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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도 함께 이동하고 싶습니다!

[기고] 서울시와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보내는 편지 하나

오늘은 1984년 9월 19일 서울시장에게 '거리에 턱을 낮추어 주세요'라고 장문의 유서를 쓰고 자살한 김순석 열사(지체장애 1급)의 27주기가 되는 날이다.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되어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게 된 김순석 열사는 유서에 "시장님, 왜 저희는 목을 축여줄 한 모금의 물을 마시려고 그놈의 문턱과 싸워야 합니까", "왜 저희는 골목골목마다 박힌 식당 문턱에서 허기를 참고 돌아서야 합니까", "택시를 잡으려고 온종일 발버둥치다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휠체어만 눈에 들어오면 그냥 지나치고 마는 빈 택시들과 마주칠 때마다 가슴이 저렸습니다", "도대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는 서울의 거리는 저의 마지막 발버둥조차 꺾어놓았습니다"라고 적고 지하 셋방 한구석에서 자결한 것이다.

27년이 지났다. 경기도의 장애인들은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라!', '경기도 시·군을 이동하고 싶다!'며 70일째 수원역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면서 김문수 도지사를 따라다니고 있다. 그러나 김문수 도지사는 장애인들이 무례하다는 이유로 만남조차도 거부하며 장애인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전국에서 장애인들이 가장 많은 도이지만 가장 이동하기 어려운 지역 중에 하나가 경기도이다. 세계 속의 경기도인 수장인 김문수 도지사가 사회적 약자에게 무한 돌봄을 제공하겠다고 외쳤던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웃지 못할 코메디다.

서울에서는 2013년 저상버스 50%도입을 명시한 '서울시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조례'를 지키라며 40일째 지하철 서울시청 역사 안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2007년 조례를 제정할 당시 저상버스를 도입함에 있어 서울시의 재정에 대한 상황과 버스회사의 대 폐차되는 속도와 도입에 대한 반응 그리고 국토해양부가 매칭으로 지원하는 예산 등을 고려하여 2013년까지 50% 이상을 도입하겠다는 문구를 조례의 부칙에 서울시 집행부와 의회가 합의하여 명시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서울시는 조례로 명시한 것은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고 예산이 없어서 지키지 못하겠다고 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라고 목숨을 던져 외쳤듯이 중증장애인들이 40여 일을 서울시청역 지하역사에서 농성을 하며 '서울시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조례를 지켜라!'며 외치고 있다.

2001년 서울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이 역 안에 설치된 리프트를 타고 이동하다가 리프트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장애인들이 지하철로와 버스를 점거하고,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그 당시 장애인들은 서울시에 대중교통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하고 싶다고 요구하며, 출입문에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 도입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서울시는 도로 상황 때문에 저상버스 도입이 불가능하다고 거절하였다. 거절 이유는 거짓말이었다. 일반 대중버스보다 1억 원 가량이 더 비싼 저상버스를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위해 투자할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도로상황을 핑계로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 거짓말은 오래가지 않아 들통이 났고 저상버스가 전국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2004년에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되어 저상버스 도입이 의무화됐다. 예산의 범위 안에서.

2011년 현재 서울시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24%에 불과하다. 조례에 정한 계획에 따르면 2013년까지 서울시 전체 버스의 50% 이상으로 저상버스로 바뀌어 있어야 한다. 서울시에 저상버스 도입률 50%를 왜 지키지 않느냐고 물으니, 한 서울시 공무원은 '저상버스 도입해도 장애인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다', '장애인들이 솔선해서 저상버스를 많이 이용해야지 비장애인들의 인식도 개선되고 저상버스 도입의 필요성이 느껴지는 것이다'라면서 저상버스 도입이 늦춰지는 이유를 장애인에게 돌린다. 정말이지 적반하장이다. 24%밖에 안 되는 저상버스를 타기 위해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거리에서 허비해야 하는지 아는가. 버스 서너 대를 눈앞에서 보내고 저상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며, 아예 저상버스가 배치되지 않는 노선도 있다. 이런데도 장애인들이 비장애인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잘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려가며 이용해야 하는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동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이 장애인의 현실을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그러면서도 그 이유를 장애인의 탓으로 돌리려는 권력자들과 사회의 행태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너무나 야만적이다. 27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27년 전 거리의 턱을 낮추어달라고 죽어간 시대보다는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도 생기고 저상버스도 돌아다니는 지금이 행복한 줄 알고 참으라고 할 것인가? 27년 전의 삶을 비교하면 장애인만 달라졌겠는가. 세상은 많이 변했다. 그러나 여전히 장애인들은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라고 경기도에서 70일째, 서울시에서 40일째 농성을 하고 있다. 저상버스 24%를 도입한 것은 장애인의 이동권을 24% 보장한 것이 아니라 0%나 마찬가지다. 저상버스를 일상생활에서 이용하지 못하면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 아닌가. 적어도 권력자와 사회가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비장애인에 비하여 50% 정도는 버스를 탈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장애인을 위한다고 떠들어 댈 염치라도 있지 않겠나.

서울시장 재보선이다. 수많은 말과 공약이 난무하겠지만, 적어도 서울시장이 되려고 하는 후보라면 지금 40일째 서울시청 역사 지하에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조례를 지켜라'라고 외치는 목소리는 듣고 조례를 지키겠다는 약속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27년 전 서울시장에서 목숨을 던져 서울시 거리의 턱을 낮추어 달라고 외치며 죽어간 김순석 열사의 절규는 여전히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외치는 목소리이다. 너무나 장애인들에게 야만적인 서울시를 바꾸라는 목소리다. 귀가 있다면 서울시와 서울시장이 되려는 사람들은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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