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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민주주의, 파국의 민주주의

[김상수 칼럼] 최종원 "유인촌, 한대 맞고 시작하자"고 한 까닭은

배우 최종원(62)은 2010년 7.28 재보궐 선거에서 강원도 태백시·영월군·평창군·정선군의 국회의원으로 뽑혀 초선 야당국회의원으로 일한 지가 13개월 됐다.

15일 오후 2시 무렵 <국회방송>에서 생중계되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광식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최종원 의원은 장관 후보자에게 대뜸 "당신을 임명자가 장관으로 지명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후보자의 답변은 "문화인류학, 문화컨텐츠, 하드 소프트" 운운하자, "문광부 장관 자리는 예술문화 전반의 이해가 필요한데 역사 전공 분야하고는 다르지 않은가?"라고 재차 질문하면서, "이명박 정권 들어서서 국립중앙박물관장을 3년하고 또 문화재청청장을 7개월 하는 동안 외부 강연료만 67회, 4500만 원을 챙겼다", 이는 공무에 집중하지 않고 외부 강연에 치중했으며 또 외부강연을 나다닐 때 "관련법에 따른 강연신고절차를 누락하지 않았는가?"라고 힐난했다.

최광식? 나는 처음 듣는 이름이다. 고려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출신으로 존경하는 분도 있고, 또 알고 있는 이도 있지만 그의 이름은 낯설다. <조선일보>는 그를 가리켜 "학자로서 흔치 않게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했다. <조선일보>는 "(그가) 고려대 박물관장(2000~2008년) 재직 때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수강한 '문화예술 최고위 과정'을 개설·운영"했고, 이명박 부부가 1기를 수료했단다. 이명박에 의해 대학박물관장에서 국립중앙박물관장 자리에 앉았다가 문화재청청장이 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하겠다고 인사 청문회장에 나왔다. 유물 전문가나 고고미술사 전공자가 아닌 문헌사학자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된 적은 없었다.

그런 그에게 문화예술계를 오랜 시간 현장에서 경험한 최종원이 국회의원 자격으로 문광부 장관으로의 그의 자격됨을 당연하게 물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젯밤 늦게 국회 일정이 끝나고 대학로에서 최종원 의원을 만났다. 그는 배우로 나는 극작, 연출로 연극계 인연은 오래됐다.

▲ ⓒ김상수

이들에겐 '국정(國政)'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

김상수 : 어떤 정권이나 정부든 국정 인사가 곧 정책 방향, 비전, 그리고 도덕성을 측정하는 중요한 정치적 판단과 실천인데요. 그러나 이명박 집단 정권의 인사 난맥상은 언론이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하는 식의 '오기 인사'로 일관하고 있어요.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이 뻔히 보이는데도 회전문 인사가 특징이고요. 이들이 정권을 잡고 끼치는 국가적인 해악(害惡)은 숨이 막힙니다. 문화 예술계만 봐도 이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끼리끼리의 친목모임 회원들이나 이권집단 일원들로, 서로 자리를 바꿔가면서, 뭔가 '다른 생각'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단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최종원 : 국회에 들어와서 놀란 건, 이 정권의 인사청문회를 하다 보면 이들에겐 '국정'이란 개념 자체가 아예 없다는 사실이었어요. 내각과 청와대 수석비서진 인사는 툭하면 도덕성과 자격과 역량 시비에서 브레이크가 걸립니다. 고려대·소망교회·영남 편중의 '고소영 인사'라는 비난을 받지만 인물검증 같은 건 아예 포기했거나 외면하거나 아니면, 너희는 떠들어라, 우린 그냥 가겠다는 식인데, 회전문 인사와 이해관계자를 기용하는 보은 인사, 정책실패에도 불구하고 다른 직위에 또다시 기용하는 측근 돌려막기 인사, 부동산투기 의혹, 탈세 및 체납, 병역의혹, 위장전입은 예사고, 이런 인사니 직위에 내정하고도 임명하지 못하거나 조기 교체된 경우, 또 인사청문회가 아예 무산되거나 인사 청문회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경우도 수다했습니다. 이 사람들 인사스타일에는 특징이 있어요. 과정을 경시하고 결과만을 중시하는, 결과지향형 과거불문 인사, 공적 관계보다는 사적 관계를 중시하는 정실 인사, 정책수행 능력이나 소신보다는 오로지 임명자 생각만 염두에 두고 상명하복으로 충성심으로 줄 세우기식 인사, 이런 식의 인사는 과거 박정희 유신시대나 전두환 시대, 정부의 권력을 사유화했던 독재자들 인사의 전형적인 행태와 비슷합니다. 시대적 흐름에 대한 감수성, 공공의 책임, 이런 건 찾아보기가 어렵단 말에요. 전체적으로 엄청난 역사적 후퇴를 봅니다.

김상수 : 이들은 대체 무슨 '임무'를 갑자기 '수행'하기 위해 모인 것일까요? 평범한 일반사람들에도 미치지 못하는 도덕의식으로 갖가지 종류의 일그러진 사람들의 집합이랄까요?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을 보면, 온전해 보이지가 않아요. 도대체 이 사람들, 어디서 나타난 사람들인지?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 사람들 같으니까요.

최종원 :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점차적인 민주화가 됐고, 지난 대선 끝나고 설사 이명박이 들어서도 민주주의 자체까지는 망가트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고들 얘기했지요. 그런데 이게 엄청난 착오였어요. 이건 뭐, 완전히 거꾸로 가는 정도가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가 모욕받는 참혹한 현실이 됐습니다. 문화예술계 인사문제는 말할 것도 없어요. 거의 친목계 수준입니다.

김상수 : 낮에 있었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광식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문하시는 걸 TV로 봤어요.

최종원 : 아, 봤어요?

김상수 : 인터뷰 준비 겸 봤지요.

최종원 : 좀 더 파헤치는 질문을 했었어야 했는데, 정보도 부족하고 국정감사로 이런저런 일들이 한꺼번에 닥치니까, 청문회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했습니다.

김상수 : 문화재청청장을 7개월하고 또 장관을 하겠다고.

최종원 : 7개월이면 이제 겨우 업무를 파악할까 그런 시간이죠. 공무원들도 정신 사나울 겁니다. 툭하면 생짜들이 신임으로 오니.

김상수 : 유인촌 씨는 장관을 오래 했잖아요?

최종원 : 그게 문제였어요. 유인촌 씨가 문광부 장관이란 자리에 오래 앉아 있으면서 정말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만 했으니. 자리에 오래 있었던 게 더 화근이었습니다. 유인촌 장관 후임이 정병국 의원인데 8개월하고 선거 나간다고 또 바꾸니. 이들은 국정을 아주 우습게 하찮게 여기는 겁니다.

김상수 : 이명박이 문화특보 자리를 신설해 유 전 장관을 앉힐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는데, 6개월 후에 현실이 됐어요.
▲ 작년 10월 4일 국회 문방위 국정감사장에서 민주당 최종원 의원과 문광부 유인촌 장관이 질의응답하는 모습 ⓒ뉴시스

MB역의 유인촌

최종원 : 유 전 장관은 1993년 KBS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전 현대건설 사장 역할을 맡으면서 이명박과 인연을 맺었지요. 이명박의 서울시장 재임 중에는 '서울문화재단' 대표를 맡았고, 대선에서 이기자 인수위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문광부 장관 자리까지 올랐어요.

김상수 : 유 전 장관은 아마 기억도 못 할 겁니다. 1987년에 내가 쓴 베스트셀러극장 <달빛 밟기> TV 드라마를 그가 주인공으로 같이했어요. 그땐 인상이 좋았어요. 성실하고 연기에 순발력도 있고 겸손했고.

최종원 : 그랬지요.

김상수 : 자리가 사람을 변하게 하는 건지. 아니면 질 낮고 나쁜 사람하고 오래 같이 있다가 보니, 저절로 그런 식으로 바뀐 건지.

최종원 : 장관 자리에 긴 시간 앉아 있으면서도 문화예술세계를 안다는 사람이, 문화예술계를 위해서, 또 문화예술을 수용하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한 일이 거의 없어요.

김상수 : 한국예술종합학교 학과 통폐합 조치에 항의해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학부모에게 '세뇌당한 거다'라고 막말을 할 때, 국회 국정감사 장에서 '카메라 치워 XX, 성질이 뻗쳐서 정말'이라고 할 때, 문광부까지 찾아와서 집회를 하는 국립오페라합창단 성악가들에게 반말하고, 유 전 장관은 장관 재직 시절 크고 작은 논란에 계속 휩싸였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문화부 산하 기관장들에 대한 사퇴압력 논란으로 "완장을 찼느냐"는 얘기도 들었고요.

최종원 : 이해를 못 하겠더군요. 위아래 어른도 없고. 전문식견도 없고.

김상수 : 최 의원도 재보선에 당선된 이후, 유 장관을 향해 "일단 한 대 맞고 시작하자"면서 거칠게 말한 사실이 있잖아요?

최종원 : 정말 그때 심정은 연극계 동료로 또 후배로.

김상수 : 후배인가요? 유 전 장관이?

최종원 : 나이도 데뷔도 나보다 딱 1년 늦어요.(웃음)

김상수 : (웃음) 왜? 그때 그런 말을 했어요?

최종원 : 제가 강원도 광부출신이잖아요?

김상수 : 그렇죠.

최종원 : 폐광이 늘어나고, 어쨌든 강원도 탄광촌을 살리고 강원도를 살려야 하는데, 2005년부터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 있는 폐광 '삼척탄좌'를 활용해 예술인 전용 창작실, 공연장, 박물관 등을 갖춘 '고한 예술인촌'을 세우려 했었지요. 폐광촌에 '예술인촌' 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다시 모이게 하고, 영국에서 독일에서도 그런 사례 자료를 찾아보고 연구도 많이 하고, 당시 이광재 의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어요. 2008년 1월에는 문광부 승인도 떨어졌고. 하지만 이 계획은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유 장관의 한마디에 신기루처럼 사라졌습니다. 참 허망하더군요.

김상수 : 당시 문광부 승인도 났는데, 주무부서 문광부가 추진사업을 포기했단 얘기네요.

최종원 : 그렇습니다. 장관 한마디에. 지난 2009년 2월이었어요. 유 장관이 강원도 정선군 삼척탄좌를 둘러본 뒤 "현장 분위기를 잘 살려야지 왜 타지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을 폐광촌에 만드냐. 수익성도 없다"고 하면서, 제가 준비하고 기획한 폐광촌 '예술인촌' 건립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더니, 결국 지난해 5월, '고한 예술인촌' 사업은 무산됐고, 문광부와 정선군은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웰빙 스파'와 숙박시설, 와인바 등이 들어서는 '광산 테마 파크'로 사업이 최종 변경됐어요.

김상수 : 그 때문인가요? "일단 한 대 맞고 시작하자"는 말이 나온 게?

최종원 : 태도가 나빴어요. 백번 양보해서, 사업변경을 한다손 치더라도, 변경방식의 전달에서 일방적이고 독단적이고 모욕적이었지요. 수년간 계획을 세우고 사업을 진행했던 사람들 입장은 전혀 듣지도 않고, 그리고 문광부 장관 자리가 돈 벌라고, 장사하라고, 이익을 남기라고 앉는 그런 자리가 아니에요. '광산 테마 파크', '웰빙 스파'와 숙박시설, 와인바, 한심한 얘기지요. 문화를 창안하고 사람들 삶을 풍요하게 하는 것에 이바지하는 자리가 그 자리에요. 이 사람들은 죄다 돈벌이, 경제 경제하고 이익하면서, 싸구려 경제논리로 세상을 바라보니 참 한심하단 생각이 들었고, 나이가 열다섯 살이나 어른인 70대 국립현대미술관장을 공개적으로 수모를 주고 반말로 지시하고, 이건 아니다, 이런 식은 아니다, 그래서 만나면 "일단 한 대 맞고 시작하자"그런 얘기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김상수 : 전 정권에서 임명된 문광부 산하기관장을 쫓아낼 때 나가지 않으면 재임 때 했던 일을 낱낱이 조사해 밝히겠다고 하면서, 무슨 큰 죄를 저지른 것처럼 압력과 회유, 협박 등으로 강제로 퇴출시켰지요. 법원 판결도 최종적으로는 문광부가, 유 전 장관이, 다 패한 것으로 판결이 났고, 한마디로 부당했는데요.

최종원 : 국립현대미술관 김윤수 전 관장이 당했던 경우를 좀 더 얘기해보죠. 그분이 재임 시절 어떤 압력을 받았나, 8개월 내내 사퇴압력을 받았다고 하시더군요. 문광부 관계자들을 시켜서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이렇게 하면 재미없다.','김 관장 다 조사할 수 있다'며 압박했다지요. 문광부 소속의 국장들 감사관들을 동원해 관장을 몰아내려고 경쟁을 시키고, 흠을 찾기 위해 공무원들이 미술관 전체를 다 뒤지게 하고. 말을 듣지 않는 국장들은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공무원들을 왜? 괴롭혀요? 부당한 짓거리나 시키고. 또 관장 퇴임을 전제로 회유를 시도하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이런 식은 아니지요. 뭔 깡패집단도 아니고. 잘못한 일과 사람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 공무(公務)지, 어떻게? 퇴임하면 '아주 멋지게 퇴임식을 해주겠다'라거나 '당신이 나가 준다면 거대한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게 해준다'거나 '정부 훈장을 준다'는 식으로 꾀었다가 말 안 들으니까, 약점 잡겠다고, 쫒아내겠다고 또 협박했다가. 이건 절대 아니지요. 이건 정권의 정부에서 공인(公人)으로 할 일이 아니지요. 이 정권에서는 대화와 소통이란 것이 아예 없어요. 유 전 장관이 했던 식이 이 정권이 내내 하는 식입니다. 이들에겐 민주주의란 인스턴트 요식 행위고 민주주의가 뭔지, 어떻게 지켜온 민주주의 인지, 민주주의 역사, 개념, 이런 건 찾을 볼 수가 없어요. 파국의 민주주의 시대지요.

김상수 : 작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대법원 무효 확정판결이 내려진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해임에 대한 유인촌 당시 장관의 사과 문제와 지난 2008년 당시 유 장관이 장관후보자로 인사청문회 장에서 언급했던 재산 기부 문제가 거론됐지요. 최 의원께서는 이날 "대법원에서 법적으로 결론 난 부분을 인정한다면 인간적으로 지금까지의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으로 지금 이 자리에서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최종원 : 그랬지요. 김 전 미술관장에 대한 해임 처분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을 강조하면서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유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한 건, 너무나 마땅한 요구였어요. 유인촌 개인을 망신 주겠다는 게 아니었고요. 터무니없는 이유를 들어 일하는 분들을 내쫓았잖아요? 이걸 당시 장관인 유 장관은 공개적인 사과를 해야만 했던 겁니다. 판결도 확연하게 장관이, 문광부가 잘못했다고 나왔고. 저는 사과를 요구했지만 옹색한 이유를 들어 거부를 했어요. 개인적으로 사과하니 마니하고.

김상수 : 유 전 장관은 2008년 장관후보자로 인사청문회 때 자기 재산을 연극인 등, 어려운 처지의 예술인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고 했었어요. 최 의원님께서 그 말이 빈말로 끝났다고 이를 실천하지 않았다는 점을 그날 지적했고요.

최종원 : 유 전 장관은 자신이 인사청문회에서 한 약속발언을 지키지 않았어요. 작년 개각 직전 때 문방위에서 제가 물었지요. 약속한 "예술계통의 고생하는 분들을 위해 돈을 쓸 의향이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됐느냐?"고, 그러니까 "그 부분은 제가 죽기 전에 하면 될 일"이라고 말하더군요.

김상수 : 그 사람 돈을 받아서 곤경한 처지에서 벗어나겠단 예술 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꺼낸 말도 책임지지 않는군요.

최종원 : 이 정권 사람들, 아무 '개념'이 없어요. 그냥 급하면 급한 데로 떠들고, 변명하고, 오해했다고 하고.
▲ 유인촌 전 장관과 김윤수 전 국립현대비술관장, 2008년 3월 유 전 장관은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뉴시스

장관직? "내가 오래 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라"

김상수 : 유 전 장관이 막말하는 모습과 이를 말리는 신재민 당시 차관의 모습이 그대로 TV 뉴스를 통해 공개됐어요. 'MB 측근' 신 차관은 유 전 장관에 이어 문광부 장관에 발탁됐지만 인사청문회를 통해 낱낱이 치부(恥部)가 드러나 낙마했고, 이로 인해 유 전 장관의 임기는 연장됐어요, 그런데 임명권자도 아닌 사람이, 마치 자신의 진퇴는 자신이 결정한다는 식으로 월권적인 행세를 한 사실이 있잖아요. 국정감사장에서 최 의원과 주고받는 문답이 있을 때였지요? 그땐 어떻게 그런 말이 유 전 장관 입에서 나오게 됐나요?

최종원 : 문광부에 대한 마지막 국감에서 국립극장 공연 특성화 등을 놓고 유 장관과 일문일답을 할 때인데, 유 장관은 "공연장 특성화는 내년부터 확실히 될 것"이라며 "시간을 준다면 걱정이 되지 않도록 정리를 잘할 것이다. 내가 오래 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라"고 답했어요. 이건 대단한 무소불위의 월권이지요. 어떻게 그런 표현이 가능한 권력 구조가 권력 내부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김상수 : 그전에 국감 종료 직후 있었던 일도 있지요? 유 장관에게 상기시킨 일 말이에요.

최종원 : 아, 국감에서 문화계 기관장 중 일부가 유 장관의 모교인 중앙대 출신임을 제가 비판했어요. 그러자 국감 끝나고 국감회장에서 나와 의원들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때인데, 유 장관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내일 당장 중앙대 출신들 사표 받아"라고 문광부 직원들에게 말했죠. 국감 직후 의원들이 듣는 자리에서. 그래서 제가 후에 "그 사표를 받았느냐?"고 물었어요. 그러자 유 장관은 "아직 (사표를) 안 받았다. 과정이 필요하다"고 답했어요. 이에 저는 "그렇게 성질이 컨트롤이 안 되느냐. 감정적으로 얘기하느냐" 그랬지요. 국사(國事)가 감정으로 함부로 처리될 수 있다는 위험한 사단(事端)을 보는 얘깁니다.

조,중,동,매, 종편 방송의 돈벌이 전쟁으로의 미디어

김상수 : 한국 사회의 광고시장 광고비 총액은 거의 일정합니다. 이 상황에서 광고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지상파 방송사들까지도 조,중,동,매 종편방송국과 처절한 싸움을 벌여야 하는 현실이 다가오고 있어요. 미디어, 즉 언론의 힘을 이용한 광고유치에 뛰어들게 뻔하게 보이는데요.

최종원 : 주요 방송사들의 광고영업을 미디어렙(미디어광고판매대행업)으로 정리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이것은 광고 수익만을 내기 위한 언론이 아닌, 언론을 위한 광고영업이 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고요. 광고 독식금지, 힘이 약한 언론의 기회박탈 방지, 방송의 공정경쟁을 위한 절대 사안입니다.

김상수 : 국회에서 미디어렙 관련 법안을 통과하는 일이 긴박한 문젠데요. 한나라당은 조·중·동 방송을 미디어렙에 포함하는 법안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고, '민주당은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는 여론도 있어요. 이것을 바로 잡는 게 국회 의정인데요. 미디어렙 법안은 방송의 극한 경쟁을 막고, 언론과 자본 간의 유착을 저지하고, 광고 취약매체 지원을 통해 방송의 다양성, 지역성, 무엇보다도 언론 방송의 공공성을 보장하는 공적 시스템인데요. 조·중·동 방송은 유료 방송 가입자에게 의무 재송신되니까 사실상 지상파방송에 다름없잖아요? 그런데도 종편 키워주기로 미디어렙에서 종편이 제외되면, 광고 직접 영업의 특혜를 주게 되는데, 지금 법안 7개가 국회에 제출된 상태지만 한나라당의 소극적 태도로 법 정비가 안 되고 있어요. 관련법이 없다면 직거래 광고영업이 가능하게 되고, 기사취재로 기업체 약점을 잡아 돈으로 흥정하는 식으로 파행적인 사태가 예상되잖아요?

최종원 : 미디어렙과 관련하여 민주당이 방조했다는 표현은 맞지 않습니다. 민주당은 미디어렙과 관련하여 방조할 이유가 없어요. 민주당은 미디어렙에 대해서는 3가지 원칙을 지금까지 항상 유지해 왔습니다. 첫 번째는 종편과 보도PP(Program Provider 방송채널사용사업자)는 미디어렙 체제에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공영 미디어렙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취약매체의 지원을 위한 방안들을 법률적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것, 이게 저희 민주당 입장이고 저는 확고합니다.

김상수 : 법안 심사논의도 그렇고,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그렇게 힘든가요? 물론 민주당의원 숫자가 절대 부족하지만요.

최종원 : 그동안 미디어렙이 법안심사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들, 대표적으로는 언론악법 날치기 통과, KBS 수신료 인상문제에서 빚어진 KBS 도청문제, 한나라당이 미디어렙에 대한 단일한 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민주당은 지난 6월 국회 결산심의까지 거부하면서 미디어렙 선(先) 처리를 주장했었어요. 미디어렙 핵심 쟁점의 경우, 이제는 문방위에서 논의를 통해 합리적 결정으로 이끌 수 있는 여지는 거의 희미해졌다고 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의원들도 여러 차례 전체회의에서 얘기한 바 있다고 들었어요. 이제 이 문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와 문방위 위원들이 허심탄회한 논의 속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됐습니다. 이에 대해 이미 우리 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한나라당에 6인 회의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미디어렙 법안 처리의 시급성을 인정하고, 방송광고시장의 일대 혼란을 막기 위해서도 6인 회의체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할 때입니다.

김상수 : 한나라당 의원들, 정신 차려야 합니다. 영국의 루퍼트 머독 사례를 보고서도 아직 정신들 못 차리고 있어요. 언론이 '패악적인 권력'이 될 때 정치인이나 정치가 얼마나 무력해지는지 알아차려야 합니다. 정치가 전멸(全滅)되는 상황을 예상해야 할 거에요.

최종원 : 그런 시야가 없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뒤통수를 내려칠 거라는 걸, 조금만 지각이 있다면 알 텐데 말입니다.

예술인의 자살, '예술인 복지법' 정부가 추진의지는 있나?

김상수 : 올해 초 젊은 영화 시나리오 작가의 자살은 많은 예술인들이 닥친 생존 문제를 비로소 돌아보게 했습니다. 뒤늦게 예술인의 기본적인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고요, 지난 6월 국회 문방위가 예술인들을 노동자로 인정, 예술인들에게도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예술인 복지법'을 의결했어요. 그러나 곧 법제사법위원회는 이 법안을 유보하기로 했고요. '예술인을 규정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청와대와 정부, 한나라당이 반대한 때문이었습니다.

최종원 : 이 또한 한나라당, 정부, 청와대가 지닌 인식 문젠데요. 사실 예술인들은 단속(斷續)근로 등, 직업적 특성으로 인해 현행 복지체계에서 소외되어 있어 보완이 시급하게 필요합니다. 그 첫 시도가 현재 문방위를 통과하고 법사위에 계류되어 있는 '예술인 복지법'입니다. 문화예술이 국력이라고 입으로만 떠들지만, 현행 법체계에서는 예술인의 창작 활동은 근로로 인정되지 않고 있어요. 이로 인해 사회보험, 특히 고용보험 적용이 어려워 예술인들은 작품을 할 때 예술적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재투자가 불가능하고, 아르바이트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근로로 인정하고, 예술분야의 직업적 특성을 고려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이 급하게 도입되어야 합니다. 문방위에서 통과된 '예술인 복지법' 안은 예술인을 근로자로 인정하고 예술분야의 특성을 고려한 고용과 산재보험을 적용하고 있어, 법안의 통과가 하루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는데, 이런 때 야당 의원인 것이 얼마나 무기력한가, 절감합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언론검찰'의 탄생, 어떻게 됐나?

김상수 : 지난 봄에 문방위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직원이 방송사에 자유롭게 출입해 조사할 수 있는 방송법 일부 개정안을 상임위에서 통과시켜 법사위로 넘긴 것은, 방송 민주화와 국민의 알 권리를 짓밟는 행위입니다. 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게 된다면, 방통위 직원들이 방송사를 무단출입하고 조사할 수 있는 초유의 권한을 갖는 '언론 검찰'로 등장해, 방송의 공영성 등을 위협하게 되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게 됩니다. 법사위 넘긴 이후 그 법안은 진행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나요?

최종원 : 그 법안과 관련해서는 2009년에 12월에 전체회의에 상정되어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되었다가 2011년 3월에 가서 법안심사소위를 거쳐 3월 10일 날 전체회의를 통과한 법률인데요, 그 법의 경우 문제가 되었던 방통위 직원들이 방송사를 출입하고 조사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은 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 의원도 이것은 언론통제의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을 수용하였고, 문방위도 미쳐 그런 부분에 대한 검토가 미진하였다는 것을 알고, 법사위로 넘긴 후 그 부분은 삭제하기로 결정한 내용입니다. 따라서 그 법안의 경우 방통위가 방송사에 출입하여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삭제하여 지난 6월 23일에 본회의를 통과시켰습니다.

김상수 : 이명박 정권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반드시 민주정권에서 법정에 세워 법의 심판을 제대로 받아야 할 겁니다.

최종원 : 그래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제대로 해야 하고, 국회의원 제대로 뽑아주셔야 한다는 걸 다시 절감합니다. 저 자신 비록 겨우 13개월째 국회의원하고 있습니다만 잠시라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총체적 부실기관으로 전락

김상수 : 이명박의 4대강 사업, 독일 출신 국제적 하천 전문가인 베른하르트(Hans Bernhart. 칼스루헤 대학·71) 교수가 지난 8월 19일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가 낸 '독일 베른하르트의 발언은 사실 왜곡임'이란 해명자료에 대한 입장을 지난달 25일 밝힌 바 있습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국토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장문의 반박문에서 "한국의 국토부가 부분적으로 불충분한 정보를 갖고, 4대강 사업이 가져올 결과들을 냉정하게 평가하지 않았다"며, 4대강 사업에 대해 한국정부는 객관적 평가보다는 의도에 의한 왜곡된 평가를 해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국토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사실을 왜곡했다"면서 "'4대강 사업은 자연에 대한 강간'이란 표현은 극단적일 수 있지만 전문가로서 유감스럽지만 '사실이다'"라고 했습니다.

최종원 : 국토가, 4대강이 황폐해지고 있지만 야당 국회의원이란 사실이 뼈저리게 무력함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상수 : 문광부 행태를 좀 보세요. 이런 4대강에 문광부가 4대강 사업 홍보를 위해 4대강 거점 지역에 축제를 하겠다고, 정부 기금을 편법으로 지원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최종원 : 우리 민주당 장병완 의원이 15일 문제 제기를 했지요.

김상수 : 아무리 위에서 찍어 누른다지만, 문광부가 4대강 사업 홍보 편법 예산지원은 일사천리로 진행합니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운영계획을 변경하고 정부 예산으로 축제 등 공연예술을 지원하려면, 지원 2년 전에 공모를 통해 대상사업을 선정하도록 규정돼 있어요. 공모를 거치지도 않은 이번 문광부의 예산 지원은 국가재정법과 그 시행령을 위반한 것 아닌가요? '국가재정법 시행령'에는 기금운용계획 변경사유로 '긴급한 소요'나 '예측할 수 없는 소요'를 들고 있는데, 4대강 거점 축제가 이런 사유에 해당되지도 않는다는 건 문광부 고위 간부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요? 저는 작년에 역시 문화부 산하 기구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들이 떼를 지어 몰려가, 백제 축제를 한다면서 4대강 홍보예산으로 수상공연이란 걸 한 사실을 여기 <프레시안>에, "4대강 살상 현장에서 '감동적인 백제 드라마'? 이것은 미친 짓이다" 라고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이건 제정신이 아니지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미쳐서 막 돌아가는 겁니다. 아무리 예술 공연과 돈벌이에 굶주렸다 해도 지각이 있는 대학교수들이라면, 그것도 국립예술대학 교수들이라면, 그런 몹쓸 일에 발 벗고 나서면 안 되지요. 반드시 천벌을 받습니다. 국토를 강간하는 짓을 홍보하는 것이 예술 활동일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이 짓을 또 문광부가 나서서 합니다. 문방위 국회의원들이 문광부를 단속해야 하는 것이 그 역할 아닌가요?

최종원 : 참담합니다. 빨리 이 정권이 끝나기만을 바라는 수밖엔.
▲ '2010 세계대백제전' 중 부여 백마강 낙화암 수상공연 '사비미르' ⓒ김상수

동아일보 기자출신이 국립극장장인 현실

김상수 : 이명박 정권의 특징인 낙하산 인사 폐해는 공연 예술계의 중심이어야 할 국립극장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금 국립극장장을 맡고 있는 이는 공연 예술과는 무관한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자 이명박 언론 특보 출신 임연철이라는 사람인데, 연극계에서는 문제 제기도 안 합니다. 국립극장장이 바뀌면 연극계 소위 인물들은 가서 줄이나 서는 식이에요. 인사 이후 최 의원님은 문제 제기를 했었나요? 겨우 여기 <프레시안>에서 제가 언급한 정도이니, 임연철이 맡은 이후 국립극장 문방위 감사나 최 의원님 측에서 국립극장 제반 문제를 지적한 사실이 있나요?

최종원 : 국정감사에서 계속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김상수 : 공연 예술계가 무인지경입니다. 국립극장장을 동아일보 기자가 와서 하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극장대관료, 공연예술계를 죽인다

김상수 : 해외에 떠돌다가 저는 2010년 8월 창작연극 <화사첩(花蛇帖)>을 대학로 무대에 올리면서 만 9년 만에 서울에서 다시 연극작업을 재개했어요. 그리고 지난 3,4월에 <택시, 택시(TAXI, TAXI)> 연극제작을 직접 해봤고요. 돈도 없지만 무리를 해서 제작까지 직접 했던 이유는, 이명박 정권에는 일절 지원이나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태도였고, 현재 대학로가 처한 공연의 무정체성, 저급한 소비오락물과 싸구려 돈벌이로 전락해버린 획일적인 공연상업성에 대응해 연극 본래의 예술적 기능을 일깨우고 확인시키는 역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저는 대학로 공연계 현실을 보게 되면서 올해 들어 다급해졌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대학로 입구에 극장을 대관해서 무리해서 작업을 감행했지요, 삼성반도체 여공들이 백혈병에 걸려 보상도 산재처리도 못 받고 죽어가는 것하고 장자연 사건을 다루니까, 한겨레신문을 제외하곤 언론보도도 잘 안됐고, 3월엔 관객이 거의 없었어요. 입소문이 나고 4월이 돼서야 관객들이 찾아줬지만 4700만 원 빚을 졌습니다. 배우들 출연하는 2개월간 월급을 줘봤습니다. 인건비보다 극장대관료가 비싼 것에, 극장대관료는 가히 충격적이었어요. 대학로 길목 좋은 데 자리 잡은 음식점이나 커피숍 같은 일반 영업집보다도 문화시설이란 극장의 대관료가 훨씬 더 비싸다는 현실은 이해하기 참 어려웠습니다. 세계 어디에도 이런 식은 없습니다. 연극 관객은 없고 연극은 돈이 안 된다고 하면서도, 극장 대관료는 세계 어느 도시보다 비쌉니다. 정부의 지원방식도 문제가 많아 보였어요. 연극을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하고 빚을 지고, 건물주나 극장주는 비싼 대관료를 챙기는 구조 말입니다.

최종원 : 대학로 지역 땅값이 폭등하면서 공연장 대관료도 문화지구 지정 전 하루 25만∼30만 원에서 최근에는 60만∼80만 원으로 급등해 영세한 극단들의 창작활동에 제약되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지정한 이후에 극장에 대한 조세감면 및 융자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는 예술가들을 위한 지원이 아닌, 건물주들을 위한 지원으로 실제로 대학로를 형성하고 이끌어가고 있는 예술가들을 위한 지원책이 절실한 실정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문광부가 정확하게 진단하고 바로 잡겠다는 정책 의지만 있다면 해결할 수도 있어요. 유인촌 전 장관이 공연 예술계 사람인데, 긴 시간 장관 자리에 있으면서도 공연 예술계 가장 큰 문제인 이 문제 하나 못 고쳤습니다. 뒤늦었지만 공연 예술계 출신 의원으로 저도 부끄럽습니다. 최선을 다해 고치겠습니다.

13개월간 국회의원을 하면서

김상수 : 국회의원 하신 지 이제 1년 조금 넘었나요? 어떻습니까? 배우와 정치인, 밖에서 본 국회와 막상 의원이 되고 나서 겪는 현실은?

최종원 :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자업자득입니다마는 상상 이상으로 정치가 신뢰를 잃었다는 것을 경험하곤 합니다. 거짓말쟁이이면서 자기 이권이나 챙기는 이중인격자가 국회의원이란 인식이 일반에 팽배합니다. 야당이니 법안 하나 통과시키는 것도 어렵습니다. 야당 의원 수가 절대 부족 하니 한나라당이 부당한 국회 운영을 해도 어쩔 도리가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머리보다 몸이 달려가야 할 때가 많습니다.

김상수 : 지금 야당은 국민들이 참여정부 때 국회의원 수를 과반수나 만들어져도 의원행사를 제대로 안 했잖아요?

최종원 : 그래서 자업자득이란 얘기입니다마는, 눈물겹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고요. 나쁜 법안을 통과시키면 안 되니까요.

김상수 : 또 내년 4월이면 총선입니다. 어떻게 더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드나요?

최종원 : 이제 13개월 되니까 조금씩 눈에 보이고, 의무를 이행하기엔 13개월이 너무 짧았습니다. 공연 예술계 출신으로 과거 권력 편에 섰던 박정희 시대 때 유정회 국회의원이나 공화당, 민정당,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아닌 것만으로도 살얼음을 걸으면서 막중한 책임을 의식합니다. 문방위 위원으로 의원 (활동)을 하는데, 문화 현안범위가 너무 크다고 항상 느낍니다. 부지런해야 하고, 공부해야 하고, 지역구도 찾아가야 하고. 시간이 부족합니다. 하루는 지역구 관리한다고 양로원을 다녀오면서 노인분들을 찾아뵙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 분으로 시간을 쪼개서 얼굴을 내미는 식이 정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보좌관이 국회의원이 뭐하는 일인가? 진짜로 주민들에게,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인사를 다니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들이 있는데, 그걸 놓쳐서는 안 되는 데. 즉 법안을 통해 잘못된 제도를 바꾸고 여론을 반영해 사회를 실질적으로 바꾸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가져야 하고, 그 시간도 너무 부족한 게 아닌가, 어느 날 그랬습니다. 보좌관한테. 나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지 마라. 국회의원으로 일 좀 제대로 하자고 말했습니다.

김상수 : 13개월 국회의원 하는 짧은 기간인데도, 대표발의를 한 법안이 많더군요.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률안,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법률안, 예술인의 지위와 복지에 관한 법률안, 소득세법 일부 개정법률안,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 관광진흥개발기금법 일부 개정법률안 등이 발의한 법안이더군요.

최종원 : 더 해야 합니다. 더 많이, 더 정확하게요. 숙제가 많습니다.

김상수 : 의원으로 앞으로 꼭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최종원 : 우린 전쟁을 경험한 마지막 세대입니다. 그리고 극도의 궁핍과 심지어 허기와 가난을 경험한 나중 세대입니다. 제가 의원으로 해야 하는 일은 궁극적으로는 미래세대를 위한, 더 나은 사회 환경을 만드는 초석인 좋은 법안을 만드는 것이고, 젊은이들을 위해서 책임지는 현재의 오늘의 정치를 생각합니다. 저는 이의(異議)를 제기하고 반대할 수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명박 정권에도 얘기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더는 나라를 어지럽히는 짓은 이제 그만 삼갈 것을 말합니다. 자신의 좁은 목적을 위해 민심을 교란시키고 국민감정을 조작하는 것이 당장은 성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끝내는 재난과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민주주의를 인스턴트화 하는 건 안 됩니다. 그건 민주주의 파국을 의미합니다.

김상수 : 벌써 새벽이 됐네요. 인사청문회 마치고 쉬지도 못하시고, 오늘 고맙습니다.

최종원 : 제가 고맙습니다.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서.
▲ ⓒ김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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