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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영화' 찍어야 정신 차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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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영화' 찍어야 정신 차릴 건가?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2> '원자력의 날'을 '탈핵 선언일'로

"이러다 정말 재난영화 한편 찍는 거 아니야?"

최근 핵발전소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 등장인물과 배경, 사건전개가 재난영화의 구성요건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보통 재난영화는 우연한 기회에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이 진실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이를 은폐하려는 이익집단과 위험경고에 눈감은 무능한 관료로 인해 사태가 종잡을 수 없이 커진다.

올해 일어난 사건들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구성해보면, 2월에 발생한 고리1호기 정전은폐 사고의 주인공은 부산시 시의원이 하면 되겠다. 우연히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옆 테이블에 앉은 고리원전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건을 파헤치면서 대형 은폐 사고가 세상에 알려진다. 위조 품질검증서를 구비한 부품을 납품받아 발칵 뒤집힌 영광5.6호기 건은 주인공을 누구로 할까? 핵발전소 부품 납품업체 간의 과다 경쟁과 비리에 환멸을 느낀 업체 직원으로 하면 되겠다. 주인공은 핵발전소가 얼마나 폐쇄적으로 운영되는지에 대해 분노하며, 그 속에서 일어나는 비리와 은폐를 속속 추적 한다.

한수원은 안전에는 아랑곳없이 이윤에만 눈이 먼 비리기업 역할이 제격이다. 전면 안전 검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당장 하루를 가동안하면 10억이 손해인데, 당신이 그 돈을 낼꺼냐! 어서 부품 갈아서 가동시켜!"라고 윽박지르는 간부의 대사도 꼭 들어가야 한다. 공기업 이미지를 구기는 나쁜 배역이라도 할 말이 없다. 지난 7월, 한수원 간부 22명이 납품비리로 구속되었다. 감사를 해야 할 감사실장도 구속되었다. 단한번의 사고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일으키는 핵발전소에서 단일기업 사상 최대 비리 구속자가 나왔으니, 놀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지식경제부 장관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도 꼭 등장해야 한다. 무능하고 무책임하면서 핵산업계를 비호하는 관료와 전문가로, 지금 모습 그대로 연기하면 된다. 그들과 결탁된 핵마피아들도 등장하고, 극적 재미를 위해 고리1호기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마약을 투약하는 장면도 집어넣어야겠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안전하다"라는 대사를 치기만 하면 된다. 그리 어려운 배역이 아니다.

이번 겨울을 앞두고 영화는 점점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영광 5.6호기가 정지된데다가 영광 3호기에서 핵심설비인 제어봉 안내관에서 균열이 발견되었다. 핵발전 핵심 설비에서 이상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국민들에게 사고에 대해 알리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장관급인데,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지 알 수가 없다. 겨울은 다가오고,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정부와 한수원은 전력수급을 위해 대충 균열을 땜질하고, 부품만 바꿔 재가동을 추진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정말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영화를 지켜보는 관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건 영화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면, 사랑하는 가족과의 안온한 일상도, 저마다 되고 싶고 하고 싶었던 소박한 꿈들도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린다. 전기 소비를 위해 크나큰 위험을 감수하면서 핵발전에 의존하는 일 자체를 그만둬야 한다. 우리나라 핵발전소도 고리1호기, 월성1호기 수명만료를 시작으로 본격 노후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최근 연이은 발전소 고장은 일종의 경고다. 큰 지진이나 자연재난 직전에 동물들이 피난을 가듯이, 핵발전소에서 자체 경고를 보내는데,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결국은 우리의 어리석음 탓이다.

지금 23개의 핵발전소 중 7개가 멈춰 섰다. 영광 3.5.6호기는 부품을 교체하고,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하고, 울진 4호기는 증기발생기에 결함이 있다. 울진6호기와 고리3호기는 계획정비 중이고, 월성1호기는 수명이 끝나 수명연장 절차를 밟고 있다. 핵발전소 한 두기라도 정지되면 난리가 날듯이 이야기하지만 지금도 16개로 견디고 있다. 일본은 54개 중에 2개만 가동하고 있다. 핵발전이 없으면 원시시대로 돌아간다는 식의 협박은 그만해야 한다. 문제는 전력피크 관리이다. 여름과 겨울 최대 전력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과감한 수요관리 정책을 세워야 한다.

이제 영화의 마무리를 어떻게 지을까? 후쿠시마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핵에너지에 관한한 무뎌졌던 눈이 뜨이고, 귀가 열리면서 저마다 모여 핵에너지에 대해 공부하고, 조직하고, 행동한다. 그렇게 열 명이 백 명이 되고, 백 명이 만 명이 되고, 만 명이 이십만으로 불어나더니 마침내 대통령선거에서 탈핵후보가 당선된다. 에너지 장관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에 '탈핵'인사가 임명된다. 12월 27일 '원자력의 날'은 '탈핵 선언일'로 바뀌게 된다.

시민들은 핵발전소 대신 전기 덜 쓰기를 선택하고, 정부는 대기업에 원가이하로 공급하던 전기요금을 정상화한다. 기업도 핵발전소 사고 한번이면 기업 활동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적극 동참한다. 핵마피아들이 하나둘 해체되면서, 한국사회의 탈핵은 2030년보다 훨씬 빨리 달성된다. 밀양과 청도의 송전탑 공사는 바로 중단되고, 농민들은 땅으로 돌아가 평화롭게 농사를 짓는다. 삼척에는 핵발전소 건설을 세 번이나 막아낸 '위대한 삼척 시민들'이라는 기념비가 세워지고, 영덕도 방사능 걱정 없이 청정 대게 잡이를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겨울, 핵재난 영화 대신 따뜻한 로맨스 영화나 가족 영화를 찍고 싶다면, 참여하고, 행동하자. 핵 없는 사회를 위해! 지금이 탈핵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다.

지난 4년 반, 반환경정부가 진행한 온갖 국토 파괴 사업들은 이 땅의 생명들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주었습니다. 4대강은 중장비 굉음만 가득한 거대 공사장으로 변했고, 국토는 골프장 등 각종 개발사업에 시달렸으며 평화의 섬 제주도는 강정 미군기지 건설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세계 각국이 원자력발전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흐름 속에서 정부는 신규 원전을 늘리고 있고, 구제역 대처에서 보듯 여전히 동물의 생명권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태의 민주화가 가능해야 경제의 민주화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번 18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현 정부의 반환경 정책에 대한 심판이나 진일보한 환경정책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초록정책을 공유하고 새로운 5년이 생태적 치유와 복원의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범 환경진영은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웹사이트(www.vote4green.org)에서 가장 많이 초록 약속을 받은 제안들은 대선 후보들과 협약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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