의 면면은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그들 모두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확실히 세계 최고의 테러 국가들입니다. 그리고 이들을 이끄는 나라는 테러에 관한 한 세계 챔피온이지요.

***테러리즘이란 무엇인가**

그러면 이제 테러리즘이란 문제로 돌아가 봅시다. 이제까지 나는 우리가 테러리즘을 안다고 가정했습니다. 자 뭡니까, 테러리즘이란? 몇 가지 손쉬운 답변이 있습니다. 공식적 정의도 있구요. 미 연방법이나 미 육군 교범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미 육군 교범에 나오는 간략한 문장으로 충분할 겁니다.

테러란 협박, 강압, 공포의 유발을 통해 정치, 경제, 이념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폭력의 계산된 사용, 또는 폭력행사의 위협을 말한다.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미국이) 이 정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번 이 정의를 받아들이면 온갖 희한한 결과가 나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까지 말한 사례들을 보십시오. 현재 유엔에서는 테러리즘에 관한 포괄적인 협약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코피 아난이 노벨 평화상을 받았을 때, 이제 더 이상 이런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보다 구체적인 문제로 들어가자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포괄적 협약에 있는 테러리즘에 관한 공식 정의를 받아들인다면 완전히 잘못된 결과가 나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것은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사실은 이보다 사정이 더 나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공식 정책인 저강도전쟁의 정의를 들여다 보면 방금전 내가 읽었던 그 정의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저강도전쟁이란 테러리즘을 다르게 표현한 것뿐이죠. 내가 아는 한, 모든 국가들이 그들이 행한 끔찍한 행동에 대해 대테러작전이란 표현을 쓰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미국은 이를 폭동 진압, 또는 저강도 분쟁이라고 표현하고 있죠. 그래요,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실질적인 정의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죠. 예기치 못한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정의는 피해가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만 합니다.

***왜 미국과 이스라엘은 테러규탄 결의안에 반대했나**

또 다른 문제들도 있습니다. 그중 일부는 1987년 12월, 테러에 대한 첫 번째 전쟁이 정점에 달했던, 다시 말해 전염병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던 시기에 발생했습니다. 유엔 총회가 테러리즘을 규탄하는 매우 강력한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이 결의안은 테러라는 전염병을 아주 강력한 언어로 규탄하면서 모든 국가들에 대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에 맞서 싸울 것을 촉구했습니다. 거의 만장일치였죠. 기권이 1표, 반대가 2표였으니까요. 기권은 온두라스, 반대는 예의 미국과 이스라엘이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가장 강력하게 테러리즘을 규탄한 이 중요한 결의안을 왜 반대했을까요? 그것도 레이건 행정부와 거의 비슷한 용어를 사용했는데 말입니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장문의 이 결의안중 한 구절이 문제였습니다. 이 결의안의 어떤 조항도 인종주의적이며 식민주의적 정권, 또는 외국군의 점령에 대항하는 인민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구절이었습니다. 당시 미국 등이 이 구절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은 남아공 때문이었습니다.

남아공은 공식적 동맹국이었죠. 남아공에는 이른바 테러 세력이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민족평의회(ANC)-넬슨 만델라가 주도하는-라는 것이었죠. 이 집단은 공식적으로 테러 세력이었습니다. 반면 남아공 정부는 동맹국이었구요. 그러니 인종주의적 정권에 대항하는 테러세력을 미국이 지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또다른 문제도 있었습니다. 바로 35년째 이스라엘군이 점령하고 있는 점령지역 문제였습니다. 미국의 지원하에 점령지역의 외교적 해결은 30년째 지연되고 있으며 이스라엘군이 여전히 점령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니 이것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지요.

당시에는 또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레바논 남부를 점령하고 있던 이스라엘이, 미국이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헤즈볼라 세력과 싸우고 있었던 것이지요. 헤즈볼라는 나중에 이스라엘을 레바논에서 몰아냅니다. 어쨌거나 미국이 지원하는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에 맞서 싸우는 테러리스트를 지지할 수는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 결의안에 반대합니다.

그리고 이미 내가 말했듯이 미국의 반대는 거부권 행사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얘기의 전부는 아닙니다. 이 사건은 역사로부터도 거부를 당합니다. 이 사건을 누구도 보도하지 않았고 누구도 테러리즘의 역사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것입니다.

테러리즘에 관한 학문적 저작들을 살펴 보십시오. 지금 내가 말한 것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총을 쥐어줬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테러리즘의 정의라든가 학문적 연구를 아주 조심스럽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믿을 만한 학자라든가 권위 있는 언론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자, 지금까지 말한 것이 테러리즘에 대한 포괄적 조약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을 방해하는 문제들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틀린 해결책은 걸러내고 옳은 해답만 나올 수 있도록 테러리즘을 규정하기 위한 학술회의 같은 것을 가져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쉽게 해결책이 나오지는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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