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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왜 대표팀에만 오면 작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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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왜 대표팀에만 오면 작아질까

[올댓풋볼] 한국 대표팀, 손흥민 활용법을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어갈 수 있는 준비된, 아니 준비되었던 대형 스트라이커가 나왔다. 분데스리가 함부르크SV에서 연일 골을 터트리고 있는 손흥민(21)이 그 주인공이다. 이미 첼시, 도르트문트 등의 강팀마저 이 선수를 영입 리스트에 올렸다는 루머까지 현지 언론 지면을 장식할 정도다.

하지만 단 한 곳만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바로 대한민국 대표팀이다. 손흥민은 국가대표 경기 이후 여러 차례 '경기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안을 찾아야 할 때다.

충분한 출장 시간이 필요하다

얼마 전 끝난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한 평가전에서도 이와 같은 지적이 나왔다. 손흥민이 대표팀에만 오면 작아지는 듯한 건 사실이다. 왜일까? 자신감이 없어서? 출장하는 경기마다 활약이 부진해서?

둘 다 아니다.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충분한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 손흥민은 18세의 어린 나이인 2010년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다. 그해 아시안컵에 참가했고 득점에도 성공했다. 이후 여러 차례 대표팀에 소집돼 13경기를 뛰었다.

하지만 90분 풀타임은커녕, 단 한 번도 한 경기 60분 이상을 뛰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최근 손흥민의 출장 시간은 이전보다 더 줄어든 느낌이다. 지난 시즌에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이번 시즌에는 분데스리가에서 무려 9골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에게 주는 코칭스태프의 신뢰 수준이 박하다.

손흥민의 포지션은 스트라이커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득점할 수도 있지만, 경기 막판 기적 같은 득점을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은 날도 스트라이커에게 무한 신뢰를 주고 기다려 주는 게 지도자의 덕목이다.

손흥민이 제 포지션에서 뛰지 못한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소속팀에서 중앙에 기용되고 있지만, 대표팀에서는 측면에서 주로 뛴다. 본 포지션이 아닌 측면에 기용된 선수에게 '왜 소속팀에서와는 다르게 대표팀에서 득점을 하지 못하느냐?'는 식의 비난은 온당하지 않다. 특히 측면 포지션은 특성상 매 경기 득점이 쉽지 않다.

▲지난 6일 오후(한국 시각) 영국 런던 크라벤 코티지 구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크로아티아의 평가전에서 손흥민과 라키티치가 볼 다툼을 하고 있다. ⓒ뉴시스

손흥민에게 전술을 맞춰야 할 때

무엇보다 손흥민이 대표팀 전술에 녹아들지 않아 출장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상대적으로 설득력 있는 듯 들린다. 이 말은 감독의 스타일과는 맞지 않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이 주장에도 반박할 여지가 많다. 최강희 감독이 손흥민에 대해 어떤 활용 방안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술적으로 맞지 않아서 또는 스타일에 맞지 않아서 선수를 기용하지 않는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손흥민은 이미 그런 단계를 넘어선 선수다.

최근 세계 축구의 추세는 폭넓게 경기 운영에 관여하는 스트라이커를 활용하는 것이다. 맨체스터시티의 카를로스 테베즈,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스트라이커가 전방부터 압박에 관여하고, 뛰어난 연계 능력을 이용해 다른 선수들에게 득점 상황을 만들어주는 방식의 경기 운영이 환영받는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은 사정이 다르다. 상대적으로 훌륭한 미드필드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스트라이커 포지션의 '한 방'이 부족하다. 박주영은 대표팀에서 주요 자원으로 꼽혔지만, 최근 소속팀에서나 대표팀에서 보여준 모습은 다소 실망스럽다.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팀에 보탬이 되는 이동국도 미래를 위한 좋은 선택은 아니다. 결국 최근의 실력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놓고 보면, 현재 한국 대표팀의 주축 스트라이커로서 손흥민처럼 좋은 선택지는 없다.

누군가는 수비 가담이 부족한 스트라이커에게 "저 선수는 전술적으로 팀에 맞지 않고 기본기도 없어!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득점밖에 없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이런 말은 축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다. 전 세계 축구 감독들에게 물어봐라. 스트라이커에게 가장 바라는 건 결국 하나다. 득점이다. 드리블, 패스 또는 전술적인 움직임은 부차적인 요소다. 스트라이커는 팀 승리를 위해 득점만 잘해도 된다. 특히 한국 대표팀처럼 전방의 파괴력이 떨어지는 팀에서는 득점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질이다.

그렇다고 손흥민이 기본기도 없이 득점만 잘하는 선수인가? 또는 수비 가담을 하지 않고 페널티박스 안에서만 활동하는 선수인가? 독일에서는 그렇게 평가하지 않는다. 성실한 움직임으로 팀원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고 있고, 중앙선 부근에서 폭발적인 드리블 능력도 갖고 있다. 이미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로 불리는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뛰어난 공격수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선수다.

손흥민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전술을 한국 대표팀이 찾아야 할 때다. 사실 이미 손흥민은 소속팀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어 손흥민에게 맞는 전술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3톱 전술을 사용할 때는 중앙에 손흥민, 좌측에 박주영, 우측에 이청용 등을 기용하면 된다. 2톱을 사용할 때에는 손흥민과 박주영을 세우거나 이동국, 김신욱과 호흡을 맞춰볼 수도 있다. 사실 이런 전술적인 내용들은 축구를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사항들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선발 라인업을 구축할 때 가장 먼저 손흥민 이름을 써놓고 라인업을 짜야 한다는 이야기다.

손흥민, 이미 완성된 선수

모든 축구 대표팀에는 그 팀을 상징하는 선수들이 있다. 오래전에는 분데스리가에서 최고의 선수로 활약한 차범근이 있었고 가까운 과거에는 홍명보, 2006년 월드컵 이후에는 박지성이 있었다. 이 선수들의 공통점은 대표팀뿐만 아니라 소속팀에서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점이다.

사실 손흥민이 앞으로 대한민국 축구사에 어떤 획을 그을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봤을 때는, 그 어떤 선수보다 대표팀에서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오랫동안 활약하며 한국 축구 역사에 중요한 선수로서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많다. 손흥민의 성장 가능성만을 볼 때가 아니다. 이제는 완성된 선수로서 대우해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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