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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 민주당 손학규 대표에 말한다

[김상수 칼럼]<114> 시민들의 '분노'에 제대로 답하라

민주당 당대표 손학규의 헷갈림

오래 전이다. 무슨 선거에선가 떨어진 손학규 씨가 영국인가? 어디? 외국에 유학하고 돌아와, 임옥상 화가 작업실에서 같이 만난 적이 있었다. 그 무렵-1999년 연말-나는 <생각의 나무>라는 출판사에서 사회문화비평집 '착한사람들의 분노'라는 책을 냈고, 그 시기에 같은 출판사에서 손학규씨도 '제3의 길'? 인가 하는 책을 냈다. 이래저래 그런 인연으로 같은 장소에서 만났다. 그 당시 손학규 씨에게서 받은 인상은 참 겸손한 분이란 인상이었다. 나는 그 날 한국의 정치상황에 대한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얘기를 듣고 심지어 경청하며 메모까지 하는 정치인 손학규씨의 표정엔 진지함이 있었다.

그러나 몇 년 후 경기도 도지사 때다. 역시 임옥상 화가가 주최하는 평창동 레스토랑의 어느 옥상 파티에서 만났던 손학규 씨로부터 나는 겸손한 인상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목에 빳빳하게 힘이 들어가 있다고 그 때 느꼈다. 이후 줄곧 그의 행적을 보면서 나는 헷갈렸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나올까? 말까? 세가 딸린다? 탈당했다. '뉴라이트'라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조악한 이념 집단의 집회에서 연설까지 한다? 아, 또 그 이전이다. 도지사 시절엔 '영어마을'을 만들었다? 참 헷갈린다. 무슨 영어식민지 마을을 경기도에 만들어? 결국 세금은 낭비됐고 그의 의도는 일찍 상실했다. 도대체 이 사람 정체성이 뭐야? 나는 마구 헷갈렸다. 정치인이란? 더욱이 대통령을 하겠다는 포부를 지닌 정치인이라면, 전체 국민들에게 자기정체성을 의식해야만 한다. 근데? 영어마을? 이건 국가지자체 지도자로서 세금으로 할 일은 전혀 아니었다. 무슨 민간 사설학원장도 아니고.

자, 얘기를 확 줄여서, 이즈음 그의 행적과 동선을 좀 보자. 최근 손 대표는 일본 중국을 다녀왔다. 지난 5월 한나라당의 친(親)서민 드라이브에 대응해 '민생진보' 행보의 연장선상에서 일본, 중국 방문을 했단다. 손 대표는 방일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통상 진보는 이념만 주장하고 책임이 없으며 복지만 강조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번 외국 행보는 그야말로 진보적 성장, 미래의 먹을거리 창출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단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의 면담에서는 "한반도 평화, 주변국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성장과 고용안정을 달성한다"는 얘기를 했단다. 이어 중국 공산당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 손 대표는 시진핑 국가부주석과의 면담에서 "남북문제,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 입장과 한 치의 다름도 없이 전쟁을 반대하고 한반도 비핵화, 북한의 개혁개방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줬다"고 하면서, "민생진보 전략의 영토확장"이 방문 목적이었단다. 어처구니없는 억측이다. 뭐라고? 이 나라의 "민생과 진보를 위해 영토확장을 하겠다"고? 어디에? 일본과 중국에? 영토확장?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차라리 손 대표의 이번 일 중 방문은 손 대표가 대권을 향한 보폭을 넓히는 행보라고 했다면 더 솔직했겠다.

그럼? 그의 의도대로 '보폭을 넓히는 행보'로도 이번 외유가 적절했을까? 아니다. 이는 착각이다. 손 대표의 대권행보란 그 시점이 전혀 맞지 않다. 이는 한마디로 다급한 현실정국읽기에서 보자면 거의 무지의 소치다. 어제 오늘 시민들은 한진중공업의 대규모 정리해고에 항의하며 187일째 영도조선소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만나러 자비를 들여 전국에서 모였다. 정부는 이미 사업주 편이고 국회도 노동조합도 심지어 언론도 수수방관이니 시민들이 나설 수밖엔 없다. 170여명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목숨을 걸고 농성하는 현실을 보면서도 제1야당인 민주당은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하물며 한진중공업사태만 있는가. 사시사방이 무너지고 터지고 지옥인데 명색이 제1야당 대표는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가.

지금은 평상시 정국(政局)이 전혀 아니다

평상시 국가의 정치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인 정치정국이라면 제1야당 대표가 이웃나라를 방문, 여러 현안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는 건 자연스럽다. 그러나 지금 정치정국이 과연 어떤 상황인가? 비정상적인 이명박 집단의 등장 이후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는 비상사태 아닌가. 작금 초미의 사태인 한진중공업 사태를 보자, 35m 고공크레인 위에서 6개월 이상 목숨을 걸고 해고 노동자들의 부당한 정리해고를 바로 잡으려고 필사적으로 버티는 김진숙씨의 모습,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인간 노동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겠다는 피맺힌 저 절규를 경찰과 용역이 한패거리로 억압하는 처참한 현실을 제1야당 대표인 손학규씨는 어떻게 보고 있는가? 어떤 대책을 세워 현장을 다녀왔는가?

또 유성기업사태는 뭔가? 온갖 불법행위로 유성기업 아산공장에서 악질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용역깡패의 동원,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경찰은 뒤 봐주기로 일관했다. 대한민국 헌법 33조에는 "단결하고, 단체교섭하고, 단체행동을 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헌법은 가차 없이 유린되고 있다. 비상식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공영방송을 표방하는 KBS 기자의 국회도청은 언론기구의 극단적 파행이다. 헌법을 통해 자리를 보전 받고 있는 이명박이 헌법체계를 무너뜨리는 도착현실이 오늘이다. 하물며 이럴진대, 현 사태의 화급한 본질을 보지 못하고, 읽지 못하고, 제1야당 대표의 구실이란?

그럼, 대체 손 대표가 말하는 '민생'은 뭔데?

일 중 방문이 이 나라 사람들의 '민생'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럼, '민생'은 무엇인가? 뭔 얘긴지 난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이명박이 깔아놓은 판때기 위에서 '정치'라고 하겠다는 얘기로 나에겐 들린다. 세상에! 민주주의가 일대 위기인 현실인데 민주주의를 찾자는 싸움은 거의 포기하고 '민생정치'? 본말(本末)이 뒤집혔다. 이는 손 대표도 민주당도 신자유주의 경제방식에 깊이 침윤(浸潤), 중독되어 있단 얘기에 다름 아니다. 지금 한국을 사는 많은 사람들이 살기 힘든 현실은, 민주주의가 파괴되었고 노동가치가 배제되었기 때문인데, 민주주의 위기 문제를 경제문제로 오해하면서 현실 인식이란 게 '민생'이니 식이다.

이는 김대중, 노무현의 소위 민주정부 들어서서 노동시장 유연화니 자유무역협정(FTA)이니 하면서, 시장주의 논리가 더 심하게 관철된 현실을 전혀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의 현실과 손 대표의 현실을 말한다. 현실인식에서 아주 그르쳤다. 어떻게 보면 지금 민주당은 과거 '열린우리당' 수준에서 한 걸음도 못 벗어나 다람쥐 쳇바퀴 돌듯 계속 헛돌고 있다. 과거 독재정권 때보다 불평등에 더 둔감한 상황에서 시장에서 결정된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정치무능이 정작 위기인데, '민생'운운으로 정치가 축소되고 부지불식간에 민주주의를 경시하는 현실로 치닫고 있는 사태를 볼 줄을 모르고 있다. 지금 한국인들의 삶을 보자, 사람의 기본 권리가 무너지고 인권침해가 다반사인 인간의 위기가 현실인 민주주의 위기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된 현실인데, '민생' '서민'이란 화두로 어떻게 이 현실을 제대로 극복할 수 있겠단 말인가?

최장집의 손 대표에 대한 '정치학적' 오해

최근 <프레시안>에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손 대표에 대해 "많은 사람들 특히 진보파들 사이에서 그의 한나라당 전력과 중도온건 노선이 약점으로 지적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손학규가 그들의 시각에서 볼 때 충분히 진보적이지 않다는 비판이다. 나는 여기에 대해 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오히려 그런 점들이 손학규 대표의 장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역사적 연원으로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지 못하며, 노동 등 현대 사회의 중심적 계층적 이해마저 대표되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한국 정치가 서 있는 맥락이다. 따라서 중산층 이상의 불필요한 불안감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시대적으로 요청되는 복지를 중심으로 한 진보적 의제로의 민주당의 정책적 이동과, 편중된 지역적 기반에 의존하며 퇴행해온 민주당의 조직적 면모를 일신시켜, 한국사회의 대안정당으로 민주당의 변화를 이끄는데 그의 중도적 온건개혁노선이 플러스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개인적 기대와 실제로 그가 현실 정치의 공간에서 얼마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인가는 아마도 다른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 차이는 무엇보다도 민주당을 개혁하는 데 있어서의 리더십에 달려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라고 얘기했다.

나는 또 헷갈린다. 최 교수가 말한 손 대표가 "충분히 진보적이지 않다는 비판"에서 정작 그의 비판이나 문제가 있진 않다. 이는 진보냐 보수냐의 물음이 결코 아니다. 야당 대표로 현실 사태의 중심에서 제대로 치열하게 정치활동을 그가 하고 있는가가 문제일 뿐이다. 또한 "중산층 이상의 불필요한 불안감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는 뭔 얘긴지 난 알 수가 없다. 대체 무슨? 어디에? 누구를? 이 땅의 "중산층"으로 말하는가? 어디에 "중산층"이 남아있긴 있는가? 그리고 누굴 "자극"하면 안 된단 얘긴가?

"민주당의 조직적 면모를 일신시켜, 한국사회의 대안정당으로 민주당의 변화를 이끄는데..", "민주당을 개혁하는 데 있어서의 리더십에 달려있지 않을까"라는 손 대표에 대한 최 교수의 주문이 "그의 중도적 온건개혁노선이 플러스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란다. 뭔 얘긴가? 또.

제1야당 대표라면 여론결집의 중심에서 이명박 집단의 기득권에 타격을 가하면서 나라의 민주화에 전력하는 리더십이 현실에서 요청되는 절실한 시점인데, 하물며 수많은 시민들의 노심초사가 과연 정권을 바꿀 수 있을까하는 물음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비해서 유시민도, 손학규도 게임 자체가 안 되는 현실인데, 뭘 어떻게 손 대표에게 제 1야당의 대표로 리더십까지 기대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1대 1로 대선을 치르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제1야당의 강력한 당 대표 리더십이 필요한데, 최 교수의 말처럼 "손학규의 가능성, 민주당 개혁에 달려있다"는 얘긴 특정 정치인 손학규의 리더십 부재인가? 아니면? 민주당이 이 엄혹한 현실에서 당 대표로 손 대표를 뽑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더 문제인가? 민주당 처지가 한심하니 개혁을 해야한다든 건 당위다. 정치학자도 여러 스펙트럼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학자는 정치현실태를 간추려서 이해하고 인식하는 측면에서 능동적일 수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관념에 머무는 사유란 정치학자로는 비현실적이다. 정치학이 현실을 보고 해석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더 역동적인 현실인식을 탐구할 수는 없는 것일까? "중산층 이상의 불필요한 불안감을 자극하지 않으면서..."식의 정치학이 아니라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분노를 총집결시키는 역량을 재촉하고 "자극"하는, 적극적으로 창조적인 정치실천을 리드하는, 정치학으로 말이다.

결국 손 대표는 분노의 출구(出口)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분노의 출구란 바로 정치(政治)다. 엉킨 것에 갈래를 바로 잡고 다듬어 정리하는 구실이 정치다. 그런데 지금 야당인 민주당과 손 대표는 '서민경제' '민생'하면서 이명박의 위선에 너무 익숙해져가고 있다. 곧 이명박이 펼친 판때기에서 한 걸음도 못 움직이고 있단 얘기다.

결국 초점(焦點)은 민주주의를 살려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저 상투적 수사인 '서민'이나 '민생'이 아닌, '시민'이 사람으로의 존엄성 있는 경제적 삶을 찾도록 민주주의 자체를 되찾는 것이 너무나 시급하단 말이다.

민주주의 실현을 통해야만 비로소 '민생'도 살릴 수 있는 첩경이다. KBS 방송 수신료 인상안을 통과시켜 주려했던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손 대표의 현실인식이 당장의 손 대표와 민주당 현실이다. '종북' 발언도 그렇다. 이 용어의 '함의'를 전혀 읽지 못한다. 여기에 조,중,동이 부추긴다고 정말로 잘한 줄 안다면 더 큰 문제다. 한마디로 현실의 엄중함에서 제1야당 당 대표로는 너무나 미치지 못함을 본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손학규 대표의 자기점검, 턱없이 부족하다

손 대표가 지금 민주당에 당적을 두고 있지만 뿌리가 한나라당인 걸 비난하진 않겠다. 교회집사로 이명박처럼 교회단상에 무릎을 꿇고, 국가를 위해 기도한다는 식을 보고 특정종교의 마름이라고 말하지도 않겠다. 뉴라이트 집회에서 나라 걱정하는식의 연설을 한 사실도 크게 탓하지 않겠다. 전두환 광주대학살로 죽어간 생명에 대한 대처로 5.18 특별법 제정을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던 것도 차라리 문제 삼지 않을 수 있다. 지난 대선 직전 한나라당 경선에 나갈 경우 이길 가능성이 없으니까,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한나라당을 탈당, 거창한 구호인 "새로운 정치 질서 창조"와 "대통합의 밀알이 되겠다"는 그의 과거 언설에 대해서도 시비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정작 그에게서는 현실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정치란, 현실사태의 분노를 집결시킬 능력의 결핍이다. 아직 한참 멀었음을 뜻한다. 나는 마구 헷갈린다. 명색이 제1야당이란 민주당도 손 대표의 좌표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현실을 좀 제대로 보자

민주주의 위협이 공동체 몰락의 위기를 가져온 현실을 정확히 읽을 수 있어야만 한다. 다시 말해서, 닥친 현실문제인 민주주의 파괴현실을 정면에서 끈질기게 문제 제기해야하는 냉엄한 정치현실을 똑바로 읽어내야만 '민생'도 비로소 살릴 수 있단 얘기다. 손 대표와 민주당은 이를 명확하게 알아야만 한다. 그리고 행동해야 한다.

(☞바로 가기 : www.kimsangso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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