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사 쥐어짠 롯데·홈플러스·코리아세븐, 과징금 제재

공정위 조사 결과 발표… 낙찰가 높이고 수수료 일방 인상

카드사와 가맹점을 전산으로 연결하는 밴(VAN)사를 압박해 부당 이득을 챙긴 롯데정보통신과 홈플러스, 코리아세븐 등 3개 업체가 과징금 3억7600만 원을 물게 됐다.

밴사는 카드사의 가맹점 카드 결제 업무를 대행하는 업체로, 카드 거래당 수수료를 카드사에서 받아 수익을 올린다. 다만 카드사를 대신해 가맹점에 건당 수수료를 지급한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같은 사실을 공개하고, 업체별 부당 이득 사례를 밝혔다.

공정위 발표를 참고하면, 롯데정보통신은 지난 2011년 9월 그룹 계열사인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을 대신해 밴 사업자 공개 입찰을 했다. 가장 높은 수수료를 써 낸 1위 낙찰업체에 물량의 80%를 배정하겠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사업권을 따내려고 업체들이 높은 입찰 가격을 써내자, 롯데정보통신은 당초 제시한 물량 배분율을 1위 업체 35%, 2위 33%, 3위 32%로 바꿨다. 또 최고 입찰 가격을 제시한 밴사의 입찰가를 다른 밴사에도 강요해 낙찰가를 높였다.

공개 입찰을 통해 자연스럽게 밴사로부터 받는 수수료 수준을 높인 후, 이를 전 업체에 강요한 셈이다. 이를 통해 롯데정보통신은 2011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억8400만 원을 챙겼다.

홈플러스와 홈플러스테스코는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올렸다. 홈플러스는 작년 1월 밴사인 나이스정보통신에서 받는 유지보수수수료를 1건당 5원씩 일방적으로 인상해, 종전보다 3억6000만 원을 더 벌었다. 다른 사업자인 코밴에서 받는 수수료 역시 인상해 1억7500만 원을 더 받았다.

편의점 프랜차이즈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나이스정보통신의 서비스를 받다가, 2010년 6월 케이에스넷이 더 좋은 거래 조건을 제안하자 나이스정보통신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나이스정보통신은 케이에스넷의 제안 조건과 동일하게 지급 서비스 수준을 높였고, 코리아세븐은 나이스정보통신과 재계약했다. 이를 통해 코리아세븐이 전산유지보수비, 업무대행수수료 등 명목으로 올려 받은 이득 수준은 45억여 원에 달한다.

과징금 부과 조치가 취해졌으나,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공정위는 4대강 사업 입찰 관련 건설사의 부당 이득이나 휴대폰 제조업체의 가격 부풀리기 사태가 일어났을 때에도 부과하는 과징금 수준이 적다는 지적에 시달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