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국정조사 연속 기고 ①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는 꼭 필요한가? |
1월 10일, 쌍용차 노사가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 이후 3년 5개월 만에 "무급 휴직자 전원 복직 합의"를 했다는 대대적인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후 TV, 라디오, 신문, 인터넷 등에서 무급자 복직 합의에 따른 쌍용차 관련 보도가 줄을 이었다.
뉴스를 접한 시민은 "드디어 쌍용차 문제가 다 해결되었다"며 축하해주고, 이제 "대한문 분향소, 평택역 천막 농성장도 치우고, 쌍용차 앞 송전탑 위에서도 내려와야 하는 것 아니냐?" 하신다. 곪을 대로 곪고, 꼬일 대로 꼬여 있는 쌍용차 문제의 분명한 진전이다.
돌아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해 3000여 명에 대한 구조조정, 단일기업 노사 분규에 대한 사상 최대의 공권력 투입과 1000여 명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77일간의 공장 점거 파업, 그리고 이어진 23명의 죽음은 그 자체로 정리해고가 가져다준 충격이자 고통이었다.
쌍용차 문제는 평택 지역 사회까지 그 고통의 여파를 고스란히 전가해 지역 경제를 침체시키고, 지역 사회를 분열시키는 사안이 되었다. 한 집 걸러 한 집이 쌍용차와 관련이 있다는 지역 사회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른바 산 자(비해고자)와 죽은 자(정리해고자)로 나뉘고, 20년 지기(知己)가 서로 얼굴조차 대면하기 꺼리는 사이가 되었는가 하면, 누구는 동료를 저버리는 자 또 누구는 회사를 망하게 하는 자로 낙인찍히고 상처를 받기도 했다.
지난 4년여간 악몽 같았던 쌍용차 사태를 접해왔던 시민이라면 이번 무급자 복직 합의 발표가 긴 가뭄 속의 단비 같은 희소식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급자 복직 합의 발표'의 불편한 진실
그러나 야단법석 언론 보도와 그것을 활용하는 쌍용차 회사 측의 태도에서 '불편한 진실'이 읽힌다. 먼저 '무급 휴직자 복직 합의'라는 말은 틀렸다. 무슨 대단한 '결단'이라고 볼 수도 없다.
노사 대표가 서명하여 맺은 합의(서)는 그 자체로 법적 구속력이 있다. 쌍용차 노사는 2009년 8월 6일자로 합의서를 작성하였고, 그 합의서에는 "무급 휴직자를 1년 뒤(2010년 8월)에 순환근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따라서 이번 '합의'는 무급 휴직자 복귀와 관련한 별도의 '합의'라 할 수 없으며, 단지 2009년도 합의서의 이행 조치일 뿐이다. 그것도 2년 7개월이 지난 시점의.
그리고 '복직'이란 말도 틀렸다. 비록 무급이었지만 무급 휴직 노동자들은 2009년 8월 합의서 작성 이후 쌍용차와 고용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기 때문에 해고 상태에서 '복직'되는 것이 아니라 휴직 상태에서 일터로 '복귀'하는 것이다. 정작 '결단'을 내려야 할 정리해고 노동자 복직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쌍용차 회사 측은 "무급자 복직 합의"라는 말이 가져다주는 착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마치 쌍용차 회사 측이 새롭게 큰 결단을 내려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은 무급자 복직 합의 발표가 쌍용차 국정조사 추진을 막기 위한 '선수 치기'였다는 점이다.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대표마저 대선 이후 쌍용차 국정조사를 사실상 약속했다. 쌍용차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해외 매각 문제부터 상하이차의 먹튀 행각(기술 유출 등) 그리고 산업은행과 정부 관련 부처의 해외 매각 특혜와 먹튀 행각 방조 의혹, 2009년도 회계 조작 의혹과 그에 따른 불법적 정리해고까지 밝혀야 할 내용이 국회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정도로 많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국정조사를 반대한다는 궁색한 입장만으로 버티던 회사가 대선에서 승리한 여당 강경파의 쌍용차 국정조사 반대 입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무급자 복직 합의를 대내외적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제 국정조사 없이도 쌍용차 문제가 해결되니 정치권이 기업 문제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이기도 했을 것이다. 쌍용차 국정조사 추진이 회사 정상화에 독이 될 것인지? 약이 될 것인지?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쌍용차를 둘러싼 문제가 사회적 쟁점을 넘어 정치적 쟁점까지 된 이상 이를 덮어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정조사를 통해 문제 해결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 기업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쌍용차 정상화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 지난 26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인근 철탑 고공 농성장에서 열린 '희망버스' 행사에서 한 참가자가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뒤늦게 노사 합의 이행한 뒤 체불 임금 소송 취하 강요
마지막으로 무급자 복직 합의 발표가 250여 명의 무급 휴직 노동자들이 복귀 합의를 지키지 않은 회사를 상대로 한 '미지급 임금 청구 소송'의 2월 15일자 선고 공판을 앞두고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회사의 의도와 꼼수가 드러난다. 재판부가 수차례의 조정 기일을 거치면서 소송 당사자들에게 각 2000여만 원 상당의 임금을 회사가 지급할 것을 조정안으로 제시했으나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최종 선고 판결을 앞두고 있다. 재판 상황이 회사 측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허겁지겁 무급자 복직 합의를 발표해놓고는 당사들을 불러 모아 "2009년 8월 6일 노사 합의서와 관련하여 향후 어떠한 민형사상의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또한 계류 중인 임금 청구 소송에 참가한 경우 2013년 1월 31일까지 동 소송을 취하할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이른바 '확약서' 작성을 강요하고 있다.
쌍용차는 무급자 복귀에 따른 공정 배치 문제 등 후속 실무 협의를 시급히 진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임금 청구 소송을 취하하라고 강요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노동자들에게는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무급자 복귀 합의가 환영과 기쁨, 회사 측의 진정성 있는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아니라 쌍용차 사태의 진실을 감추는 도구로 이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이유다.
77일 싸움 끝에 얻어낸 '무급 휴직'
애초에 쌍용차는 '해고'만 밀어붙였지 무급 휴직은 고려 대상에 없었다. 쌍용차는 정규직 2646명 그리고 비정규직 350여 명을 일터에서 쫓아내는 구조조정을 하면서 단 1명의 예외도 두지 않았다. 저항과 반발을 누르고, 정리해고 숫자를 줄이기 위해 희망퇴직을 강요하여 1900여 명 이상의 희망퇴직서를 받아내었다. 마지막 남은 700여 명마저 반드시 정리해고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노동조합의 각종 양보안과 고통 분담안도 거부했고, 용역 깡패와 수천 명의 경찰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함께 일했던 동료를 구사대로 동원하여 동료들 간에 서로 적이 되어 마주 보게 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았다.
그럼에도 마지막 남은 정리해고 대상자 중 48%(현재 455명)를 '무급 휴직자'로 한다는 최종 합의가 가능했던 이유는 단전, 단수 상황과 사상 최악의 폭력적인 공권력 투입과 진압에도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배수진을 치고 77일간의 공장 점거 파업을 해온 노동자들과 더 이상의 큰 희생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각계의 우려와 합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100여 명 가까운 쌍용차 노동자들과 관련자들이 구속되었고, 회사와 경찰, 보험사로부터 청구된 손해배상 청구 금액이 430억 원 가까이 된다고 한다. 무급 휴직자 48%(현재 455명)는 그야말로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를 통한 상상을 초월한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고통과 희생에 대한 최소한의 가시적 성과이자 의미였다. 23명이 죽고 3년 6개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야 진행되는 무급자 복귀 결정을 무조건 잘한 일이라고 박수를 보낼 수만 없는 이유다.
실제로 무급 휴직자였던 고 임00 씨는 지난 2011년 2월 쌍용차 관련 19번째 사망자였다. 2009년도 최초 합의서가 지켜지기만 했어도 고 임00 씨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뒤늦은 무급자 복귀 결정이 낳은 비극이었다.
'언론플레이'보다 정리해고 노동자들과 대화 나서야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는다고 기업 경영을 잘못하여 경영상 이유에 의해 해고된 노동자들은 말 그대로 피해자이고 희생자이다. 쌍용차는 2012년도 12만 대를 생산, 판매하여 기존 인력 규모의 절반 수준만으로 정상 생산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였고, 2013년에는 15만 대 생산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 국정조사가 회사 정상화를 저해한다고 볼 수 없다. 지금까지 대규모 정리해고를 자행했던 완성차 사태에서 보듯이 사태의 마무리는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현장 복귀여야 한다.
회사 측은 2009년도 8월 6일 노사합의서를 거론하며 무급자 복귀 합의를 했다고 나팔을 불면서 정작 그 노사합의서에 포함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 보장 확약서'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언급도 하지 않는다. 자동차 공장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행 파견법을 위반한 불법 파견 노동자로 정규직 노동자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이다. 쫓겨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도 마땅히 정규직 노동자로 일터에 돌아가야 한다. 결자해지라 했다. 쌍용차가 '무급자 복직 합의'라는 장막 뒤에 숨지 말고 '국정조사 추진, 정리해고자 복직, 비정규직 해고자 정규직 복직' 문제를 풀기 위해 정리해고 당사자들과 직접 만나 해결책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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