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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꾀돌이 정치로는 미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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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꾀돌이 정치로는 미래 없다

[창비주간논평] 2012 대선의 교훈, 이념의 정치와 민생정치

100만 명의 하우스푸어, 1000조 원대의 가계부채, 재벌과 대기업의 동네상권과 문구·빵집·식자재 등 중소상공인 적합업종 진출 등은 무엇을 말하는가. 노후대책은 없고 재산의 80%인 주택은 팔 수도 없어 빚만 잔뜩 떠안은 5060세대와 생존율이 25%도 되지 않는 자영업자의 생활의 위기는 심각하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 실정에 누구보다도 아픔이 컸던 5060세대와 자영업자들은 그러나 정권교체를 외치는 야당이 아니라 생활정치의 이미지를 강조한 여당 후보를 선택했다. 30대, 40대 때는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의 정치 개혁의 외침에 흔쾌히 표를 던졌던 그들이 왜 여당 후보에게 몰표를 주었나.

반면 청년실업, 비정규직 일자리, 자기 소득으로는 살 수 없는 천정부지의 집값과 전월세 가격 상승 등을 통해 2030세대가 체감하는 생존의 위기도 심각하다. 그러나 2030세대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며 아낌없이 정권 교체에 표를 던졌다. 왜 다른 선택이었나. 2030세대는 미래를 보고 투표했지만 5060세대는 경험으로 투표했다.

노무현 정부의 '계승'만 있고 '극복'은 없어

부동산 가격 폭등과 카드 대란 등 서민 금융 위기, 매년 반복되는 두 자릿수의 등록금 인상, 불법 다단계와 사행성 게임 등 대규모 민생 침해 사건 등 5060세대에게 민생정치의 측면에서 민주정부 10년은 결코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는 정권이 아니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확대, 대형마트 허가제 폐지, 중소기업 고유(적합)업종 폐지, 서민은행인 저축은행의 대규모 PF대출 허용, 분양가 상한제와 무주택자 우선청약제의 폐지와 부활….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군사정권의 관치경제를 극복하겠다면서 추진한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것은 결국 재벌과 대기업이 시장을 독식하는 신자유주의적 시장방임정책이었다. 결과는 경제적 양극화의 심화와 중산층의 몰락, 근로계층의 빈곤화였다.

서민들이 민주정부에 기대한 것은 거대한 재벌과 기득권층으로부터 서민을 보호하는 호민관(護民官)으로서 민생정책이었으나 민주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무능 아니면 배신이었다. 서민들로서는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2007년 대선에서 참패하여 야당이 되었지만 야당 내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민생정치의 실패를 뼈아프게 반성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을 모색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정치권력의 민주화, 남북관계의 개선 등의 정책은 '계승'되어야 하겠지만, 적어도 민생경제 정책에서만큼은 '극복'이 필요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정부와 차별성을 추구하면서 복지와 경제민주화, 민생우선 정치의 이미지를 구축해갈 때 야당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혼란과 불안을 극복할 의지나 노무현 정부와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선거 막판에 등장한 민생공약, 경제민주화는 추상적 담론에 머물고

민주통합당의 정치전략가들은 민생정책을 대선의 정책공약으로 제시하면 논란만 많고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주의와 정권교체의 열망에 부응하여 야당이 집권하면 그때 가서 진정성을 가지고 민생문제를 해결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반대 측 이해관계자가 있는 민생문제는 항상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민생정치가 어렵다. 동네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일요일 영업을 규제하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가계부채에 허덕이는 서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무책임한 영업에 책임을 묻고 원리금을 감면하는 개인 파산·회생재판이나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면 도덕적 해이의 비난이 제기된다. 중소상공인 적합업종 보호에는 경쟁을 통한 자영업 육성이 지체된다는 비판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이러한 반론들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당면한 민생문제를 어떻게 해결해갈 것인지에 대한 진정성과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 생활정치, 민생정치이다. 우여곡절을 거쳐 12월이 다 돼서야 민생공약이 공약집에 담기게 되었지만 경제민주화는 민생정책으로 구체화되지 못하고 추상적 담론에 머물게 되었다. 그나마 국정원 여직원의 선거개입 사건에 '올인'하는 사이 민생공약의 쟁점화는 한참 비켜갔다. 그사이 박근혜 후보는 이미지화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약을 제시하며 민생정치를 실현할 것이라는 신뢰를 얻었다. 아마도 민생정치를 염두에 두었다면 야당은 적어도 8,9월에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 가계부채 해소, 중소상공인 보호 등 구체적인 민생정책을 놓고 여당과 정책논쟁을 마다하지 않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단일화와 정권교체, 이명박정권 심판만이 있었다. 민생정치에 있어서만큼은 야당은 선거전략이 없었던 셈이다.

이념의 정치와 민생정치, 새롭게 거듭남을 보여주는 정치

혹자는 시민의 탈이념화와 생활정치화를 이유로 정당정치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 가계부채 해소, 중소상공인 보호 같은 구체적인 생활의 문제를 놓고 정책대결을 벌이는 민생정치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크게 후퇴한 민주주의와 인권을 목도한 많은 시민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고귀한 가치의 복원을 염원하고 있는데, 섣불리 민주주의와 인권을 권력운용의 기본 가치로 하는 이념의 정치가 빛이 바랬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념의 정치가 정치의 전부이거나 대부분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시민들의 다양한 호소를 외면한 채 숨 막히게 고정된 정치, 시대에 뒤떨어진 정치가 반복될 뿐이다.

또한 논쟁을 피하고 모든 이가 손뼉 치는 문제만 쟁점화하는 식의 정치도 결국 서민들의 생활현장, 생존의 문제에서 한참 벗어나 정권심판만 외치는 공허한 정치가 되기 십상이다. 이리저리 표를 계산하여 정책을 내세우는 꾀돌이 정치가 아니라 가슴을 열고 먼저 서민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부족하더라도 대안을 만들려고 고민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대안을 놓고 논쟁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혼란에 그칠 수도 있지만 발전적인 논쟁과정에서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고 정치적 지도력을 갖추어 참신한 이미지로 거듭나는 정당이 될 수 있다. 그래야 10년이 가도 변화가 없는 정치에서 탈바꿈해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고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신뢰의 정치 시대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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