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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전, '전투'에서 ''외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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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전, '전투'에서 ''외교'로

파월 미 국무, 아프간 신정부 구성 위해 파키스탄 방문

미국의 아프간 공습이 2주째 접어들면서 테러전의 전선은 ‘군사’에서 ‘외교’로 넘어가고 있다.

미국의 외교 목표는 우선 탈레반 정권 이후 아프간을 안정적으로 통치할 수 있는 대표성 있는 신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간의 평화협정 성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 편향적인 미국의 중동정책에 대한 이슬람권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파키스탄으로 급파했다. 파월 장관은 16일 파키스탄에 도착, 무샤라프 대통령 등과 함께 탈레반 이후 아프간 신정권 구상에 관해 논의할 계획이다. 한편 영국 정부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국가 수반을 런던으로 초청, 중동평화 협상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군사전선에서의 손쉬운 승리처럼 미국이 외교전선에서도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파월 장관의 방문을 하루 앞둔 15일, 파키스탄의 11개 이슬람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그의 방문에 항의하는 총파업을 촉구했다. 단체들은 이 성명에서 “무슬림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기 위해 콜린 파월이 파키스탄을 방문한다. 전 국민은 성스럽지 못한 그의 발자국이 조국의 땅을 밟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이어 “전국 총파업으로 우리 무슬림들은 파키스탄의 괴뢰정권이 아닌 아프간의 억압받는 무슬림들과 함께 할 것이며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구상을 허용치 않을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자”고 촉구했다. 파월 장관의 파키스탄 방문 일정은 보안상 이유로 극비에 부쳐졌다.

한편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 대통령은 15일 어떤 나라도 다른 나라를 무력 침공할 권리는 없으며 피를 피로 갚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메가와티 대통령은 미국이나 아프간을 구체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이 발언은 미국이 공들여 구축한 국제 반테러 전선에 중대한 타격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인 데다 메가와티 대통령은 9.11사태후 회교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워싱턴을 방문, 테러전쟁에의 협력을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함자 하즈 부통령은 이미 정부의 공식입장을 무시하고 미국의 아프간 공습 중단을 요구했다.

이처럼 악화되고 있는 이슬람권의 반미 여론보다 미국의 정책담당자들을 더욱 괴롭히고 있는 것은 탈레반 이후 신정권에 대한 구상이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는 15일, “탈레반 이후 아프간을 이끌어 갈 세력을 찾아내야 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으나 “미 정부 관리들은 CIA가 현실적인 연립정권을 구성할 수 있는 세력들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음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아프간 신정부 구성의 핵심은 현 탈레반 정권에 소속되지 않은 파쉬툰족의 유력 인사를 찾아내는 것이다.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종족인 파쉬툰족의 대표가 포함되지 않는 한 새 정부는 대표성을 가질 수 없을 것이며 아프간은 또다시 내전 상황으로 빠져들어 테러리스트들의 천국이 될 것이라는 게 미국측의 판단이다. 실제로 탈레반이 정권을 잡을 수 있었던 것도 90년대 초 이후의 무정부 상태 덕택이었다.

아프간 반군 북부동맹은 우즈벡, 타지크 등 아프간 내 소수 민족으로 구성돼 있는 데다 미국의 맹방인 파키스탄이 북부동맹만의 신정부는 결사 반대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최대 라이벌인 인도가 북부동맹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구상은 지난 73년 강제 퇴위한 전 국왕 자히르 샤를 국민통합의 상징적 구심점으로 내세워 아프간의 전통적 정치체인 로야 지르가(부족협의회)를 구성한다는 것 정도다. 그러나 자히르 샤를 국가 원수로 내세운다 해도 최대 종족인 파쉬툰족을 대표하는 세력이 신정부에 참여하지 않고서는 안정적인 정권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미국의 골치거리다.

한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16일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국가 수반과 함께 중동평화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협상의 쟁점은 예루살렘의 지위 문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자 자신의 수도라고 우기고 있는 이 도시에 대해 미국은 양국의 공동 수도로 하자는 안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평화가 성사돼야 이슬람권의 여론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협상의 성사 여부는 팔레스타인보다는 이스라엘측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자신들과는 사전 상의도 없이 이집트, 사우디와의 협의만으로 이 안을 마련한 데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물밑에서 군사 경제 외교적 압력을 가하며 이스라엘에 대해 이 제안의 수락을 요구하고 있으나 샤론 총리는 아직 요지부동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미국의 군사력으로 아프간 수도 카불 입성은 시간문제다. 그러나 미국은 아프간 신정부 구상이 마무리돼 연합국들의 동의를 얻을 때까지 카불 함락을 늦추고 있다. 문제는 겨울이 되면 지상군 작전이 어렵다는 점에서 한, 두달 이내에 작전이 완료돼야 한다는 것이다.
카불 함락이 지연되면서 겨울이 올 경우 빈사 상태의 탈레반 정권이 소생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미국은 지금 세계 여론과의 싸움 외에 시간과의 싸움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미국 정부내 강경파들은 아직도 이라크로의 확전을 고집하고 있어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강경파들은 미군이 아직도 오사마 빈 라덴을 색출해 내지 못한 데 대해, 또 탈레반 정권 수반 오마르를 폭사시킬 기회를 놓친 데 대해 분개하면서 보다 공격적인 군사작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미국의 외교적 딜레마에 대해 아프간 북부동맹의 한 지도자는 이렇게 비꼬았다.

“군사적 성공이 언제나 정치적 성취를 앞지르고 있다. 군사적 청사진(roadmap)은 분명히 있지만 미국의 정치적 청사진은 아직도 분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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