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헬 지역 국가들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틈새를 이용해서 몇 년 전부터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북아프리카 지부(AQMI)가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알카에다 외에도 이슬람 원리주의 "신앙의 수호자"(Ansar Dine)가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사헬 지역이 이슬람화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의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
지난 11일 프랑스가 반란군의 위협에 직면한 전(前) 식민지 말리의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서 갑작스레 군대를 파견해서 세계를 깜작 놀라게 했다. 아무도 예상 못한 군사 개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사헬 전문가들은 말리 정부가 붕괴해 이슬람의 지배에 놓이는 것을 방치하면 사헬 지역 전체가 사헬리스탄이 될 수 있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조치였다고 보았다. 16일 알제리의 인아메나스 가스전에서 일어난 유혈 인질극은 이러한 프랑스의 군사 개입에 대한 말리 이슬람 세력의 보복 작전으로, 이슬람 무장 조직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사헬리스탄의 태동을 둘러싼 두 세력의 서전이었다.
▲ 지난 25일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국방장관이 말리로 떠나는 프랑스 군인들을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
프랑스는 왜 갑자기 말리 군사 개입을 결정했나
아무도 예견하지 못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프랑스의 말리 군사 개입 소식에 처음에는 모두 그 동기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말리의 지도(地圖)와 국내 상황을 관찰하면 해답이 어렵지 않게 나온다. 124만 제곱킬로미터의 국토에 인구가 1100만인 말리는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49개 국가군에 속한다. 정치는 늘 불안정했다. 군대는 조직·무기·훈련 모두 취약하다. 말리 북부는 북아프리카 알카에다(AQMI)와 '서아프리카 단결과 지하드운동(NOJWA)' 등 두 개의 이슬람 원리주의 집단과 말리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투아레그족이 독립을 주장하며 조직한 아자와드해방국민운동(MNLA)이 장악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힘이 실제로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다.
북부에서 이슬람주의자들의 활동은 작년 봄 이후 특히 두드러졌다. 3월 쿠데타가 있은 후 중앙정부의 통제력은 더욱 약해졌다. 2011년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가 암살을 당한 이후 리비아에서 용병으로 활동한 말리인들이 최신형 무기를 갖고 돌아와 이들을 통제하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 이들을 통제하지 못하면 사헬 지역이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의 지배 아래 들어가고 지역 전체에 이슬람 원리주의를 전염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은 프랑스나 유럽 국가들이 공감하고 있다. 사헬리스탄이 출현할 위험에 대한 공감이다.
프랑스가 갑자기 말리에 대한 군사 개입을 단행하게 된 것은 북부 이슬람 반군이 정부군과 대치하고 있는 남북경계선의 요충지 코나를 점령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코나가 이슬람 세력에 넘어가면 전선의 남쪽에 위치한 도시 세바레도 반군에 넘겨주게 된다. 세바레에는 국제공항이 있다. 만약 세바레가 이슬람주의자들에게 장악되면 말리 정부군과 추후에 참전하게 될 서아프리카 회원국 군대가 북부를 탈환하기 위해 군대를 운송할 공항을 잃게 된다.
무엇보다 반군이 수도 바마코로 진격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말리가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가 되면 서아프리카 전역을 이슬람이 장악할 길을 열어주게 된다. 따라서 말리가 이슬람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프랑스가 긴급 군사 개입이라는 처방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는 해석이다.
사헬리스탄의 위험 사라지나?
프랑스의 군사 개입은 영국과 미국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사헬리스탄을 막는 데 이해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안 2085를 통해 프랑스 파병을 만장일치로 지지했을 뿐 아니라 서부 아프리카경제공동체(CEDEAO) 국가들의 말리 파병을 권장했다.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파병은 그 숫자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과거 말리를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군이 말리에 오래 주둔하는 것은 서구 식민국의 복귀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이미지가 좋지 않다. 따라서 아프리카 군대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서아프리카 회원국엔 훈련된 군대가 많지 않다. 장비도 열악하다. 파견에 필요한 재정 부담도 문데다. 따라서 최소한 몇 달의 시간이 필요하다.
프랑스 공군의 포격과 특수부대의 활약으로 당분간 반군이 정부군을 공격할 여력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당장 사헬리스탄이 출현할 위기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나이지리아의 굿럭 조너선 대통령도 말리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서아프리카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다행히 서아프리카 회원국 전체가 말리 사태 해결에 적극 참여할 의지를 밝히고 있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말리의 이슬람 반군 활동이 진압될 때까지 프랑스군의 말리 주둔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다고 사헬리스탄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사헬 지역 국가들의 빈곤 문제를 해결해 주고 정치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외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는 한 사헬리스탄이 출현할 잠재적인 위험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프리카를 착취의 대상으로 삼아 온 서구 강대국들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지역이 아프리카 대륙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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