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딸의 이름을 딴 '별이네분식'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사회 공헌 사업 '기프트카'를 지원받은 한 씨가 지난 10월부터 시작한 가게다. 26일 오후 한적한 거리지만 점포에는 교복에서 양복 차림까지 손님이 제법 드나든다. 이날 기온은 영상 13도를 넘기지 못했지만, 튀김을 집어넣은 기름 솥 덕에 차 짐칸에 차려진 가게는 후끈하다.
ⓒ프레시안(김봉규) |
홀로 아이 셋을 키우는 한 씨의 삶은 그 세대 여느 아버지와 다르지 않게 부침을 겪어 왔다. 충청남도 홍성 광천 출신인 한 씨는 어릴 때부터 요리사의 꿈을 키웠다. 20대에 경기 부천에서 레스토랑 주방 보조부터 시작해 경험을 쌓고 조리사 자격증을 땄다. 실력이 좋아 제주도 등에 개업 주방장으로 초빙되는 일도 있었다.
1995년 결혼한 한 씨는 자기 가게를 차렸다. 분식점을 차려 돈이 모이자 뼈다귀감자탕 가게로 바꿨다. 실력이 좋아 입소문을 타 1997년 외환 위기가 터진 이후에도 특별히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아이가 태어나고 한 씨는 안정된 삶을 위해 가게 맞은편에 3층 주택을 샀다. 1, 2층에 세를 놓고 한 씨 가족은 3층에 살림을 꾸렸다. 이를 위해 사채까지 끌어 썼지만 벌이가 좋아 큰 부담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2005년 한 씨의 가게 인근에 대형 감자탕 프랜차이즈 업체가 입점하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불어나는 빚을 감당할 수 없어 결국 집도 가게도 모두 팔아야 했다.
한 씨는 가족을 데리고 한 원룸으로 옮겨 3년을 살았다. 요리 실력은 여전해 인근 대학교 식당에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한 씨가 튀긴 돈가스는 유독 인기가 좋아 교내 신문에 실릴 정도였다. 한 씨는 "지금도 인터넷을 검색하면 당시 그 대학 돈가스 맛이 좋았다는 블로그를 볼 수 있다"며 웃었다.
하지만 한 번 기운 가계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는 쉽지 않았다. 경제적 고통은 부부 간의 불화로 번졌고, 결국 아내는 한 씨를 떠났다. 한 씨는 세 아이와 함께 송탄으로 갔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중화 요리점에서 배달을 시작했다. 한 씨는 "사고 위험도 많고, 조금이라도 늦으면 음식을 돌려보내기도 해 힘든 시절이었다"며 "그래도 이 일로 돈을 모으면 다시 내 가게를 차릴 생각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재기하고 싶은 한 씨의 꿈은 도움을 주려는 이들이 나타나면서 예상보다 빨리 다가왔다. 이 지역 복지 단체가 한 씨에게 현대자동차그룹의 기프트카 사업에 신청할 것을 권유했다. 지난해 한 씨는 1톤 포터 트럭이 생겼다. 현대자동차는 차량뿐 아니라 차량 등록 비용, 보험료도 부담했고, 한 씨의 창업 자금 및 컨설팅도 지원했다.
한 씨는 새 트럭을 끌고 지난해 10월 첫 영업에 나섰다. 학교 앞 도로에 자리를 잡았지만 주차 단속을 당하는 일이 많았다. 한 씨의 모습을 본 이웃 주민이 학교 앞 사거리 앞에 소유한 공터 가장자리에 차를 댈 수 있도록 도왔다. 한 씨는 돈이 모이면 이 공터에 정식 분식점을 차리는 게 꿈이라고 했다.
지난해 한 씨의 사연이 현대자동차의 CF와 맛집 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장사는 수월하게 풀렸다. 한 씨는 한 번 만든 튀김을 다시 기름에 집어넣으면 맛이 없다며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새 튀김을 만든다. 한 씨의 가게가 맛집 정보에 오르면서 튀김을 맛보러 다른 지방에서 오는 이들이 차 밖까지 줄을 서기도 했다고 한다. 한 씨가 영업을 시작한 후 세 아이는 다니고 싶었던 학원에 다닐 수 있었다.
한 씨는 기프트카에 꾸린 분식점을 기반으로 나중에는 큰 식당을 여는 것이 꿈이다. 한쪽에 '별이네분식', 그 옆에 뼈다귀감자탕 가게, 마지막으로 숯불갈비집을 함께 차려 나중에 장성한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튀김을 넣고 있는 한 씨는 지난해 찍힌 사진보다 무척 젊어 보였다. 한 씨는 "힘든 시절이 좀 나아지니 요새는 나이보다 어려보인다는 말을 듣는다"며 웃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경제적 자립을 원하는 이들에게 차량과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해 2010년 6명, 2011년 30명, 2012년 30명 등 총 66명에게 기프트카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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