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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세계시스템-<6>부활하는 전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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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세계시스템-<6>부활하는 전쟁경제

90년대 민간주도 신경제는 이제 옛말

9.11 항공기 자살테러가 발생한 직후, 미국 증시에서 대부분의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유독 방위산업의 주가만은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이 전쟁 상태에 들어갔음을 보여주는 한 증거다. 또한 이같은 현상은 2차대전 이후 자본주의 경제의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던 군수산업이 다시 한번 경기 활성화의 주역으로서 각광받게 될 것임을 예고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9.11사건은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지금 세계의 관심은 이 질문에 쏠려 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경제가 침체 상태에 빠져 있던 터라 이 질문은 분명 초미의 관심사라 할 수 있다. 게다가 테러사건 직후 미국의 주가가 1주일에 14.3%나 빠지면서 주간 낙폭으로는 193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항공산업 등 일부 부문의 불황이 심화되면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다.

이에 대한 서방측 경제전문가들의 진단은 대개 비슷한 견해를 보인다. 테러사건으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 피해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소비자 신뢰 등 간접적인 영향에 따라 경기 침체의 장기화 여부가 판가름나리라는 것이다.

일례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9월 26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이번 테러 사건으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 피해는 지난 95년 일본 고베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보다도 훨씬 작다”고 밝혔다. IMF는 이어 “당시 지진 피해는 일본 경제의 성장에 매우 제한된 영향만을 미쳤다”고 말해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악영향을 매우 낮게 평가했다. 고베 지진 당시 사망자는 약 6천5백명, 피해액은 1천5백억달러 정도였다.

IMF는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인한 간접적 영향, 즉 소비자 심리나 지출 패턴, 기업의 신뢰도 등의 변화가 훨씬 중요하다면서 다만 이같은 간접적 영향은 앞으로 벌어질 정치, 군사적 상황 변화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그 변화의 정도를 측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IMF는 따라서 소비자 및 기업의 경제에 대한 신뢰를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신중한 태도가 요망된다고 지적했다.

IMF의 이같은 지적에는 물론 세계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를 잠재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민간 전문가들도 이같은 IMF의 진단에는 동의하고 있다. 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가 문제이지, 테러의 직접적인 피해는 별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분교의 피터 나바로 교수는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으로 인한 재산상 피해는 하찮은 것”이라면서 “태풍 앤드류호 피해 때보다도 훨씬 작다”고 말했다.

현재의 경기 침체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IMF는 내년 상반기중 경기가 살아나돼 V자형의 경기회복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희망섞인 관측을 한 반면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경제평론가 마틴 울프는 “올해의 경기 침체는 1982년 이후 최악이 될 것이며 내년에 경기가 회복된다 해도 대단히 미약할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처럼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지만 무엇이 경기 회복의 주역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의견이 일치한다. 군수산업, 즉 ‘전쟁 특수’가 경기 회복을 선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 LA타임스는 지난 달 23일자 ‘신경제, 전쟁의 희생자’라는 기사에서 “이미 비틀거리고 있던 신경제가 테러사건 이후 죽어가고 있으며 그 자리에 ‘그림자 전쟁경제’가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지난 90년대 이후 역할이 축소돼 가던 정부가 전사(戰士)로서, 경제 규제자로서, 경제의 운영자로서, 재정투자가로서 되돌아오고 있으며 민간부문의 기업가적 열정이 경제를 이끌던 시대는 이제가 과거의 얘기가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관련기사 참조>

한편 피터 나바로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미 국민이 치르게 될 가장 큰 부담은 군사비 지출의 증가와 국가안보 조치의 강화”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와 재정지출의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재정 지출의 증가는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방위비의 극적인 팽창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워싱턴포스트의 논설위원 짐 호글랜드는 9월 27일자 칼럼에서 “미국이 세계적 차원에서의 테러와의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조지 부시 대통령과 의회의 동맹 세력들은 최근 역사적 사조, 그리고 스스로의 본능에 어긋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지난 90년대 이후 계속 축소돼 왔던 “정부를 미국인의 생활의 중심 가까이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정부가 중심이 돼 국가안보 태세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서는 정부 주도에 의한 군비 증강과 신기술 도입이 경기 회복의 선도자 역할을 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9.11 참사 직후 미국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에 활용할 수 있는 신기술을 찾아내기에 혈안이 돼 있다.

LA 타임스 9월 29일자는 테러사건 이후 미 상무성, 관세청, FBI, 국방부 등은 사건 직후 테러범들의 암호화된 무선메시지를 해독하거나 공항 등의 보안 강화를 위해 미국내 첨단기술 기업들에게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미 정부의 한 고위 관리에 따르면 백악관은 앞으로 첨단기술 기업 CEO와의 모임을 정례화해 국내 보안강화 및 대테러 전쟁을 위한 신기술 개발 및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같은 장비를 생산하고 있는 타임 도메인이라는 기업의 CEO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우리 제품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정부가 사건 직후 적극 협조를 요청해 오고 있다”면서 “지난 2주간 신기술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극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워싱턴의 민간 싱크탱크 진보정책연구소(PPI)의 로버트 앳킨슨 연구원은 “지난 2차대전때 항공기와 자동차 등 핵심 기술의 우위로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듯이 이번 테러와의 전쟁에서는 컴퓨터와 생명공학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차대전에서 스타워즈에 이르기까지 전쟁 특수가 자본주의 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일례로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얼마 안돼 미 프린스턴대학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당시 딘 애치슨 미 국무장관은 “한국이 (나타나) 우리를 구원해 주었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폐허 상태의 유럽 및 일본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5백억 달러 가량의 경제원조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고립주의적 성향을 보였던 미 의회로부터 이처럼 엄청난 액수의 해외원조를 승인받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때마침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미국의 방위비는 자연스fp 비약적으로 증가했고(50년 6월 1백억 달러에서 50년 12월 5백억 달러로) 이 자금은 일본 및 독일의 경제부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전쟁 특수가 전후 세계경제의 비약적 성장의 주춧돌 역할을 한 것이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뉴딜정책으로도 극복하지 못한 대공황을 벗어나게 한 것이 2차대전이었고,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이 경제 붐을 조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번 테러사건에 따른 공항 보안 및 국경 경비 강화, 대규모 군비 증강 등도 이와 유사한 효과를 낳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이전의 전쟁 특수는 육.해군 등 군 병력의 대규모 동원이 수반됐었다”면서 “(첨단 신무기에 주로 의존하는) 이번 테러와의 전쟁은 전쟁의 폐해만을 초래할 뿐, 그에 따르는 경기 회복 효과는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번 테러와의 전쟁이 과거와 같은 전쟁 특수 효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미국이 곧 시작할 아프간 공습이 어느 정도 계속되며, 어느 규모로까지 확대될 것인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관련기사 참조>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번 테러사건의 여파로 미국 정부의 국가안보 기능이 새로이 강조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며 이에 따라 군사부문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재량권이 커졌다는 점이다. 더욱이 부시 행정부가 취임 초기부터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신군사 기술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방위 예산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사건이 미사일방어(MD) 계획의 무용성을 입증했다는 일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는 MD 추진을 더욱 밀어부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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