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프로그램 의무재전송 대상을 확대하는 안에 대한 의결을 예고하면서, 방송사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상파 의무재전송이란, 공공성이 강한 지상파 프로그램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위성방송사업자도 재전송하는 걸 의무화한 조치를 말한다. 방송법 78조는 KBS처럼 다채널을 가진 지상파의 경우, 의무재전송 대상 채널을 1개로 국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의무재전송 대상이 되는 지상파 방송 채널은 KBS 1과 EBS다. 종편 역시 의무재전송 대상이다.
방통위는 이를 KBS 2TV와 MBC로까지 확대하는 안과 지상파 채널 모두를 의무재전송하되, 재전송 대가를 별도로 책정하는 안을 놓고 이번 전체회의에서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관련 의결을 취할 방통위 전체회의가 예정된 28일 오전, 전국언론노동조합과 KBS 양대 노조, KBS 직능단체 등은 서울 종로구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와 같은 조치가 "국민의 자산인 공영방송 프로그램을 거대 SO에 헌납해 상업미디어 자본의 이익을 늘리고 전 국민을 유료방송 가입자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무재전송 대상 채널을 오락 채널인 KBS 2로까지 확대할 경우, 의무재전송을 규정한 관련 법 정신이 훼손되는 게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SO가 KBS 2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을 재전송하기 위해서는 일정액을 주고 관련 콘텐츠를 구입해야 한다.
이들 단체는 방통위의 이런 조처로 인해 "공영방송은 급격한 재정 악화에 빠져 양질의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시청자들은 하향 평준화된 프로그램을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보는 이중의 피해를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나아가 방통위의 이런 조처가 종편 진출로 인해 경쟁이 격화된 SO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행위라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종편 출범 후 거대 SO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편법이며 MB정권 하 방송정책의 마지막 꼼수"라며 "MB정권 후 방통위는 불법적으로 언론을 탄압하고, 반대에도 불구하고 종편을 출범시켜 수구적 언론환경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의무재전송 문제는 방송사들과 SO들 간의 자율적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할 사안"이라며 "방통위가 해야할 일은 유료 상업 매체인 SO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 무료 보편적 매체인 지상파방송을 통한 다양한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공시청시설 유지관리에 관한 규제를 강화해 시청자들의 매체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성남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종편이 의무재전송 대상이 되면서, SO가 질 낮은 종편 콘텐츠를 의무적으로 전송하게 됐다"며 "SO의 손해를 지상파 의무재전송 확대로 채워주려는 뒷거래"아니냐고 방통위의 이번 조처를 비난했다.
이에 앞서 KBS 새노조는 27일 성명을 내 "비용이 많이 드는 드라마나 예능은 포기할 수밖에 없고, KBS는 70년대 수준의 군소 방송으로 전락하게 됐다"며 "TV 무료 재전송은 유료방송 특혜의 결정판"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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