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거주 국민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향후 5년간 조국을 이끌어나갈 대통령을 뽑기 위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지난 4·11총선에 이어 대선에는 처음 적용된 재외국민 투표는 5일 오전 4시(현지시간 오전 8시) 뉴질랜드 오클랜드 소재 대한민국 대사관 분관에서 시작됐다.
투표가 시작되자마자 교민 전채진(22) 씨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어 전 세계 재외국민 가운데 가장 먼저 대선 투표권을 행사한 주인공이 됐다.
투표 시작 2시간 전부터 아버지 효원(54) 씨와 함께 투표소에 나와 기다렸다는 전씨는 "대통령 선거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돼 무척 설렜다"면서 "특히 외국에서 투표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일호 오클랜드 총영사 부부 등 공관 직원과 가족들이 투표했고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투표소를 찾는 재외국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호주 시드니에서도 오전 8시(현지시간)부터 총영사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날 시드니 총영사관에는 투표소가 문을 열기도 전부터 이 지역 대표적 한인타운인 스트라스필드에서 왔다는 60대와 80대 노부부 두 내외가 미리 줄을 서서 기다리는 등 역사적인 재외국민 투표에 거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호주로 유학 온 20대 학생 6~7명도 방학을 맞아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 투표를 하고 가려고 왔다며 오전 일찍 투표소를 찾는 등 이날 오전 10시까지 약 20여명이 투표를 마쳤다.
호주의 경우 시드니 총영사관과 캔버라 대사관, 멜버른 분관 등 3곳에 투표소가 마련됐는데, 국토가 워낙 넓다 보니 해당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재외국민은 투표소까지 가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일본에서도 도쿄 주일 한국대사관과 오사카 등 9개 지역 총영사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오전 8시부터 투표가 시작됐다.
도쿄에서 가장 먼저 투표를 한 교민 박정석(50)씨는 "맨 먼저 투표하고 싶어서 새벽 4시30분에 대사관에 와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박씨 외에도 10여명이 이날 오전 8시가 되기 전부터 대사관 1층 로비 투표소 앞에서 줄지어 한 표를 행사할 순간을 기다렸다. 일본에선 이날이 공휴일이 아닌 만큼 투표를 끝내고 출근하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오공태 재일본대한민국민단(재일민단) 단장과 정진 전 단장 등도 오전 9시께 생애 첫 대선 투표를 경험했다.
이번 투표는 세계 110개국 현지 공관 등에 설치된 투표소 164곳에서 현지시각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 시행된다.
선거인 수에 따라 지역별로 4∼6일간 투표소를 운영한다. 오클랜드에서 시작된 재외국민 투표는 11일 낮 12시(현지시간 10일 오후 5시)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 총영사관에서 종료된다.
투표를 앞두고 재외 유권자 22만2천389명이 지난 7월22일∼10월20일 선거인 등록을 끝냈다. 이는 추정 선거권자 223만3천695명의 약 10%에 해당한다. 지난 4·11 총선 때 등록한 재외 유권자(12만3천571명)와 비교하면 약 80% 증가했다.
이번에 선거인 등록을 끝낸 유권자 중 주민등록이 없는 영주권자가 4만3천201명(19.4%), 해외 주재원과 유학생, 여행객 등 국외 부재자가 17만9천188명(80.6%)이다. 4·11 총선 당시 실제 투표율은 45.7%(5만6천456명)로 전체 선거권자의 2.5%를 차지했다.
129개 공관에선 5일부터 투표를 시작하지만, 우간다·루마니아 등지에선 6일부터, 유권자가 200명인 주 뉴질랜드대사관 등 31개 공관에선 7일 투표를 시작한다.
선관위는 투표 마감 후 16일 오후까지 외교행낭을 통해 투표함을 국내로 보냈다가 대선 당일인 19일 오후 6시 이후에 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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