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대선 후보는 "누구나 사회 양극화의 주범이 비정규직법이라고 말하지만, 그 어떤 정당도 비정규직법과 정리해고법을 폐기한다고는 주장하지 않는다"며 "노동자의 목을 자르고 빨간 약만 발라줄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출마 이유를 밝혔다.
김 후보는 "노동자를 대변하겠다는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노동정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인 내가 직접 후보로 나와 노동자와 함께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투쟁하는 노동자가 주체가 돼 정치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완주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김 후보의 앞길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민주노총이 올해 공식 대선방침을 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민주노총 출신 일부 인사들이 무소속 안철수, 민주통합당 문재인 캠프로 영입되면서 노동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김 후보는 진보정치가 무너진 데는 민주노총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과 통합할 때 민주노총이 분명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민주노총 출신들이 통합진보당으로 가서도 노동의 관점을 견지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이 함께 싸워주기를 바라지만, 민주노총은 사측의 중재자 역할을 했고, 그런 식의 우경화가 노동운동을 약화시켰다"며 "민주노총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노동정치가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보신당은 이번 대선에서 김소연 후보를 적극 지지하되, 공동선본에 참여하지는 않기로 했다. 최근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을 받은 청소 노동자 김순자 울산과학대 지부장이 무소속으로 노동계 대선후보 출마 선언을 하면서다. 다만 홍세화 전 진보신당 상임대표가 8일 김소연 선본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김순자 후보의 출마와는 상관없이 김 후보는 대선을 완주할 계획이다.
지난 11일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에 등록한 그는 앞으로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거현장,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등 여러 투쟁사업장에 갈 예정이다. 인터뷰가 이뤄진 6일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장을 찾아 울산에 내려간다던 그는 특히 "전국을 순회하며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1970년 1월 서울 출생으로 1987년 서울 정화여상 사학비리 척결 사립학교 민주화투쟁을 주도했다. 1997년 갑을전자 노조위원장을 거쳐 2005년 7월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를 결성했고 같은 해 10월 17일 55일간의 공장점거파업 끝에 구속됐다. 불법파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2006년 8월 30일간 단식농성, 2008년 8월 공장 옥상에서 94일간 단식농성, 2010년 8~10월에 포클레인 고공농성 등을 했으며 같은 해 11월 1일 1895일 만에 기륭전자 사측과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다음은 김 후보 인터뷰 전문. <편집자>
▲ 김소연 대선후보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 왜 출마했나?
김소연 : 출마하게 될 줄은 나도 꿈에도 생각 못했다. 2월부터 새로운 정치세력화, 노동자 중심 정당이 필요하다는 고민이 있었고 관련 제안이 나에게 왔다.
나는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다. 노동운동과 정치활동이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두 활동을 같이했다. 2004년 민주노동당에 국회의원 10명이 당선될 때였다. 특별당비까지 내가며 발바닥에 땀이 나게 돌아다니며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외쳤다. 나름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국회의원 의석수를 늘리는 쪽으로만 활동했고, 현장투쟁에서는 멀어졌다. 결국 국민참여당과 통합하는 지경까지 왔다. 나는 국민참여당 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 노무현 정부가 통과시킨 비정규직 법안 때문에 나는 6년간 기륭전자 싸움을 했다. 침탈, 구속, 아픈 기억밖에 없다. 노동자당이라고 생각했던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과 통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냈는데 귀 기울여주지 않아서 탈당했다.
무너진 현장과 투쟁을 복원해야한다는 문제의식이 생겼다. 노조 간부가 아니라 현장에서 투쟁했던 노동자들이 주체로 살아야 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정치활동을 하자고 판단했다.
지난 4.11 총선 때 시청광장에서 풍찬노숙을 했지만 아무도 우리의 싸움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지금은 대선을 맞아 정치적 공간이 크게 열리는 국면인데, 대선 후보를 내고 싸우면 효과적이겠다고 봤다. 어차피 야권 연대를 통해서 진보정당 대선후보는 중도 사퇴할 텐데, 우리의 요구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대선후보가 없다. 표를 얻기보다는 투쟁 중심으로 대선을 치르자. 전국에서 400여 명이 모여 투쟁하는 노동자 대통령 후보를 내보자고 뜻을 모았다.
여러 후보가 논의됐는데, 결과적으로 내가 후보로 등록됐다. 기륭전자 투쟁으로 대변되는 비정규직 투쟁에 상징성이 있다고 본 것 같다. 권력이나 개인적인 명예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이 싸워보자는 국면이었기 때문에 겁나지만 후보로 나서기로 결심했다.
"목 자르고 빨간약 발라주면 비정규직 문제 해결되나?"
프레시안 :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때문에 통합진보당과 함께할 수 없다고 했다. 만약 국민참여당이 노무현 정권 때 비정규직법안을 통과시켜서 미안하다고 사과한다면 다른 진보정당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나?
김소연 : 진정성이 있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 진정성을 평가하는 기준은 실천이다. 그런데 기륭 투쟁이 끝나고 국민참여당 정책토론회에 간 적이 있다. 거기서 국민참여당 정책통에게 "비정규직법이 잘못됐다"고 말했더니, 그는 "비정규직을 보호하려고 우리가 그 법을 만들었고,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싸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법안 통과에 다 반대했다. 누구를 위한 최선이었나? 자본을 위한 최선이었다. 우리는 법안을 막으려고 물대포를 맞고 싸웠는데 그게 최선이었다니 기가 막혔다.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이 변별력이 없다. 지금 쌍용자동차 김정우 지부장이 수십일 째 단식을 하고 있다. 고통의 시간이다. 이들이 왜 싸우는가. 정리해고로 스물세 분이 돌아가셨다. '정리해고법 살인법' 때문이다. 그런데 그 어떤 정당도 이러한 살인법을 폐기하겠다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누구나 사회 양극화의 주범이 비정규직법이라고 말하는데, 그 어떤 정당도 비정규직법을 폐기하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법안을 보완해서 덜 차별받고 덜 고통스럽게 해주겠다고 한다. 이는 목 자르고 빨간약 발라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방식으로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싸우고 해결책을 내야 한다.
"진보정당이 의석수 탓? 우리는 칼자루를 쥐지 않았다"
프레시안 : 진보정의당에 심상정 대선후보가 있고, 통합진보당에는 이정희 후보도 있다. 이정희 후보는 노조 조직률 50%를 공약으로 걸고 나왔다. 심상정 후보도 노동계가 요구하는 노조법 개정 등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만약 이들이 완주한다면 굳이 노동자 후보가 나와야 하는 이유가 있나?
ⓒ프레시안(최형락) |
하지만 진보정치는 민주당과는 달라야 한다. 우리는 칼자루를 쥐지 않았고, 칼자루를 쥔 사람처럼 행동하면 안 된다. 야당 의원수가 부족했던 70년대 노동계의 변화는 어떻게 바꿨나? 전태일 분신을 통해 바꿨다. 노동자 대투쟁이 있었던 80년대, 노동자 총파업이 있었던 96년, 97년도 마찬가지다. 칼자루가 없는 우리는 지금까지 항상 싸움과 단결을 통해서 법을 바꿨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시절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는 비정규직법안을 통과하자는 요구에 대해 "적어도 우리가 힘이 있으려면 원래 교섭단체는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런 판단에서 국민참여당과 통합했다고 했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후보도 국민참여당 세력과 나눠져 나왔다. 그들은 노동자를 대변한다고 하지만, 나는 노동자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내가 노동자고 노동자와 함께 싸우겠다는 것이다.
"투쟁하는 노동자와 함께 싸울 것"
프레시안 : 민주노총에서 김소연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 노동자 조직이 지지하지 않았다는 것은 노동자 대선 후보로서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김소연 :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도 진행과정을 보고하고 함께해줄 것을 요청 드리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이 나섰고 긴 싸움에 나선 당사자들이 나섰는데, 민주노총도 함께할 것이라고 믿는다.
프레시안 : 유시민 진보정의당 대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 SBS 라디오에 출연해 김소연 후보 출마에 대해 "민주노총 전체에서 하는 일이 아니다. 노동계의 소위 정파라는 내부 모임들 중 일부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 나는 어떤 정파에 속해있지 않다. 투쟁하는 노동자였을 뿐이다. 대선후보 관련한 논의는 기륭전자, 코오롱, 쌍용차,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재능교육노조 등 노동운동을 해온 단체들이 모여서 결의한 것이다. 이들을 가지고 정파라고 얘기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렇다면 투쟁하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느냐.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수는 많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들은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에 싸웠던 당사자들이다. 수적으로 얘기하면 할 얘기 없지만, 내용적으로는 할 말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이와 관련해 유시민과 대담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프레시안 : 투쟁하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주장에 일반 노동자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소연 : 모든 노동자와 논의하기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니 투쟁하는 노동자에서 점차 넓힌다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가 '국민'을 얘기해도 전체 국민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투쟁하는 노동자를 말하지만 대상은 전체 노동자다.
"민주노총 우경화 안 됐다면 진보정치 무너지지 않았을 것"
프레시안 : 올해 민주노총은 대선방침을 사실상 정하지 않았다. 진보정치가 분열되고 우왕좌왕한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김소연 : 진보정치가 무너지고 노동정치가 무너진 데는 민주노총의 책임이 크다. 민주노총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노동정치가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이 통합할 때도 민주노총은 분명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민주노총 출신들이 통합진보당으로 가서도 노동의 관점을 견지하지 못했다.
게다가 민주노총은 투쟁하는 노동자와 사측의 중재자 역할만 한다. 우린 함께 싸워주기를 바라는데, 민주노총은 중간에서 중재만 한다. 그런 식의 우경화가 노동운동을 약화시켰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간극을 극복하지 못하는 게 민주노총의 한계다. 이러한 경향이 민주노동당에까지 전이됐다.
프레시안 : 질문을 구체화해보자. 민주노총 출신 인사들이 대거 야권 후보 측으로 영입됐다. 이수봉 전 민주노총 부총장이 안철수 캠프에 갔고,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문재인 캠프로 갔다.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도 손학규 캠프로 영입된 바 있다. 이 분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소연 : 안타깝다. 그분들을 원망하고 싶지 않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면서 본인의 전망을 찾지 못한 것 아닌가. 노동자 민중을 믿지 않았다고 본다.
노동자 정치가 분열되면서 어느 곳에서도 희망을 찾지 못한다. 다들 미안함도 없이 민주당, 안철수 캠프로 간다. 옛날 같으면 고개도 못 들고 가는데, 지금은 당당하게 선택한다. 그들은 "법안을 바꾸기 위해 가는 것이다.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간다"고 한다. 하지만 예전에 한나라당에도 운동권 출신들이 많았다. 그들은 처음에는 힘 있는 곳으로 가서 바꾸겠다고 해놓고는, 막상 가서는 보수 세력이 됐다. 힘 있는 자리에 간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다. 지켜볼 것이다. 그동안의 역사가 그렇지 않았다. 가셔서는 그동안 운동한 것은 팔지 않았으면 좋겠다.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 진보신당이 독자 후보 내는 것을 포기하고 김소연 후보를 밀기로 했다. 진보신당 당적을 두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 들려 달라. 이와 더불어 진보신당 총선 비례대표 1번이었던 김순자 후보가 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데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
김소연 : 진보신당 내부에서도 "우리만으로는 안 된다, 새롭게 정치세력이 재편돼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다. 진보신당 스스로 당 대회 때 사회연대후보를 내자고 결정하고, 독자후보는 안 내기로 했다.
김순자 후보는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나가기로 했는데 여기에 대해 따로 할 얘기는 없다. 다만 긴 논의 끝에 여러 단위가 모여서 결정한 것이고 그 결과로 진행한 것이다. 김순자 후보 출마와는 상관없이 완주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 출마 이후에 김 후보 측과 따로 만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정리해고·비정규직 등 투쟁사업장 순회 예정
프레시안 : 어떤 공약을 만들 계획이며, 대통령 선거 전까지의 선거운동 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김소연 : 11월 11일 예비후보에 등록한다. 선거비용은 십시일반 모을 계획이다. 정치후원금을 내면 세금이 공제된다. 최대한 세액공제 1만 명 이상 받자는 게 목표다. SNS를 통해서 노동자뿐 아니라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을 모아 십시일반하면 선거비용은 충분히 마련되지 않겠나.
이후에는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거현장,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등 여러 투쟁사업장에 갈 예정이다. 그 지역 노동자들, 특히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공약은 투쟁하는 현장에 있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거 빈민들, 장애인, 해군기지 문제 모두가 마찬가지다. 투쟁하는 그 현장의 목소리를 모은 게 바로 정책이고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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