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다산콜센터 입사하여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외주업체에서 채용만 하는 줄 알았는데, 교육을 받고서야 각 업체의 정직원으로 채용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산콜센터는 콜센터 우수업체 선정된 곳이나, 3개의 업체의 베일에 쌓여있었다. 시민들에게 우리는 각 업체의 소속임을 밝히면 안 된다.
6주간의 교육동안 구청, 보건소, 시청의 내용이 담긴 3권의 두꺼운 책의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쁘게 지나갔고, 그밖에 수도, 교통, 일반 상담의 내용까지 정신이 없었다. 교육에 참가하는 공무원들은 다산콜센터가 생겨 피곤해졌음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소연했다. 사람들이 다산콜센터로 손쉽게 신고를 하는 덕에 할 일이 많아 졌고, 상담원들의 오안내로 곤란했다는 것이다. 모든 상담원들은 정해진 업무가 아닌 모든 업무를 소화해 내야하고, 복잡한 업무와 민원, 열악한 근무 환경,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근무조건 때문에 업무에 익숙할 만한 상담원들이 퇴사하여 신입으로 자리가 채워지기 때문이다.
상담 자리가 비어 몇 명은 일주일 빨리 투입이 되어 상담을 하게 되었으나, 노동부에 이미 교육시간에 대해 신고를 했기 때문에 계약일은 빨리 투입된 것과 상관없이 일주일 늦은 후부터이란다. 그나마 다행인건가. 상담석이 없는 일부 교육자들은 2개월간 가택 대기자라는 이름으로 교육만 받고, 대기후 입사하거나 다른 곳에 가기도 하고 교육만 받고 잘리기도 한다.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점수에 반영
우리들은 모두 점수에 의해 모든 업무를 하고, 점수에 따라 급여도 지급받는다.
9시까지 출근인데 8시 40분까지 컴퓨터에 출근 체크를 하지 않으면 조회 지각 감점을 당한다. 매주 월요일 출근 30분 전에 교육을 하는 업체들도 있다. 20분 전에 출근한 상담원들은 5~10분 아침조회를 하고, 바삐 자기들이 마실 물과 사용할 프로그램을 세팅한다.
출근 시간 5분 전에 대기해야 하고, 출근 후 1시간 내,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퇴근 전 1시간 내는 취약시간으로 자리를 뜨면 안 된다. 한마디로 그 시간에는 화장실을 가면 안 된다. 바쁜 시간이고 점심으로 상담원들이 많이 비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월요일 점심시간은 10분 단축되고, 그 외 점심시간은 5분 전 대기해야 하며, 휴식은 하루 20분 이내다.
콜 수, 콜을 받고 이력을 남기거나 처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인 후처리 시간, 상담원이 상담한 콜에 대한 품질을 평가한 점수 등을 모두 숫자로 바꿔 상담원들 간, 업체 간의 평가가 이루어진다. 내가 숨쉬고, 말하고, 이력을 남기는 모든 순간들이 다 숫자화되고 있다. 실시간으로 보내지는 나의 콜 수와 동료의 콜 수, 타사의 콜 수를 체크해야 한다. 따라서 콜 시간은 길어지면 안 되고, 꼼꼼하게 처리해야 하는 시간도 최대한 단축해야 한다.
어떤 팀은 취약시간에 화장실에 간 사이 팀장들이 쫓아와 이름을 부르며 찾으러 다닌다고 한다. 변비도 걸리면 안 된다. 시민들이 화가 나서 욕설을 퍼부어도 나는 억누르고 다음 콜을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내 숫자들이 그나마 유지될 수 있다. 민원이 걸리거나 해서 콜 수가 떨어지면 대체할 방법도 있다. 홀몸 어르신께 전화 한 통하고, 시민한테 친절하다는 말을 듣고,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놓은 상담 자료 중에 틀린 것을 찾아 점심시간을 쪼개고 퇴근시간을 늦춰서라도 수정해 놓고, 못 채운 콜 수만큼 또 다시 점심시간을 쪼개고, 퇴근시간을 미루면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시험에서 꼴등하면 틀린 문제 깜지
아프면 안 된다. 내가 관리를 못한 것이니까. 아파서 당일 조퇴하려면 4시간 이상 근무해야 한다. 이 역시 지키지 않으면 감점되기에 나중에 빠진 시간만큼 채워 넣어야 한다. 4시간 조퇴 했으니 다음번 점심시간을 30분 단축하거나, 퇴근시간을 늦춰서 4시간만큼 채워야 하기도 한다. 너무 아파서 못 나올 때도 당일 연차가 감점된다.
목이 찢어지는 고통으로 의사가 말을 하지 말라고 하면 쉴 수는 있다. 대신 무급이다. 아파서 치료하는데, 내 돈 내가며 치료하고 일을 못했으니 돈도 못 받는단다. 월요일과 금요일 연차는 사유가 없으면 쓸 수 없으며, 연차 쓸 경유 사유서를 작성해야 하는 업체도 있다. 연차는 전 달에 팀별로 짜놓고 당월에 바꾸면 감점이다.
상담원들의 스트레스를 한층 고도시키는 업무테스트가 매달 1회 있다. 일주일 전부터 1시간씩 업무 끝나고 남아서 교육을 받는다. 이 시험 점수도 내 급여에 반영된다. 시험은 20문제, 주어진 시간 25분. 한 과목당 한 문제가 나오나, 시험범위는 20개가 넘는다. 두터운 시험문제를 교육 강사들이 프린트하면 꼬깃꼬깃 들고 다니며 열심히 보고, 교육 받는다. 점수가 안 나오면 업체 간 평가점수도 깎인다.
꼴등한 업체는 시험 당일 날 죽을 맛이다. 마치 학창시절로 되돌아온 기분이다. 업체가 꼴등해서 매니저 기분이라도 상하면 시험 하위자들은 재시험을 보거나, 또 교육을 받고 틀린 문제를 적어서 제출하는 깜지도 쓴다. 교육 시간은 업무 시간 외에 진행한다. 나머지 공부인 셈이다. 내 나이가 몇인가, 내가 뭐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감정노동자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는 '미스터리 샤퍼(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일반 고객인 것처럼 가장해 직원들의 서비스를 평가하는 사람들. <편집자>)'도 있다. 몇 개월에 한 번씩 공무원들이 시민인양 전화하여 상담사들을 평가한다. 업체는 '주무관을 감동시키라' 라는 프로모션을 걸어 미스터리 샤퍼를 신고하거나, 상담원들에게 가점과 감점을 준다. 우리는 시민을 감동시키는 일 따위는 집어치고 주무관을 감동시키라는 명령을 받은 로봇인양 신고된 미스터리 샤퍼를 분석한다.
다산콜센터 노동자의 휴가는 자유롭다? 현실은…
기본급 최저임금 수준에서 콜 수, 시험, QA(품질보증), 그 밖의 감점과 가점에 따라 5만 원씩 추가되어 차등으로 지급되는 성과급을 받는다. 명절 보너스는 3만 원짜리 상품권. 각 업체의 정직원이라는 나는 3만 원짜리 상품권으로 구정과 추석을 보낸다. 아버지 돌아가시면 5만 원, 생일에는 3만 원이나, 5천 원만 주는 업체도 있다. 육아수당은 없다. 보육시설도 없다.
노동조합을 설립한지 약 2개월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자유로운 휴식 보장, 20분전 출근 아닌 정시 출근, 업무 시간 내 교육, 테스트도 분기별 테스트로 바뀌었다. 그래서 서울시와 업체는 개선되었으니, 화장실 못 간다는 소리 좀 그만 하라고 한다.
서울시는 전순옥 민주통합당 의원 간담회에 콜센터 노동자들이 자유로운 연차, 병가, 보건휴가를 사용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나 11월 21일 목이 아픈 상담원이 전날 아파서 12월 연차로 쉬고 당일 목이 더 심해져 말도 안 나와서 병가를 써야 한다고 하니, 병가는 일주일 이상 병원 진단서가 있어야 쓸 수 있다고 한다. 목으로 일을 하는 상담원들인데, 목이 아픈 건 병가가 아니라고 한다.
또 민원을 받아 울고 있는 상담원한테 해당 팀장은 살짝 옆으로 가서 "울지마, 왜 울어 또 상담 중 우는데 못 쉬게 한다고 신고할래?" 하고 지나간다. 울고 있는데, 힘이 든다는데, 서울시 소속이 아니어서 협상 대상이 아니라며 업체와 협상하라고 하는데… 업체는 힘든 상담원을 조롱한다.
11월 22일 전국 버스 조합의 파업으로 21일 저녁 18시부터 일한 상담원들은 1시간에 30여 콜을 받았다. 귀가 이상하고, 멍하고 윙윙거린다고 하는데 업체에서는 야간 콜이 떨어져 야간 상담원이 필요 없다고 한다.
▲ 콜센터 노동자. ⓒ뉴시스 |
서울시는 상담원들이 힘들다고 해서 타 콜센터를 방문해 보았으나, 모두 똑같은 상황이고 오히려 다산콜센터는 임금이 높아 이직률이 적은 편이라고 한다. 그렇다. 콜센터 노동자는 다 똑같은 상황이다. 다들 힘들다. 통신사, 카드사, 보험사, 콜택시 콜센터를 거친 나는 다산콜센터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까지 업무시간 5분전 대기, 업무 외 교육이 모두 당연한 것인 줄만 알았다. 다 돈을 받아야 하는 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 몰랐었다. 콜이 많고, 다른 상담원들보다 더 많이 콜을 받아야 하므로, 화장실도 바쁜 시간에 가면 안 되는 줄 알았다. 우리 콜센터 노동자들은 그렇게 바보였다. 아프면 병가를 써도 되는지, 보건 휴가가 있는지 모르고 살았다. 외주업체 정직원이니 모두들 자신이 정직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힘이 들면 1년 정도 퇴직금 받을 시기가 지나 퇴사를 하고, 또 다른 콜센터로 이직한다. 그렇게 이직하면 경력이 쌓였으나 경력 인정은 안 된다. 다시 신입으로 돌아가 교육과정 거치고, 수습기간 거치고, 다시 신입이 된다. 상담원에서 교육 강사나 팀장이 되면 상담원보다 일찍 오고 늦게 가야 한다. 콜을 안 받는 대신 그들은 콜 받는 상담원들을 관리하며 회사와 상담원들 사이에서 고통받고 있다. 그것이 미래다.
아이들 분리불안 증세 보여도, 육아수당 미지급
대부분의 여성 근로자로 이루어진 콜센터 상담원들. 그들은 콜센터 상담원 또는 관리자이기도 하지만, 어머니이고 아내이다. 팀장이나 교육 강사가 되어 관리자가 되더라도 아이를 돌보고, 남편을 위해 저녁을 준비할 시간은 없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돌아온 상담원들은 돌쟁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허겁지겁 출근하고, 또 허겁지겁 퇴근하여 아이를 찾아온다. 두 돌까지 분리불안 증세에 있는 아이들은 밤에 잠을 잘 잘 리가 없고, 불안하지 않을 리가 없다. 작고 어린 아이들이 어머니를 제일 필요로 하는 시기인데, 어린이집조차 없고, 육아수당도 지급되지 않고 있다. 그것이 콜센터 노동자들의 상황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우리가 원래 그런 노동자들이라고 한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면 다행이다. 힘들고 바쁘게 여성 노동자들이 일하는데 서울시는 타 콜센터보다 많은 160~180만 원의 임금을 주기 때문에 이직률이 적다고 한다. 연 평균 4%의 이직률은 그들이 보기엔 당연한 수치인 듯하다. 세금 빼고 실수령액이 평균 150만 원이다. 그러나 주말에 아이를 맡기며 추가 근무하고, 목이 터져라 남들보다 콜을 더 많이 받아야 주간에 일하는 평균 상담원들 실수령액이 160~180만 원 정도 일 것이다. 내 아이를 남에게 맡기고, 내 목이 터져라 받은 대가이다.
서울시, 다산콜센터 근무조건 실태조사 벌이고 발표 안 해
11월 20일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입수한 다산콜센터 상담원 직무스트레스와 정신 심리검사 결과를 보자. 상담원들은 일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체화(억압된 감정이 통증 등 몸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증상), 강박증, 우울, 적대감 등에서 높은 수치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약 9.3%가 위험군에 해당했고 응답자의 13.7%가 2가지 영역 이상에서 비정상으로 조사됐다. 고객으로부터 욕설, 폭언에 당했다고 답한 직원은 82.3%, 인격모독을 당했다고 답한 직원도 71%에 달했다. 고객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응답한 직원도 20%로 조사됐고, 업무와 관련해 신체적 폭력을 당했거나 당할 뻔했다고 응답한 직원은 1.2%였다.
서울시는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조건 등에 대해 실태 조사를 벌이고도 정작 발표하지 않고 있었다. 다산콜센터 노동자의 강박, 우울증이 일반인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아 발표하기 어려울 정도의 결과가 나오자 감추기 급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조합 설립 후, 2주간 30분씩 주어졌던 형식적 심리 상담시간이 1시간으로 늘고, 횟수도 늘어난 것 같다. 각 업체 소속 약 150~180여 명의 상담원들이 언제나 한 번씩 다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게다가 이런 발표 자료를 감추었던 서울시. 우리는 누구를 믿고 일해야 하며, 누구를 위해 일을 하고 있을까….
업체를 위해 콜 수를 늘려야 하는 것인지, 서울 시민들을 위해 정성껏 알아보고 도와 줘야 하는 것인지. 결국 "서울시에 관한 모든 것은 120 다산콜센터로 문의하세요"는 "서울시에 관한 모든 것은 위탁업체에게 문의하세요"가 된다. 그에 따른 어떠한 책임도 서울시에는 없다. 그러면서 구청 직원들이 민원인과 싸우다 통화하기 어려우면 서울시 120으로 전화 하라고 했다는 거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우리는 위탁업체 직원일 뿐 아무런 힘도 없는데, 도와주고 싶어서 공무원 연결해주면 '욕먹고 무시해도 되는 민원 전달한다'는 식의 대답이 돌아온다. 내 콜 수 채워야 하는 시간 흘리면서 오지랖만 넓었구나 후회만 된다.
다산콜센터 직원도 모르는 서울시 정책, 제대로 될까?
언제부터 간접고용이 당연한 사회가 되었을까. 무식한 나는 왜 이렇게 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신경 쓰기 싫으니 돈만 쥐어주고 위탁업체에 맡겨진 상담원들. 낙동강 오리알처럼 떠다니다가, 오리새끼인지 백조새끼인지 모른 채 방황하다 끝이 난다.
상담원은 그 회사의 얼굴이다. 다산콜센터는 서울시의 얼굴이다. 그런데 서울시의 정책이 어떻게 변경되는지를 묻는 시민의 문의에 해당 부서로 확인해 보기 전까지 공지도 없다. 시장의 취지가 무엇인지, 정책이 바뀐 이유는 무엇인지. 서울시는 시민을 어떻게 생각하고, 서울시에서 어떤 복지가 이루어지는지. 직원도 모르는 정책이 시민한테 과연 제대로 반영되고, 인식된다는 건가. 그런 정책이 제대로 될 리가 있는가. 뒷북치는 공지로 인해 신문 기사 읽고 상담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서울시는 당연하다고 말하는 건가. 시장은 서울시를 대변하는 우리가 꾸고 있는 꿈이 무엇인지 소통해야 한다.
서울시와 2년에 한 번씩 재계약을 해야만 하는 업체들은 서울시의 눈치만 보고, 우리의 점수를 더욱 높이려 안간힘을 쓴다. 우리는 공무원한테 욕먹고, 시민한테 욕먹고, 업체에 욕먹는다. 입사 후 몇 개월 시민을 위한 상담원이라는 나의 자부심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보잘것없는, 아무것도 못하는, 말하는 앵무새가 되어 버린 나는… 노조를 설립하며 희망을 걸어 본다.
힘이 들어 허덕이는 시민들을 감싸주고,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그러한 마음의 여유를 우리가 찾기를. 나 같은 바보 상담원들도 자기의 권리를 찾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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