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26일 덕수궁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외신 보도를 인용해 마힌드라 그룹의 '먹튀' 의혹을 제기했다. 범대위는 "마힌드라는 쌍용차에 대한 장기적 발전 전망과 투자 계획에 대해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도 자동차 전문 소식지인 <러시레인>과 자동차 전문 웹사이트 <카트레이드> 등에 따르면, 최근 마힌드라는 쌍용차와 개발명 'S101'이라는 이름으로 인도에 출시할 초미니 SUV를 개발하고 있다.
<카트레이드>(www.cartrade.com)는 19일 "마힌드라가 한국 자회사인 쌍용차와 공동 작업을 통해 미래의 컴팩트 차량과 SUV에 들어갈 완전히 새로운 엔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마힌드라는 이 프로젝트에 430억 루피(약 8억 달러, 8800억 원)를 투입했다"고 보도했다.
<러시레인>(www.rushlane.com)은 14일 해당 SUV는 인도 푸네 주의 마힌드라 차칸(Chakan)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지만, 핵심 기술인 엔진 개발은 쌍용차가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쌍용차가 주도하는 엔진 개발은 인도 첸나이 인근에 위치한 마힌드라의 R&D 센터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힌드라가 인도 출시용 신차를 개발하기 위해 8800억 원을 들인 것은 쌍용차에 8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앞서 마힌드라는 1월 초 외신을 통해 앞으로 3-4년간 쌍용차에 1조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2월 "800억 원 이상은 더 투자할 수 없다"고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범대위는 "신차 하나를 개발하는 데는 최소한 3000억 원 이상이 들어가지만, 마힌드라는 쌍용차에 800억 원 외에 현금은 더 못 준다고 했다"며 "이는 마힌드라가 인도에서 출시할 차량에 8800억 원을 투자한 것과는 180도 다르다"고 비판했다.
범대위는 또한 인도 출시용 엔진 개발에 쌍용차를 끌어들인 것과 관련, 마힌드라가 '라이선스 공유'를 통해 쌍용차 기술을 '먹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범대위는 "마힌드라 그룹은 쌍용차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차량을 인도 시장에 출시하면서 마힌드라 브랜드를 함께 쓰고 있다"며 "'마힌드라 쌍용 렉스턴'에 이어 조만간 '마힌드라 쌍용 코란도', '마힌드라 쌍용 S101'등 줄줄이 마힌드라 이름을 붙인 쌍용차 제품 출시가 예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범대위는 "쌍용차의 핵심 기술을 활용하는 이들 신차 생산과 신규 엔진 프로젝트는 모두 인도에서 진행되고 인도에서 출시할 제품"이라며 "반면 쌍용차에는 이른바 'X-100'이라는 신차 출시 외에 특별한 계획이 없는 상태이고, 그 신차마저 인도에서 병행 생산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힌드라가 1995년과 2005년 각각 포드·르노와 합작하면서 기술을 '먹튀'한 이력도 제시됐다. 일례로 2005년 마힌드라는 르노와 합작하면서 르노의 승용차였던 로간을 '마힌드라 르노 로간'이라는 이름으로 생산·판매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마힌드라는 로간의 플랫폼과 엔진 라이선스를 르노와 공유했다. 2010년 르노와 결별한 마힌드라는 이후 '르노'라는 이름을 빼고 차량을 약간 변경해 '마힌드라 베리토(Verito)'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해당 차량을 출시, 현재까지 생산·판매하고 있다.
마힌드라가 15년간 포드, 르노 등 해외 자동차 업계와 벌인 합작에 대해 <이코노믹 타임스>는 지난해 12월 31일 "마힌드라가 기술력, 자동차 제조 노하우, 기획력 등을 합작 회사로부터 흡수한 반면, 이들 각각의 합작 회사들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엄청난 손실을 기록하며 끝장나고 말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마힌드라와 합작한 굴지의 해외 자동차 회사는 전부 '먹튀'를 겪은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쌍용차 범대위 |
이러한 보도를 근거로 범대위는 "제2의 '먹튀'를 방지하고 쌍용차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며 "28일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마힌드라 스스로 만든 수많은 의혹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엔카 사장은 28일 주주총회가 끝난 뒤 국회에서 구성된 쌍용차 여야 합의체와 면담할 예정이다.
마힌드라의 '먹튀' 의혹과 관련해 쌍용차 홍보팀 관계자는 "(인도용 신차 개발 계획은) 마힌드라 계획이라 잘 모른다"며 "다만 쌍용차 인수 이후에 (양사가) 중장기 발전 전략을 확정했고, 이에 따라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신 보도가 틀렸다"고 답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한편, 쌍용차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차려진 대한문 분향소는 오는 4월 3일로 설치 1주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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