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임신 소식이 알려진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손비를 돌보던 킹 에드워드 7세 병원의 간호사가 자살한 사건과 관련해 그에게 장난전화를 걸었던 호주 라디오 방송 진행자들이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0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 '2데이FM' 방송 진행자인 멜 그리그와 마이클 크리스천은 10일 저녁 방영이 예정된 호주 '채널9'의 시사 프로그램 <커렌트 어페어>에 출연했다.
인터뷰 내내 눈물을 감추지 못한 두 진행자는 자신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기분이 처참했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 4일 킹 에드워드 7세 병원에 소속된 간호사 재신사 살다나는 여왕과 찰스 왕세자를 사칭한 이들 진행자의 장난 전화를 받아 다른 간호사에 연결해 미들턴 왕세손비의 치료 정보를 유출한 원인을 제공했다. 장난 전화 소식에 충격을 받은 그는 7일 숨진 채 발견돼었으며 사인은 자살로 추정되고 있다.
살다나의 죽음 이후 공개장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두 진행자는 "악의 없는 전화 한통"으로 인해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괴로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처음에는 자신들의 어색한 억양 등으로 인해 금방 끊어질 줄 알았는데 당황했으며, 실제로 병원 관계자와 통화하게 될지는 몰랐다고 덧붙였다.
그리그는 살다나의 죽음을 전화로 처음 전해들었을 때는 "내 생애 가장 끔직한 통화"였다고 술회하면서 살다나의 가족들이 겪을 고통을 한순간도 잊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가 (살다나의 죽음에) 한 역할을 맡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한 장난 전화는 전 세계 모든 라디오 방송국에서 매일같이 이뤄지고 있다며 누구도 그런 비극이 생길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변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이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트레이시 그림쇼는 이들의 방송 출연과 관련해 어떠한 대가도 지불하지 않았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살다나의 죽음으로 이 두 진행자를 향한 비난이 가중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제작진 차원에서 결정된 장난 전화를 두 진행자에게만 뒤집어씌우는 것은 '마녀사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디언>은 '2데이FM'이 전화 인터뷰를 방송에 내보낼 때 사전에 녹음을 할 경우 상대방에게 그러한 계획에 대해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라디오방송사 측은 사전에 녹음된 해당 전화 통화를 방송하기 전 병원 측에 5번 이상 연락을 취했다고 항변했지만, 결국에는 답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내보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호주의 일부 라디오 방송인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영국 언론들이 자국 내 미디어 선정주의는 외면한 채 일방적인 비난만 가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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