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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저작권법이 창작자 권리 지켜줬다? 거짓말!

[좌담] 창작자 권리 보장받기 위해 나선 예술인들

여러 번 엉켜 풀기 힘든 실타래가 있다. 2000년대 초반 출범하면서부터 꼬여버린 디지털 음원 시장의 사정이 딱 그렇다. 음원 무단 공유에 대응하기 위해 저가의 스트리밍 요금제, 1곡당 100원도 되지 않는 내려받기 묶음 상품이라는 '박리다매' 전략을 택한 한국의 디지털 음원 시장은 해마다 큰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그 시장의 '재화'를 공급하는 노동자 격인 창작자들의 몫을 밟고 이뤄낸 성과였고, 그 후과는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정액제 스트리밍 요금제와 내려받기 묶음 상품이 음악인들의 창작 활동을 저해한다는 문제 제기가 지난해부터 거세졌다. 하지만 10여 년간 꼬인 음악 산업의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방법은 없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음원 시장은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음원 서비스 업체들이 이용자들에게는 무료에 가깝게 음원을 제공하면서, 광고 등의 수익으로 비용을 대체하는 온라인 스트리밍 사업이 디지털 음원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추세다.

음악을 소비하는 매개의 변화를 규제, 혹은 음악 소비자들의 인식을 재고하자는 호소로 강제할 수는 없다. 음악 산업의 전환기에 각 이해 당사자가 마주하는 위험을 완화하고, 새로운 환경에 맞춰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방도다. 한국 음악 사업의 실패는 여기에 있다. 음악을 생산하는 창작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규제 당국의 관료와 음원 유통업체 등의 몇몇 이해 당사자들이 음악 시장을 좌우하는 현실도 개선하지 못했다.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충격을 사실상 손 놓고 지켜본 셈이다.

음악 산업의 묶인 실타래를 한 번에 푸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어디에서 실을 풀기 시작해야 다시 꼬이지 않을지 고민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지난 십여 년간 누구도 해결해주지 않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창작자 스스로 뭉쳤다. 민주통합당 김윤덕·최민희 의원실이 주관하고 예술인소셜유니온(준)이 주관해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리는 '음악 생태계 정상화를 위한 저작권법 개정 토론회'는 창작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적 개선책을 모색하려는 자리다.

<프레시안>은 15일 서울 마포 서교동에서 창작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들을 만나 음악 시장의 문제를 함께 고민했다. 나도원 예술인소셜유니온(준) 공동위원장, 정문식 음악인유니온 준비위원, 법무법인 에이펙스의 장달영 변호사가 자리에 함께했다.

이들은 현재 음악 산업의 이슈가 단순한 '돈' 문제만은 아님을 강조했다. 음악 산업에서 실제 생산 활동을 맡은 창작자들의 위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음악 산업의 앞날을 모색하는 노력에 담아내는 노력이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계라고 이들은 강조한다. 이날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편집자

▲ 왼쪽부터 장달영 변호사, 정문식 음악인유니온 준비위원, 나도원 음악 평론가. ⓒ프레시안(최형락)

음악인들이 뭉치게 된 까닭은?

프레시안: 음악인유니온을 조직하고 있다고 들었다. 무엇을 지향하나.

정문식: 현재 28명의 준비위원이 모여 있다. 올해 들어 2번의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올여름에 정식 출범을 할 계획이다. 창작자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더불어 예술 노동의 가치를 지키는 활동을 할 것이다. 사실 음악 시장의 역사를 살펴봤을 때 창작자들이 혜택을 받아야 하는 문제에 당사자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음악인유니온이 대변자 역할을 하는 것이 목적이다.

프레시안: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원제작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가 이른바 '저작권 3단체'로 알려져 있다. 창작자들이 기존에 만들어진 저작권 단체를 통해 의견을 관철시킬 수는 없나?

정문식: 실제 상황을 보면 이들 단체는 당사자성이 부족하다. 즉, 창작자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지만 단체가 회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정체성이 부족하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사업을 보면 (음악계) '선배님'들을 모시기 위해 만든 단체라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의사 결정 구조가 후진적이고 복잡하다. 협회의 조직 구성을 보면 정회원, 준회원, 이사회, 평의회로 나뉘어 있는데, 그 의사 결정 구조에 들어가는 문이 매우 좁다. 일례로 상당한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평의회는 정회원 중 50세 이상만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협회의 저작권 사용료 분배 투명성이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될 때도 있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저작권 단체의 저작권 관리·신탁 기능이다. 저작권 관리·신탁은 회원들을 위한 서비스인데 마치 회원들에게 서비스하는 게 아니라 회원들을 관리하는 상위 단체처럼 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창작자들이 한국음악실연자협회나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불신할 수밖에 없다.

나도원: 저작권과 관련된 권한이 일원화되어 있고, 관료화된 측면이 있다. 그래서 합리적 의사 결정이나 예산 집행의 투명성, 이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음악 저작권 신탁 단체 복수화 방안도 나왔다. 하지만 기업들의 경쟁 논리에서 나온 방안이기 때문에 (복수화가 된다고) 창작자들이 그 구조에서 발언권을 얻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장달영: 복수 신탁제는 법적으로 보면 장단점이 있다. 1개 업체가 독점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경쟁의 원리에 반하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그런 구조에서 창작자들의 이익이 보장되느냐의 문제다. 그 점이 현재로선 애매하다. 창작자들에게 불리한 구조라고 해서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지도 의문이다.

복수 신탁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 복수 신탁제 내에서 어떠한 룰과 시스템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실제 상품을 만드는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핵심이다. 복수 신탁제 내에서 큰 방송사가 참여한다고 봤을 때 방송사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헤게모니에 의해 창작자들이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정문식: 방송사는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입장인데, 그것을 또다시 관리하겠다고 하면 방송 저작권료를 자신들이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무한도전'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발표한 음원들이 차트를 독식하는 상황에서 저작권 관리까지 하겠다고 하면 수익이 더 커지는 결과가 나온다.

장달영: 자신들의 음원을 더 홍보하기 위해 방송에 더 비중 있게 노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나도원 음악 평론가. ⓒ프레시안(최형락)

창작자 권리 지켜주지 못하는 저작권법

나도원: 현행 저작권법상으로도 창작자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미비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달영: 현행 저작권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저작권 사용료를 정하는 '룰'(rule)을 심의하고 실제 수익을 배분하는 데 있어 실제 '음악'이라는 상품을 만드는 창작자의 참여가 보장되는지에 있다. 창작자의 권리에 관한 문제를 검토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하지만, 현행 저작권법과 음악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는 창작자의 권리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행 저작권법상에서 저작권 사용료를 정하고 심의하는 과정에 창작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별도의 심의 기구를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 창작자뿐 아니라 소비자, 음원 유통 사업자가 참여해 제대로 심의하고 합리적인 룰을 만들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장관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심의된 내용을 승인하게 만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권 위탁·관리업체가 음원 사용료에 대한 룰을 정하도록 되어있지만 실상을 보면 저작권협회가 아니라 문화부의 저작권 관련 부서의 관료 몇 명이 결정한다. 형식상 저작권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긴 하지만 사실상 음악 산업 전문가가 아닌 위원 5명이 심의하는 형태다.

현행 규정과 관련된 또 하나의 문제는 저작권 사용료 부과 방식이다. 음원 판매 방식과 관련해 음반 제작자들은 저작권을 갖는 음원을 다운로드 방식으로 판매할지, 스트리밍 전송까지 포함할지 선택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창작자들과 실연자, 작사·작곡자들에게는 그러한 권한이 없다. 자신의 상품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판매할 수 없어 재산권의 기본적인 사용 권리를 제한하는 셈이 된다.

프레시안: 창작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받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장달영: 대게 저작권 위탁·관리업체가 음원 유통 사업자와 계약을 하는데, 약관을 보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은 그러한 선택지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 약관에 정해진 대로 계약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부 힙합 음악인을 중심으로 스트리밍 서비스에 자신의 곡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 장달영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장달영:
자신이 저작권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선택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홍보 등에서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대형 사업자의 힘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풀기 위한 기본 전제는 창작자 단체를 결성하는 것이다. 창작자 단체가 제도적 지원을 통해 존재를 인정받는 것이다. 현재도 창작자 단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법령에 그 존재를 명문화해서 정부 지원을 받고 이 단체가 추천한 인물이 심의 기구에 참여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 현재 창작자 이해를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음악저작권협회도 저작권 신탁이 주요 업무여서 창작자의 권리 증진과 관련된 일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음원 시장의 문제는 '가격'이 아니다

나도원: 음원 소비자 처지에서는 저작권 권리를 강화하면 음원 가격이 올라가 소비자에게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정문식: 가격이 갑자기 오른다면 소비자 피해를 예상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이미 (1월 1일 자로) 저작권 사용료 징수 규정이 바뀌어서 정액제와 함께 종량제가 시행되고 있다. 스트리밍 가격이 오르면서 과거 1곡당 약 60원이었던 가격이 100원 된 꼴이다. 전면적인 종량제를 시행하지 않았고 모바일 스트리밍으로 음악 소비가 이동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가격 인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스트리밍에 대한 종량제를 시행하겠다는 문화부의 발표는 그 산정 기준이나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 원래는 올해 6월까지 가격 및 수익 분배를 논의하기 위한 테이블을 만들고 음원업계, 저작권 단체 등과 협의 구조를 만들어서 가겠다고 통보했지만 지난 3월 종량제 시행 발표는 그러한 상의 없이 이뤄졌다. 그렇다고 이번 종량제를 실시해서 실제 저작권 사용료가 올라간 것도 아니다. 단지 종량제를 하겠다는 말만 한 것이다. 그런데도 언론들은 음원 가격이 몇 배나 인상됐다는 것처럼 호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도원: 저가 음원 시장이 불법 다운로드 시장을 흡수하고 플랫폼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방책이었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리고 실제 불법 시장을 흡수해서 음악 산업이 성장했다. 음악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더 높은 음원 가격이 아니다. 음원 시장이 이렇게 커졌는데 우리의 몫이 작으니 올려달라고 한 것인데 가격 문제로 번진 것이다.

세계 음악 산업 동향을 보면 CD 등 오프라인 음반 매출이 여전히 32%를 차지하고 있고 디지털 음원은 약 15.5%를 차지한다. 반면에 한국 음악 시장은 디지털 시장 규모가 8500억 원인데 오프라인 음반 시장은 400억 대로 거의 바닥을 쳤다고 한다. 비율로 치면 오프라인이 약 5%, 디지털이 약 95%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변화를 겪었다. 음악인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지 못했고, 관련 법규도 이런 추세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제는 한 번 점검할 시점이다. 저작권 보호와 관련된 주장을 하면 저작권 단체의 주장과 동일시해서 이용자를 규제한다고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 저작권법은 저작권 사용과 관련한 많은 규정을 서술하고 있는데 (가격 문제로만) 뭉뚱그려 보이는 것이다. 실제 8500억 원의 시장을 좌우하는 이들이 5명 정도가 전부인 현실이 문제다.

장달영: 그 결정권자들도 음악 창작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들이다.

정문식: 문화부와 음원 업체라고 보면 된다.

나도원: 이용자들의 권리를 지켜야 하는 부분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그 세부적인 항목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보니 오해가 발생한다. 우리의 주장은 음원 시장의 독점 상황, 문화부 관료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현상, 저작권 위탁 단체의 투명성 문제를 좀 더 민주적·합리적 과정으로 끌어내 보자는 것이다. 이용자가 자유롭게 음악을 소비할 권리를 박탈해 저작권자에게 이익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정문식: 문화부 저작권과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이용자나 사용자의 권리 강화를 위해 규제해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그런 논리가 호도되면 오해를 부른다.

나도원: 그런 큰 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 다만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음악 시장의 문제는 음악 시장 자체의 성숙도에 따라서도 달리 볼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8500억 원 규모인 디지털 음원 시장이 더 성장할 수 있다면 이를 감안해 발전 방향을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정문식: 더 성장할 수도 있다. 전면적인 종량제가 시행되면 규모는 더 커지지 않겠나. 불법 시장을 합법 시장을 끌어들이기 위해 저가 시장으로 간 것인데 (저가 유인이 사라진다면) 더 커질 수 있다.

나도원: 생각이 좀 다르다. 거의 임계점에 온 것 아닌가 싶다. 디지털 음원 시장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음악 산업의 구조가 이미 형성됐다고 본다. 외국처럼 디지털 음원 15%, 음반 30% 이런 비율이 적정한데,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한국 오프라인 음반 시장이 400억 원대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여전히 우리의 20배 규모다. 세계적으로도 여전히 1000만 장이 팔리는 음반이 나온다. 한국은 기형적 구조이기 때문에 음악인들이 음원 시장 문제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음반, 공연 등의 다른 시장이 초토화됐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음원 해적 행위든, 합법 디지털 음원이든 오프라인 음반 시장을 축소시킨 것은 마찬가지로 보인다. 오프라인 시장을 지키려는 노력보다는, 당장의 해적 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해 너무 급속하게 시장의 구조를 변화시킨 게 아닐까.

정문식: 음악 감상 매체는 CD에서 디지털 음원으로, 스트리밍으로 항상 변화해왔다. 그 매개가 대체될 것이라는 예상을 미리 했었다면, 외국 같은 경우는 매체 변화와 관련해 (창작자들을) 배려하는 경향이 있었다. 시장이 한꺼번에 전환되지 않도록 당사자들과 조율해 결정하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당시 IT 성장 지원 정책에 힘입어 네트워크는 발전했는데 음악에 대한 가치가 오프라인 음반에서 MP3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급격한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나도원: 각종 기성 단체가 창작자들에게 신뢰를 잃은 것도 당시 상황에서 안일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당시 디지털 음원을 놓고 협상을 벌일 때 분배율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게 아닐까 한다.

▲ 정문식 음악인유니온 준비위원. ⓒ프레시안(최형락)

해외 진출은 인디밴드도 한다, 왜?

프레시안: 음원 수익 배분 문제는 지난해 '강남스타일'을 히트시킨 싸이가 국내에서는 큰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는 점이 알려진 탓도 있다. 동시에, 창작자들도 국내에서 음원 수익 분배 문제만 놓고 다투지 말고 싸이처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라는 주장도 나올 수 있지 않겠나.

정문식: 싸이의 사례는 음원 수익 분배 문제가 오버그라운드와도 관련이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과거에 이 문제를 다루는 토론회에서 한 대형 연예 기획사 관계자도 한국에서 발생하는 음원 수익보다는 해외 발생 수익이 더 많다고 했다. 싸이는 유튜브에서 거둔 성공에 힘입었지만 모든 이에게 온라인 홍보가 생각처럼 쉬운 것은 결코 아니다. 싸이의 뮤직비디오는 YG엔터테인먼트의 유튜브 채널로 들어갔는데, 기존에 해외에 알려진 빅뱅·2NE1과 같은 아이돌 그룹의 비디오를 보려고 들어온 이들이 싸이의 비디오를 보고 예전 히트곡 '마카레나'처럼 웃기고 재밌어서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한 마케팅 포인트를 활용해보라고 하지만 싸이를 복제한 음악은 십중팔구 망할 것이다. 다른 형태, 다른 개성의 음악인들이 나오려면 창작 기반을 현재보다는 더 다져야 한다.

나도원: 해외 진출은 인디 음악인들도 한다. 그건 자신의 포부라기보다는 국내 시장에서 직면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 국내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으니 외국이라도 두드려보는 것이다. 일본 음악인들보다 해외 진출 사례가 잦은 것은 실력이 더 뛰어나서라기보다는 국내 기반이 더 열악해서다. 무한대의 공유와 가능성이라는 인터넷에 대한 환상이 있지만 엄연히 현재 플랫폼 기업이 좌우하는 힘의 구도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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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인도 노동자다

프레시안: 일각에서는 음악 소비자들이 더욱 음악을 적극적으로 소비해 성숙한 음악 시장을 만든다면 창작자들의 고충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지 않겠다는 주장도 펼친다.

나도원: 소비자들의 의식 문제로 가면 사실 답이 나오지 않는다. 손에 당장 잡히는 문제부터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음악의 가치를 평가 절하하는 문화가 있다. 시장 논리에 의해 형성된 측면이 크다. 소비자의 인식 재고와 저작권 운동이 충돌하는 게 이런 부분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 속에서 늘 간과되는 것은 예술가도 노동자라는 점이다. 전업 음악인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데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다. 직장 다니는 사람에게 '네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앞으론 월급 안 줄게'라고 하는 게 말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진보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도 예술이 노동 행위라는 사회적 의식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돌 그룹의 팬들이 음반을 사는 것은 해당 아이돌에 대한 지지다. 일본의 음악 마니아가 여전히 음반을 사는 것은 그 음반을 만든 창작자에 대한 지지를 표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가 한국에서는 사라져버렸다. 염가 판매를 해 왔기 때문이다. 이 구도와, 공공적 차원에서 저작권을 고민하는 운동이 이상한 측면에서 조우해 풀기 어려운 문제가 됐다.

이를 인식 전환을 통해 해결할 수는 없다.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방안처럼 하나씩 장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음악을 공공재로 바라보는 경향, 보통 정부 관료가 음원 저가 정책을 옹호하면서 이용자의 권리를 이용할 때 자주 등장하는 그러한 인식에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러한 공공재를 만들어내는 예술인의 복지가 한국에 없다. 음악인에 대한 지원도 충분치 않다. 외국과 같이 공공 전달 체제가 잘 갖춰져 있어서 도서나 영상과 마찬가지로 음악도 디지털 도서관 같은 곳에서 구매해 일반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구조도 없는 상황에서 저가 정책만을 공공성에 대입해 주장하는 것은 창작자들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는 꼴이다.

프레시안: 창작자 복지의 모습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나도원: 외국에서는 보편적 복지 기반이 깔린 상황에서 예술인에 대한 맞춤형 복지 제도를 만든 것을 볼 수 있다. 세부적인 음악 지원 제도들도 있다. 도서관을 통한 예술 작품의 공공 전달 체제가 갖춰지면 비주류 음악을 해도 생존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예술 작품이 공공재라는 인식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음악이 공공의 재산이라고만 생각하지 그 공공의 재산을 만들어 내는 이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문식: 음악인 복지와 음악 시장은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음악을 소비하지 않는다고 하고, 외국도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한 소비 행태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과 외국의 음악 소비 상황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가장 큰 차이로 유럽에서는 공연 시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 쪽에서 별도의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가 있다. 한국 역시 '음악 산업 동향' 최신 보고서를 보면 음악 공연 시장이 커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공연 시장 등이 활성화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고 소비자 의식 문제를 얘기할 수는 없다.

프레시안: '홍대 문화'로 대표되는 공연 문화가 있지 않은가?

나도원: 일주일에 홍대에서 열리는 공연 개수가 얼마나 될까?

정문식: 못해도 200~300개?

나도원: 대개는 관객 10명 미만이 들어온다.

정문식: 주말에 홍대 유동 인구가 20만 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라이브 클럽에 오는 유료관객은 많이 잡아야 1000명일 것이다.

나도원: 음악 산업 통계만 봐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음원 소비가 늘어나고 한류의 부가 가치가 커졌다는 말들은 사실은 공허한 말이 불과하다.

정문식: 대형 유통업체들은 그나마 저가 정책을 폈기 때문에 음악 시장이 커졌다고 한다. 하지만 창작자들에게는 우리 노력이 없었으면 이렇게 커졌겠느냐는 의문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 아니다. 음원 판매 구조에서 창작자들이 결정권을 가질 수 없는 구조가 문제고, 이를 해결하는 게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예술인소셜유니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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