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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석유 확보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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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 석유 확보도 노린다

中央亞 석유, 아프간 통해 서방으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몰아내고 친미 내지는 친서방 정권을 세우려는 것은 단지 테러를 근절하기 위해서일까. 아프간과 인근 중앙아시아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단연코 ‘아니다’라고 말한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과 함께 중앙아시아 지역에 무진장하게 묻혀 있는 석유자원의 확보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프간에 친서방 정권을 세우려는 것은 이 석유자원의 안정적 이동 경로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물론 아프간에도 약간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전략적 고려의 대상이 될 만큼 많은 것은 아니다. 반면 아프간 북쪽의 중앙아 국가들에는 장래 전지구적 차원의 석유 공급에 핵심적 비중을 차지할 만큼의 석유자원이 매장돼 있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카스피해 연안의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카스피안 4로 불린다)에는 자그마치 2천7백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전 세계 매장량의 5분의 1이나 된다. 이 지역보다 석유 매장량이 많은 곳은 걸프지역(6천7백50억배럴) 한 곳뿐이다. 또 천연가스 매장량도 6백65조 입방피트로 전 세계 매장량의 8분의 1을 차지한다.

***전 세계 석유의 5분의 1이 묻혀 있는 중앙아 지역**

소련이 해체되는 1990년 이전까지 이 지역의 에너지자원은 서방이 넘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련이 해체되고 이 지역에 신생 독립국들이 생겨나면서 서방의 석유기업들은 이 지역에 앞다투어 진출을 모색했다.

미국 정부도 1997년부터는 이 지역의 에너지자원 확보에 대해 공식적인 관심을 표명한다.
이 해 4월 미 국무부는 의회에 보낸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자원의 확보 및 다양화”가 미국의 국익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전제하고 이를 위해 “카스피해 연안 에너지 자원의 조속한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처음 밝혔다.

또 같은 해 7월 21일 스트로브 탈보트 당시 국무부 부장관은 연설을 통해 미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독립과 안정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 지역 석유자원의 개발에 미국 기업이 배제되는 것은 “미국에게는 대단히 중대한 문제”라고 밝혔다.

열흘 후인 8월 1일,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헤이다르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아제르바이잔 석유 개발에 대한 미국의 참여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클린턴은 알리예프에게 석유의 대서방 판매 지원을 약속하면서 “미국은 이제 에너지자원의 공급을 어느 한 지역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또 한달반이 지난 9월 15일, 카자흐스탄 남부 티엔산(天山)산맥 지역에서는 미 육군과 함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즈스탄 등의 군부대가 참여하는 합동군사훈련이 벌어졌다.

CENTRAZBAT 97로 명명된 이 군사훈련은 여러 면에서 이례적인 것이었다. 우선 구소련 영토에서 미군이 군사훈련을 벌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또 훈련에 참가한 미 육군 82공정사단은 노스 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랙 기지로부터 이곳까지 자그마치 1만3천km를 날아와 인류사상 최장의 공수훈련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미군이 중앙아시아에서 군사훈련을 벌인 까닭은**

더욱 특이한 것은 미 대서양사령부의 사령관 존 시한 대장이 직접 이 훈련에 참가, 부대원중 가장 먼저 낙하산을 펴고 지상에 낙하했다는 것이다. 당시 시한 대장은 기자들에게 장래 이 지역에 위기가 발생할 경우 미국은 “이들 국가를 도와 전투에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훈련에는 캐서린 켈러허 미 국방부 부차관보도 입회, “우리는 이 지역에 자위 능력을 지닌 독립국가들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고위 군간부와 국방관리가 이 훈련에 참여한 데 대해 당시 많은 관측통들은 미국이 카스피해 지역의 석유자원을 서방측으로 유입시키려는 결연한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 훈련은 그후 매년 계속되고 있다.

사실 석유자원 확보에 대한 미국의 지대한 관심은 이때 처음 표명된 것이 아니다.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한 직후인 지난 80년 지미 카터 당시 미 대통령은 “걸프지역을 장악하려는 외부세력의 어떠한 기도도 미국의 사활적 국익에 대한 침해로 간주할 것”이며 미국은 이를 “군사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격퇴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카터 독트린으로 알려진 이 같은 원칙은 지난 90년 걸프전 참전의 근거가 됐다.

카스피해 석유자원에 미국의 커다란 관심은 현 정부 들어 더욱 커지고 있는 것같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모두 석유산업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으며 집권 후에도 석유산업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 정.부통령 모두 석유업계와 깊은 연관**

지난 95년부터 부통령 취임 직전까지 세계 최대의 석유서비스 업체 미 핼리버튼의 사장을 지낸 체니는 지난 98년 “카스피해 지역만큼 어느날 갑자기 전략적 중요성을 지닌 곳으로 부상된 지역은 내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스피해 지역의 엄청난 석유와 천연가스도 다른 곳으로 이동되지 못한다면 아무 쓸모가 없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가장 합당한 이동 루트는 바로 아프간을 통하는 것이다.

카스피해 지역의 석유자원을 러시아를 통해 운반토록 한다면 중앙아 국가들에 대한 러시아의 정치경제적 통제력을 엄청나게 강화시켜 줄 것이다. 이는 지난 10년간 미국이 그토록 저지하려 했던 것이다.

한편 이란을 통한 운반은 미국이 그토록 고립시키려 했던 이란을 배부르게 하는 일이다. 중국을 통하는 것은 전략적 고려는 차치하고라도 너무 비용이 많이 든다.

이 때문에 클린턴 행정부는 러시아나 이란을 통하지 않는 이동 경로를 개발하기 위해 고심해 왔다. 클린턴 행정부의 해결책은 아제르바이잔 바쿠로부터 그루지야를 거쳐 터키 케이한으로 이어지는 송유관을 건설하는 것이었다.<지도 참조>

<지도>

***러시아와 이란을 피하라**

지난 99년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미 국무부의 주도로 터키, 그루지야,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간에 바쿠-케이한 송유관 건설을 위한 기본협약이 맺어졌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석유기업들은 이같은 미 정부의 계획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

건설비용이 최대 40억 달러가 드는 이 송유관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석유기업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이 송유관이 경제적 생존력을 갖추려면 미 정부로부터 매년 2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반면 아프간을 통한 운반은 에너지 공급원의 다양화라든가 세계에서 가장 이윤 전망이 좋은 시장으로의 진출이라는 미국의 전략 목표에 부합된다. 유럽의 석유소비 증가율을 둔화되고 있으며 게다가 경쟁도 치열하다. 반면 남아시아의 석유 소비는 급증하고 있으며 경쟁도 거의 없다. 한마디로 카스피해 지역의 석유를 남쪽으로 운반해 인도나 파키스탄에 파는 쪽이 서쪽 경로를 통해 유럽에 파는 것보다 훨씬 이익이 나는 일이다.

1995년 미국의 석유회사 우노칼(Unocal)은 투르크메니스탄으로부터 아프간을 거쳐 파키스탄의 아라비아해쪽 항구에까지 이르는 석유 및 가스관 공사 건설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이 회사의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석유의 안전한 이동을 보장할 아프간 단일정부가 있어야 했다.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1996년 9월 영국의 텔레그라프는 석유업계 소식통의 말을 빌어 “미국의 맹방인 파키스탄이 그토록 열심히 탈레반을 지지하고 미국이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을 묵인한 가장 주요한 이유는 아프간을 통한 석유 이동 통로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탈레반 묵인도 석유자원 확보 때문**

우노칼은 탈레반 정권의 지도자 몇몇을 휴스턴으로 초대해 지극 정성으로 대접했다. 이 회사는 아프간의 이 야만인들에게 아프간을 지나는 천연가스 1천입방m 당 15센트의 수수료를 주겠노라고 제의했다.

탈레반 집권 첫해 동안의 미국의 정책은 기본적으로 우노칼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1997년 미국의 한 외교관은 “아마도 탈레반은 사우디와 비슷한 개발 경로를 밟게 될 것이다. 아람코 석유회사(사우디 석유개발을 위한 미 석유기업들의 컨소시움)가 생겨날 것이고 족장이 지배할 것이며, 의회는 없고 회교율법만이 있게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괜찮다(석유만 확보된다면)”라고 말했다. 이같은 미국의 정책은 페미니스트와 환경주의자들이 우노칼의 계획과 미국정부의 은밀한 카불 지원에 반대운동을 펼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반전운동가들사이에 회람되고 있는 미 의회 속기록에 따르면 우노칼은 결코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다. 1998년 2월 이 회사의 국제담당 책임자인 존 마레스카는 미 의원들에게 아시아의 에너지 소비급증과 이란에 대한 석유금수 조치에 비추어 카스피해 석유자원의 “유일 가능한 이동경로”는 아프간뿐이라고 증언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노칼은 탈레반정권이 국제사회와 국제금융계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면 하루 1백만배럴을 수송할 수 있는 1,600km의 송유관 건설 계획을 포기하기 않고 있었다. 이같은 계획은 동아프리키의 미 대사관이 테러 공격을 받은 지 4개월 후인 1998년 12월 공식적으로 포기됐다.

하지만 아프간의 전략적 중요성이 감소된 것은 아니다. 9.11테러가 발생하기 수일전 미 에너지 관련 정보팀은 “에너지 자원의 관점에서 아프간의 전략적 중요성은 중앙아시아의 석유자원을 아라비아해까지 이동시키는 잠재적 운반경로라는 지리적 위치에 있다. 그 가능성 중에는 아프간을 경유하는 석유 및 천연가스관의 건설도 포함된다”고 보고했다.

현재 미 정부의 고위 지도자들이 과거 석유업계와 긴밀한 관계에 있었던 사람들인 만큼 그들의 전략에 석유가 포함돼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아프간 전쟁의 경제적 결과는 발칸전쟁의 경제적 결과의 유사할 것이다. 발칸지역에서 서방 동맹국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지역은 ‘회랑 8’이라는 지역으로 이 곳에는 카스피해에서 유럽지역으로 가는 송유관이 묻혀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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