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영은 최근 3년 동안 네 차례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데뷔 첫 10년을 오직 한 팀에서만 뛰다 30대 중반에 뒤늦게 '저니맨(journeyman, 팀을 자주 옮기는 선수)'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생애 첫 이적은 2011년 7월이었다. 투수 김성현과 함께 2대 2 트레이드로 LG 트윈스로 건너갔다. LG가 넥센에 내준 선수는 박병호와 심수창.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LG 쪽으로 치우쳤다는 평가가 많았다. 당시 송신영은 마무리와 셋업맨을 오가며 3승 9세이브 7홀드에 평균 자책점 2.36으로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반면 LG가 내준 박병호와 심수창은 아무리 기회를 줘도 끝까지 터지지 않는 '불발탄' 유망주로 여겨졌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예상했던 것과 딴판이었다. 송신영은 그런대로 잘 던지긴 했지만, 넥센 시절 마운드에서 보여주던 특유의 여유가 사라진 게 아쉬웠다. 김성현은 넥센 시절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후반기 순위 하락을 거듭한 LG는 59승 2무 72패(승률 .450)으로 또다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넥센은 트레이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박병호는 8월과 9월에만 12개의 홈런을 쳐내며 숨겨왔던 거포의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한 야구 관계자는 "트레이드 직전 2군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봤는데 약점이던 몸 쪽 공에도 큰 타구를 날려대더라"며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LG가 또 실수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연패의 아이콘'이던 심수창도 이적하자마자 8월 한 달에만 2승을 올렸다.
▲송신영(36)은 1년 9개월 만에 친정팀에 돌아왔다. 이 사이 송신영은 3개 팀을 돌았다. 그 트레이드의 후속 효과는 프로 야구판을 뒤흔들 수 있다. ⓒ연합뉴스 |
진짜 후폭풍은 그 이후에 찾아왔다. 2011년 잠재력을 뒤늦게 현실화한 박병호가 2012년 들어 프로 야구 최고의 강타자로 성장했다. 시즌 전 경기(133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290에 31홈런 20도루 105타점. 박병호는 강력한 투수 경쟁자들을 제치고 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넥센은 시즌 후반까지 4강 경쟁을 펼치며 프로 야구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송신영의 이적은 친정팀에 '거포 4번 타자'라는 큰 선물을 안겼다. 프로 야구 전체를 봐도 새로운 젊은 스타의 탄생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반면 LG는 시즌 전부터 대형 악재를 겪었다. 김성현이 경기 조작 사태에 연루되어 프로 야구에서 영구 제명됐다. 의욕적으로 새 시즌을 준비하던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시즌 들어서도 타선의 장타력 부족과 거포 부재로 애를 먹었다. LG의 2012년 팀 홈런은 59개로 박병호와 강정호 둘이 쳐낸 홈런과 비슷한 수준이다. 4번 타자로는 정성훈이 주로 기용됐다. 정성훈이 준수한 활약을 보여주긴 했지만, 상위권 팀의 4번과 비교하면 무게감은 떨어졌다. 시즌 57승을 거둔 LG는 7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송신영의 두 번째 이적은 2011 시즌 뒤에 이뤄졌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송신영은 한화의 지속적인 구애를 받아들여 3년 총액 13억 원에 팀을 옮겼다. 포수가 부족했던 LG는 보상 선수로 프로 1년차의 나성용을 선택했다. 2011년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지명을 받고 한화에 입단한 나성용은 대학에서 4년 동안 14개의 홈런을 쳐내며 거포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지명 당시 한 스카우트는 "수비력이 떨어져 포수로는 쓰기 어렵다"면서도 "타격 재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1루수나 외야로 전향한다면 성공할 수도 있다"고 평했다.
2012 시즌 뒤 일찌감치 군 복무를 선택한 나성용은 올해부터 2년 동안 경찰청 야구단에서 활약한다. 유승안 감독은 면담을 통해 나성용의 포지션을 포수에서 외야수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1년차인 올해는 실전 경기보다는 외야 적응에 초점을 맞추고, 내년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경기에서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경찰청은 과거 포수였던 최형우를 프로 야구 최고의 거포 외야수로 키워낸 팀이다. 만약 나성용도 그렇게 될 수 있다면, 2년 뒤 LG는 숙원인 '거포 우타자'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한편 2012년 힘겨운 한 해를 보낸 송신영은 시즌 뒤 또 한 번의 이적을 경험했다. 한화의 20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되어 특별 지명으로 신생팀 NC 다이노스로 팀을 옮겼다. FA 중압감에서 벗어난 송신영은 시즌 초반 7경기 평균 자책 1.50으로 든든한 불펜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4월 18일, 이번에는 NC와 넥센 간의 2대 3 트레이드에 포함되어 3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가게 됐다.
송신영을 보낸 NC는 '발등의 불'인 수비 불안 해소를 위해 박정준, 지석훈, 이창섭 등 야수 3명을 받아들였다. 세 선수의 영입으로 NC는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때까지 정상적인 경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넥센 역시 송신영이 가세하며 팀의 가장 큰 약점인 불펜 구멍을 메울 수 있게 됐다. 현재 넥센 불펜은 손승락과 이정훈 외에는 믿고 내보낼 선수가 없는 상황이다. 불펜을 강화한 넥센은 초반 4강 싸움에서 한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시즌 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두산, KIA, 삼성과 함께 넥센을 4강 후보로 꼽는 의견이 많았다.
약점을 보강한 넥센이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다면, 매년 똑같은 팀들만 4강에 들던 프로 야구 판도에는 혁명에 가까운 일이 벌어지는 셈이다. '송신영 나비효과'가 MVP 탄생에 이어 넥센의 4강 진출까지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앞으로의 프로야구를 지켜보는 재미가 또 하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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