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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명의 죽음, 그리고 '스타게이트' 속 무서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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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24명의 죽음, 그리고 '스타게이트' 속 무서운 세상

[쌍용차 국정조사 연속기고 ⑥·끝] 쌍용차지부의 존재가 그리 무서운가!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① 쌍용자동차 국정조사가 왜 필요한가 ② 사측이 제시한 무급휴직자 복직 카드의 문제점 ③ 국정조사가 진행되면 정말 회사는 망하는가 ④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선인이 국정조사 약속을 지켜야 하는 이유 ⑤ '함께 살기' 위해 국정조사가 필요한 이유 ⑥ 쌍용자동차지부가 문제 해결의 주체여야 하는 이유라는 주제로 6회에 걸쳐 기고를 게재합니다. <편집자>

쌍용차 국정조사 연속 기고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는 꼭 필요한가?
'쌍용차 무급자 복직 합의' 발표의 불편한 진실
쌍용차, '먹튀'에게 또 당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모두 저 송전탑에 오를 '대기표'를 들고 있다
쌍용차 살리려면 국정조사 하지 말자?

살아남은 자의 슬픔 (베르톨트 브레히트, 1944년)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또 죽었대. 왜 예전에 프레스부에서 일하던 ○씨 알지? 희망퇴직하고 나서 부인이랑 헤어지고 혼자 살았다더군. 회사에서 다시 써준다고 불렀다가 기술 전수 끝나고는 또 내쳤다나 봐…."

이게 과연 ○씨만의 일일까? 쌍용차 공장에 다니는 평범한 노동자들치고, 죽음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별의 상처가 아물만하면 또다시 들려오는 통곡 소리들, 1년여 전 20번째 죽음의 이야기였다. 그 뒤로도 몇 명의 노동자가 더 죽어갔다.

"이렇게 참혹하다니 …." 아니다. 혀를 끌끌 차며 동정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약해서 깨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쌍용차는 그저 운 나쁘게 상하이차라는 '먹튀' 자본을 만나 첫 번째 희생양이 된 것일 뿐, 우리들 누구나 저렇게 될 수 있음을.

안팎을 가리지 않는 '죽음의 행렬'

"구조조정으로 급여가 삭감되고, 제때 지급이 안 되고 저 같은 사회적 약자한테는 너무나도 고통이었습니다." "꼭 정년을 채우려 했는데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용서하십시오. 무잔업 3년 너무도 길고 힘들었습니다."

지난 1월 8일 밤, 현장에서 목을 맨 류모 조합원의 유서 내용 일부이다. 응급조치 후 병원에 옮겨져 열흘간 죽음과 사투를 벌였지만, 안타깝게도 끝내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죽어간 노동자 중 적지 않은 수가 정리해고되지 않은 노동자, 이른바 '산 자'들이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복수노조와 타임오프 악법으로 호시탐탐 민주노조를 말살하려는 모든 자본가가 쌍용차의 현실을 모범이라며 칭송해오지 않았던가. 기업노조가 들어서 민주노총을 탈퇴해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정착되었다고 말이다. 노동 손실률이 거의 없이 완벽하게 작업이 이뤄지고 있단다.

그런데 이게 노사관계가 안정된 사업장의 노동자가 죽음을 선택하면서 남길 말인가? "1년 2년 생활은 궁핍해지고 아이들 학업과 병원비 등 모자라는 돈을 빌리고 또 빌리면서 살아도 쌀독에 쌀이 떨어져 아이들 라면 먹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답니다."

애초에 류 모 조합원의 가족들은 유서 공개를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업노조 측에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조합원의 자살 기도를 두고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며, 가족의 동의를 얻어 유서 내용 일부를 공개한 것이다.

그러면서 쌍용차 기업노조 측은 "쌍용차 문제 내부적 동의 없이 정치권 일방 처리 시 강력한 투쟁 돌입"을 선언했다. 아니, 조합원이 생계가 궁핍해져 죽음을 선택하는 지경이라면, 응당 '민생'을 챙기지 못한 자신을 스스로 반성하고 사측을 상대로 강력한 투쟁을 선포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임무 아닐까?

▲ 경기도 평택 쌍용차 공장 코란도 C 생산라인. ⓒ연합뉴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주장

기업노조는 쌍용차지부가 자신의 주장 관철을 위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주장은 무엇인가? 해고자와 무급 휴직자, 비정규직 해고자 전원의 복직! 두말하면 잔소리다.

'국정조사'는 복직으로 가는 수단과 경로일 뿐이다. 만약 국정조사만을 쌍용차지부의 지상 최대의 목표로 삼았다면, 어째서 3명의 노동자가 평택공장 앞의 철탑에 올랐겠는가? 국정조사의 주체가 될 국회 앞이나, 혹은 국정조사를 반대하고 있는 새누리당 인근의 장소를 선택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렇다면 쌍용차지부는 왜 해고자 복직과 함께 국정조사를 주장하는가? 자신들이 복직되면 그만인데 말이다. 그것은 쌍용차지부가 해고자나 무급 휴직자, 비정규직 해고자만을 대변하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쌍용차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쌍용차처럼 '먹튀'의 위협 앞에 서 있는 똑같은 처지의 노동자를 모두 대변하려 하기 때문이다.

만일 쌍용차지부가 자신에게 조합비를 내는 노동자만 대변하려 했다면, 그들이 왜 무급 휴직자들의 체불임금 소송과 복직 투쟁을 지원했겠는가? 어쨌건 현재 무급 휴직자들은 모두 기업노조 조합원으로 편제되어 있는데 말이다.

쌍용차지부가 해고자들만 대변하려 했다면, 어째서 지금까지 꾸준히 현장에 홍보물을 배포하고 출근 선전전을 진행하면서 공장 안의 다양한 문제들을 제기해 왔겠는가? 지금부터 쌍용차지부가 지속해서 제기해온 현장의 쟁점들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스타게이트' 안의 임금과 노동강도

쌍용차 평택공장 앞을 한 번이라도 방문해본 이라면, 가장 먼저 출입문에 설치된 지하철 게이트를 발견하게 된다. 출입증을 바코드 찍듯 정문 안으로 들어가면 바깥과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마치 '스타게이트'처럼 말이다. 지금부터 게이트 안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액티언, 액티언스포츠, 카이런, 렉스턴 등 무려 4개의 차종을 혼류 생산하는 조립 3팀은 평일에도 3시간씩 잔업을 한다. 여기에다 주말 특근까지 팽팽 돌아간다. 오죽했으면 고용노동부조차 재작년에 노동시간 실태조사를 하며 근로기준법을 어긴 장시간 노동이라고 적발했을까.

죽어라 '뺑이치며' 일하느라 몸에는 골병이 들지만, 공포의 생산현장은 침묵과 총력 생산을 요구할 뿐이다. "건강과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현장 곳곳에 붙어 있는 문구들, 예전에는 별 뜻 없이 지나쳐 갔지만 이제는 몸서리쳐지게 다가온다.

조립 3팀과 반대로 일감이 없는 조립 2팀은 정취 근무만 한다. 때때로 라인이 정지되는 '계획정지'가 시행되기도 한다. 야간근무가 없어진 것은 좋지만 월급봉투가 비어간다. 4대 보험과 세금 떼고 나면 월 120만 원. 그나마 두 달마다 나오는 상여금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간다. 비정규직들은 법정 최저임금이라 입에 풀칠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먹튀' 자본 상하이차가 운영할 때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생산 물량도 노동 강도도 사측이 결정한다. 오죽했으면 조립 2팀 소속의 류 모 조합원이 '무잔업 3년'을 얘기하며 죽음을 선택했을까? 그렇다면 그 3년 동안 기업노조는 도대체 뭘 했단 말인가?

노동부가 장시간 노동과 심야 노동을 근절하잔다. 좋다! 노동 시간 단축해서 일자리도 늘리잔다. 그것도 좋다! 그런데 이게 뭐야? 생산이 팽팽 돌아가는 조립 3팀은 인원 충원 없이 생산량과 라인 속도만 늘려버렸다. 무급 휴직자, 정리해고자, 비정규직 해고자들의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할 현장에서 노동 강도만 높아진 것이다. 일감이 없는 조립 2팀은 임금이 절반 밑으로 뚝 떨어졌다. 이런 게 저들이 얘기하는 "노사화합 사업장"이란 말인가?

게다가 그조차도 못 받는 비정규직 제도를 현장에 심어 놓았다. "임금이 낮아? 너희들 받는 절반만 줘도 팔팔하게 일 잘하는 비정규직들 많아!" 이게 바로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놓은 중요한 이유였다. 불만 있으면 나가라는 거다.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잔말 말고 일이나 하라는 것이고.

게이트 안의 또 다른 세상, 분사와 비정규직

정리해고가 자행된 현장에는 듣도 보도 못한 '분사'란 것이 생겼다. 알고 보니 '하청' '외주화' '아웃소싱'의 다른 이름이었다. 출고사무소, 시설팀, 부품도장, 자재를 보급하는 물류센터에 분사가 들어섰는데, 애초 사측 주장과 달리 이쪽 업무만 담당하는 게 아니었다. 슬금슬금 분사 소속 하청노동자들은 생산라인 일부에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산 자'들의 눈에는 저 하청노동자들이 어떻게 보일까? 자꾸 관리자들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당신 말고도 일할 대기자들 바깥에 널리고 널렸다니까!"

희망퇴직한 일부 노동자들이 분사로 들어왔는데, 와보니 사장이란 사람은 희망퇴직을 진두지휘한 관리자 출신이었다. 원청의 지시에 따라 모든 것이 움직이지만 소속은 하청업체. 여전히 과거 관리자 밑에 있지만 쌍용차와는 아무 상관이 없단다. 마힌드라로 매각되면서 '매각 위로금'이란 게 나왔다. 오랜만에 공돈 만져보는 것이지만 기분은 더럽다. 정리해고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200만 원, 분사업체와 하청은 50만 원. "이런 게 바로 파업 때 비정규직 동지들이 말하던 하청 인생이구나."

2009년 파업에 들어가기 직전 평택공장 사내 하청 규모는 대략 300명이었다. 공권력의 유린 끝에 다시 돌아온 현장에 한 명 두 명씩 하청노동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분사업체를 포함해 벌써 평택공장에만 400명의 하청노동자들이 들어왔다. 2·3차 하청까지 합하면 500~600명 선. 파업 전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일자리 없다고 동료들 쫓아낼 때는 언제고…"

게이트 안의 공포 : "당신 말고도 일할 대기자들 많다"

겉보기에는 다를 바 없지만, 게이트 안의 세상은 '공포'가 지배한다. 용역 경비와 관리자들의 고압적인 현장 통제와 노무관리, 몸이 아파도 병가는커녕 힘들다는 소리 한 번 내지 못한다. "힘들어? 당신 말고도 바깥에 일할 사람들 널렸어." 산재 신청? 에이, 아서라. 내 돈으로 통원치료하며 공장에 다닐 수밖에. 산 입에 거미줄 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억압과 통제가 판치는 현장, 나를 지켜줄 이 누구인가? 민주노조 깃발이 무너지고 들어선 기업노조는 과연 현장을 대변하고 있는가? 헌신과 희생을 각오하고 싸웠던 동지들은 현장 밖으로 밀려나 엄동설한에 1000일 넘게 장기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눈이 있으면 똑똑히 한번 보라. 지난 몇 년간 판매량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2004년 판매량 수준을 거의 회복한 상태인데 아직도 부족하다고? 더 놀라운 사실은 과거보다 수천 명이 줄어든 인원으로 달성한 생산량·판매량이라는 점이다. 도대체 노동 강도는 얼마나 높아진 걸까?

국정조사가 왜 그렇게 두려운가?

그렇다. 이게 지금까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주장해온 것들이다. 자신들의 복직 문제만이 아니고 모든 현장 노동자를 대변하기 위해 힘써왔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에게 복직의 의미가 없다. "함께 살자"를 외치며 경찰 특공대에 맞서 77일을 싸웠던 노동자들이, "우리만 복직하면 돼"라고 얘기하겠는가?

쌍용차지부는 복직과 함께 과거의 불행한 역사, 상하이차로 무책임한 매각, 신차 하나 내놓지 않으며 기술만 빼 갔던 '먹튀', 그에 이은 자본 철수와 법정 관리, 정리해고의 역사를 깨끗이 청산하기를 원한다. 그렇게 해서 다시는 기술 유출과 '먹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의 고통이 없는 현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최근 이천의 하이디스 역시 '먹튀'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고, 한국GM 역시 미국의 본사가 일방적으로 차세대 크루즈 생산에서 배제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은 글로벌 자본의 국제 호구란 말인가? 앞으로도 정부와 자본의 잘못을 노동자가 일방적으로 책임져야 한단 말인가?

최근에는 사측과 기업노조가 공동으로 '국정조사 반대' 캠페인을 벌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약속이나 한 듯 마힌드라는 투자를 보류하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국정조사로 기업을 흔들지 말라는 것인데, 이쯤 되면 이제 없던 의심까지 생겨난다. 도대체 뭐 숨길 것이 있다고 이렇게 호들갑이란 말인가? 국정조사로 기업 활동을 못할 정도라면, 뒤가 구린 게 그렇게도 많단 말인가? 혹시 상하이차가 했던 짓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 김규한 위원장 등 쌍용차노조 대표, 지역 시민단체 대표 등 쌍용자동차 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1월 2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를 반대하는 11만 명의 청원서를 앞에 놓고 '쌍용자동차 정상화 추진과 국정조사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류 모 조합원이 유서에서 한탄했던 "지지난 정부와 금융자산공사, 산업은행이 앞장서서 3000억씩 흑자 나는 회사를 부실 매각하고, 회사 담보나 받아서 부실화시키고, 급기야는 떠나가는 사태", 이것을 투명하게 밝히자는 주장이 그리도 무섭단 말인가. 매각을 실행했던 '지지난 정부'를 맡았던 민주통합당, 떠나가는 사태를 방치했던 '지난 정부'를 맡았던 새누리당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국회가 행하는 국정조사를!

국정조사가 두렵다는 것은, 역으로 과거 상하이차가 행했던 것과 유사한 일이 지금 행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히려 의혹만 더 키운다. MBC의 김재철 사장조차 피했던 국정조사 자리에, 그 먼 인도에서 날아와 국회에 출석했던 파완 고엔카 사장의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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