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교사들은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까지 명절 휴가비로 받는다. 하지만 김 씨는 예외다. 학교는 비정규직 중에서도 기간제 교사와 대체 인력은 명절 휴가비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김 씨는 말했다.
김 씨는 "심지어 다른 계약직들이 받는 교통비, 명절 휴가비, 특수업무수당, 공무원 마일리지 포인트 제도에서 나만 예외"라며 "우리는 흑인 노예냐는 자조 섞인 농담마저 나온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은 명절 휴가 때 빈 학교 지키러 나와"
무기계약직이라고 해서 사정이 나은 것은 아니다. 중학교에서 행정직으로 일하는 윤정현(가명) 씨는 "작년 초까지 학교장이 명절 휴가비라고 3만 원을 주고 명절 선물이라고 1만 원짜리 비누 세트를 줬다"며 "그 선물이 우리에게는 즐거움이 아니라 비참함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은 휴일에서도 차별을 받았다. 정규직은 설 연휴 다음 날에 연수(재량 휴업일) 명목으로 유급으로 쉬지만, 비정규직은 개인적으로 연차를 사용해서 쉬어야 한다. 윤 씨는 "재량 휴업일에 순번을 정해서 빈 학교를 지키러 나오는 사람들도 전부 비정규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이후 학교가 비정규직들의 처우를 개선한다고 명절 휴가비를 10만 원씩 주기 시작했지만, 그래봤자 정규직 공무원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이라며 "1985년부터 학교에서 일했는데도 20여 년 동안 달라진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뉴스에서는 정부가 공공 부문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해줬다고 하는데, 교육 기관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어요. 누구는 '명절 상여금을 100만 원 받았어, 몇 % 받았어' 하고 얘기하는데, 솔직히 10만 원 가지고 명절에 뭘 하겠어요.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는데 갈수록 차이가 벌어지니까. 흥분되고 눈물 나고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우편집중국 비정규직 "명절에 도리어 임금 깎여"
다른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 10년 넘게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무기계약직이 된 박현숙(가명) 씨는 "정규직은 명절 휴가비로 평균 100만 원 이상을 받지만, 비정규직은 6-10만 원만 받는다"고 말했다. 그마저 지난해 정부가 '공공 부문 비정규직 처우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올해 처음 받는 돈이다.
박 씨는 우정사업본부가 정규직을 뽑는 일이 줄어들면서 우체국이나 우편집중국에도 비정규직들이 많다고 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조건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원래 옛날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똑같이 서서 (우편물, 소포, 택배 등을) 분류하고 나르는 일을 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요구하니 몇 년 전부터 정규직들은 관리 감독직으로 다 뺐어요. 정규직들은 일하더라도 전동차를 타고 오가고, 우리처럼 무거운 물건들을 나르는 궂은일은 안 하죠."
▲ 명절을 앞둔 우편집중국. 전국 각지로 배송될 예정인 택배들이 쌓여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
그는 "명절 직전에는 소포나 택배가 밀려서 특히 바쁜데도 정규직은 작업에 잘 오지 않는다"며 "우린(비정규직) 명절이고 뭐고 밤 12시 반, 새벽 1시까지 일하다 집에 간다"고 덧붙였다.
정규직보다 더 힘든 일을 하는데도 비정규직은 설 연휴에 오히려 임금이 깎인다. 정규직에게는 월급제를 적용하지만 비정규직에게는 일급제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명절에는 다른 때보다 돈이 더 필요한데 근무일수가 줄어서 임금이 줄어든다"며 "그래서 많은 비정규직들이 2월에 설이 길어지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기본급 100만 원에 잔업수당을 합쳐 겨우 170만 원을 쥐고 고향에 가는 박 씨의 마음이 무거운 이유다.
"정규직은 월급제니까 명절에도 주휴수당 받고 다 받죠. 상여금까지. 비정규직은 명절이라고 일찍 가는 게 없어요. 연차를 쓰면 임금이 깎이니 웬만하면 안 쓰죠. 부모님께 용돈도 보내드리고 해야 하는데, 나 살기도 바쁘니까 제대로 못 챙겨 드려서 미안하죠. 아마 비정규직 마음이 다 이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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