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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여인 박근혜, MBC를 기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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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신뢰'의 여인 박근혜, MBC를 기망했다

MBC 노조 "박근혜가 직접 '파업 풀면 내가 책임진다' 약속"

MBC 노조의 총파업이 다섯달째 이어지던 지난 6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직접 노조에 "(파업을 풀고 복귀하면) 내가 책임지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조는 박 후보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직접 공언했으나, 결국 거짓말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상돈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도 노조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다만 이 위원은 박근혜 후보는 잘못이 없다고 감쌌다.

박근혜 "노조 파업 풀면 내가 책임지겠다" 약속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정영하)는 서울 여의도 MBC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밝히고 "박근혜 후보가 MBC 노조와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6월 20일 박근혜 후보는 이상돈 위원을 통해 "MBC 파업 상황 잘 이해한다. 내가 MBC 노조를 적대시할 이유 없다"며 첫 번째 메시지를 전했다. 이 위원은 "MBC 파업 사태 해결을 위한 역할을 부여받았다"며 노조를 찾았다고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이 밝혔다.

박 후보는 이어 이 위원을 통해 "노조 주장에 공감하는 점이 있다. 노조가 먼저 파업 풀고 당면한 올림픽 방송 준비에 매진하고, 또한 모든 프로그램의 정상화에 돌입한다면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복귀하고 나면 모든 문제는 순리대로 풀려야겠다"고 밝혔다.

이는 '김재철 사장 퇴진'을 언급하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 MBC 노조가 파업에서 복귀할 경우 김재철 사장 퇴진에 자신이 직접 힘을 쓰겠다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박 후보의 속내를 확인한 노조는 곧바로 △박 후보 본인이 먼저 'MBC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약속을 보증하기 위해 여야 원내대표 수준의 합의가 보장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이틀 뒤인 같은 달 22일, 배식봉사 직후 기자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노사가 서로 대화로서 슬기롭게 잘 풀었으면 좋겠다. 파업이 징계 사태까지 간 건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함으로써 답했다. 노조의 요구에 화답한 셈이다.

실제 당시 박 후보의 언급을 두고 언론은 '박 후보도 MBC 파업 사태에 대해 김재철 사장을 압박한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이 발표 직후 박 후보는 이상돈 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상돈) 교수님이 말씀하신 내용, 기자들에게 언급했다"며 당시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 MBC 노조의 요구에 대한 화답이었음을 밝혔다. 이어 박 후보는 이 위원을 통해 노조에 두 번째 메시지를 전한다.

노조에 따르면 박 후보는 이 위원을 통해 MBC 노조에 "노조가 명분을 걸고 들어오면 나중 일은 제가 책임지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당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제가 당을 설득하겠습니다"라고 자신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혔다.

'박근혜 약속' 믿었지만…

노조에 따르면 당시 이상돈 위원은 당시 노조에 "이 워딩은 (박근혜 후보로부터) 'MBC에 전해도 좋다'는 승낙을 받았다. 공식적으로 노조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보면 된다"며 "핵심은 한 마디로 '자신을 믿어 달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위원은 이어 "박 위원장은 이미 MBC 노조가 요구한 공개 발언을 이틀 만에 실행에 옮겼다"며 "이렇게 신뢰를 줬으니, 노조도 신뢰를 갖고 대화 의지를 가시적으로 보였으면 좋겠다. 노조가 파업을 빨리 풀어야 보수적인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우호적인 기류를 만들 수 있고, 박 대표가 움직이기가 수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처럼 박근혜 후보와 MBC 노조의 대화가 두 차례 오간 후, 둘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던 이상돈 위원은 라디오 등에 출연해 수차례 MBC 사태를 언급했다. 6월 25일 이 위원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표의 언급은 김재철 사장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것"이라며 "8월에 방문진 이사진이 새롭게 구성되면 뭔가 변화를 주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이슈 털어주는 남자>에 나와 "박근혜 위원장도… 이명박 정권의 짐을 안고 어떻게 가겠느냐"며 "김재철 퇴진이 8월 안에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같은 시기, 박 후보뿐만 아니라 지난 환노위 청문회에서 밝혀졌듯,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도 MBC 노조에 자신의 자리를 걸고 '파업에서 복귀하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을 김재철 사장을 해임할 수 있는 인물로 교체하겠다'는 약속을 걸었다. 국회도 19대 개원의 조건으로 김재철 사장에 대한 문방위 청문회를 약속한 바 있다.

실제 같은 달 29일 여야 원내대표는 개원협상 합의문에 "여야는 8월 초 구성될 새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방송의 공적 책임과 노사 관계에 대한 신속한 정상화를 위해 노사 양측 요구를 합리적 경영 판단 및 법 상식과 순리에 따라 조정, 처리하도록 협조한다. 이를 위해 언론 관련 청문회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개최되도록 노력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노조는 이와 같은 '3중'의 약속에 따라 7월 4일 이상돈 위원에게 파업 철회 의사를 전달하고, 같은 달 17일 파업을 잠정 중단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상돈 "내가 메신저 맞다"

노조의 이와 같은 주장을 이상돈 위원도 직접 확인해줬다.

이 위원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내가 메신저 역할을 한 게 맞다"며 "MBC 노조의 부탁을 받아서 한 건 아니고, MBC를 걱정하는 여러 사람들이 우려를 표했기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또 사실상 박 후보가 김재철 사장의 퇴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점도 아울러 전했다.

이 위원은 "박 후보는 김재철 사장이 물러나야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MBC 경영이 정상화되기는 바랐다"고 언급한 후 "'경영 정상화'를 원했다는 게 뭐겠느냐. 결국 김재철이 '그쪽 방향(결자해지)'으로 해결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다만, MBC 노조의 주장과 달리 지금도 박 후보의 뜻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자신의 생각임을 전제로 "하금열 실장의 경우 박근혜 후보와 생각이 달랐다. 하금열 실장은 박 후보와 관계가 전혀 없다"며 "김무성 본부장도 박 후보의 오더를 받아서 행동한 건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결과적으로 내가 노력했지만 (김재철 사장을 해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며 "박 후보는 억울할 것이다. 박 후보가 김재철 사장이 물러나도록 계획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MBC 노조 "신뢰와 원칙 어디 갔나"

한편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노조가 170일 간의 사상 최장기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하면서 김재철과 회사를 상대로 단 하나의 요구조건도 내걸지 않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며 박 후보의 약속이 파업 중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연합뉴스
노조는 이어 "박근혜 후보의 묵시적 동의가 있지 않았다면, 김무성 본부장이 감히 박 후보의 약속과 정반대로 김재철 해임을 막을 수 있었겠느냐"며 "(박 후보와 방통위원, 국회가) MBC 노동조합 그리고 2000여 조합원들과 한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들이 초겨울 날씨에 또 다시 길거리로 나가도록 내몬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은 "MBC 노조가 파업을 접은 이유는 (박근혜, 방통위원, 국회의) 3가지 약속 때문"이었다며 "MBC 문제에 대한 힘을 가진 3가지 주체가 약속했기 때문에 노조도 더 이상 무슨 담보가 필요하겠느냐고 판단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결국 약속이 깨졌다며, 특히 박근혜 후보에 대해 "스스로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이라고 항상 말해왔다"며 "그러나 정확히 신뢰와 원칙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 MBC 문제가 이렇게 된 데 대해 국민들에게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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