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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중소기업 사장 아닌 직원 잘되는 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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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안철수, 중소기업 사장 아닌 직원 잘되는 경제민주화"

[인터뷰] 이원재 안철수 캠프 정책기획팀장

'안철수표 경제민주화' 공약이 물 위로 떠오르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12일 "대기업 스스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집단으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대통령 직속 기구로 재벌개혁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14일에는 보다 자세한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참여정부 시절 재벌개혁 정책이 흔들렸고, 그 결과 재벌공화국의 폐해가 더 심화됐다"고 반성하며, 향후 강도 높은 재벌개혁을 다짐한 것과 맞물려 주목된다.

정치경험이 전무한 안 후보를 대선 주자 반열로 끌어올린 힘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달아오른 '경제민주화' 논의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안 후보는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에선 이명박 대통령과 같지만, 구체적인 면에선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 대통령은 재벌 계열 건설업체에서 잔뼈가 굵었고, 안 후보는 IT 벤처기업가 출신이다. '재벌 vs 벤처기업', '토건산업 vs 지식산업'이라는 대립구도다. 이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리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안 후보가 서 있었다. 그리고 안 후보가 이른바 '삼성 동물원' 비판 발언을 하면서, 그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 몸에 받게 됐다. (☞관련 기사: 안철수 "신생 IT업체, 결국 '삼성·LG 동물원'에 갇혀 죽는다")

어쩌면 이런 기대감이 안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게다. 그러나 기대감을 구체적인 성과로 연결 짓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크고 어려운 문제다. 안 후보 주변 사람들에게 눈길이 가는 것은 그래서다. 경제민주화를 향한 대중의 기대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채워갈 것인가? 우선 눈에 띄는 게 장하성, 전성인, 홍종호 등 학자 그룹이다. 시민운동에도 적극적이었으며, 개혁적인 발언과 실천이 꾸준했던 학자들이다. 다른 한편엔 이헌재 전 부총리가 있다. 안 후보 및 측근들이 참가한 공부 모임을 이끌었다고 한다. 안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도 참석했었다. 그러나 이 전 부총리는 앞서의 학자들과는 생각이 많이 다른 사람으로 평가된다. 이 전 부총리의 역할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그리고 안철수 캠프에서 정책기획팀장을 맡고 있는 이원재 전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이 있다. 그 역시 결이 조금 다르다. <한겨레> 기자를 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일했고, 다시 한겨레로 돌아가 한겨레경제연구소를 이끌었다. 독특하고 복합적인 이력이다. 앞서의 학자 그룹, 이 전 부총리 등과 구별되는 점이기도 하다. '융합형 인재'를 선호하는 안 후보에겐 어쩌면 잘 어울릴 수 있겠다. 그래서 관심이 간다. 재벌연구소와 진보언론을 두루 경험한 그는 안 후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달 말 서울 공평동 한 찻집에서 이 팀장과 만나 나눈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했다.

▲ 이원재 정책기획팀장. ⓒ프레시안(최형락)

"후보가 정책 이야기 많이 한다고 정책 선거 되는 것 아니다"

프레시안 : 안철수 후보의 공약은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주도한다고 들었다.

이원재 : 안철수 캠프에선 '정책 총괄'이라는 말을 잘 안 쓴다. 다른 대선 후보 캠프와 다른 점이다. 다른 캠프에선 교수가 보고서를 내면 몇 단계를 거쳐서 정책 총괄 책임자에게 전달된다. 수직 구조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일종의 네트워크 구조다. 다양한 포럼이 열린 형태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들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 있다. 일종의 '허브'인 셈이다. 장하성 교수 등은 이런 허브 가운데 하나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역할을 다른 대선 캠프의 '정책 총괄' 역할과 같은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

프레시안 : 일종의 집단지성 개념인가?

이원재 : 두 가지 면에서 봐야 한다. 하나는 집단지성 방식으로 지식과 정보, 아이디어를 흡수하는 것이다. 다른 측면은 정책선거를 하겠다는 의지다. 안철수 후보는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정책선거를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후보가 구체적인 정책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해서 정책선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져야 정책선거가 된다. 이런 자리를 많이 만들자는 게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한 취지다.

"복지에 대한 입장?…<안철수의 생각> 그대로다"

프레시안 : 지난 2008년에 안 후보를 인터뷰했었다.(☞ "'회색분자'가 왜 나쁜 말이죠?") 안 후보가 카이스트(KAIST) 교수로 임용된 직후였다. '정치인 안철수'의 발언을 들으면서 '교수 안철수'의 발언이 종종 생각났다. 당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안 후보는 기업가 정신 쇠락을 개탄했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지난 십여 년 사이 창업과 과학기술 연구 등 도전적인 분야를 기피하고 안정적인 직업으로만 쏠리는 것을 걱정했다. 이래서는 경제생태계에서 혁신이 사라진다는 게다. 그리고 혁신을 향한 도전에 실패한 이들을 위한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야만 다들 안정만 쫓는 세태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게다. 벤처기업인이었던 안 후보가 복지를 강조하게 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혔다.

하지만 복지가 젊은이들을 도전과 혁신으로 이끌기 위한 보조 장치로만 취급되는 건 위험하다. 누구나 복지를 이야기하게 된 배경에는 더 크고 깊은 흐름이 있다. 복지에 대한 안 후보의 '진짜 생각'이 궁금하다.

이원재 : <안철수의 생각>에 나온 그대로다. 후보의 생각은 복지에선 확실히 진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와 조직적으로 함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입장은 많이 닮았다. 또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이상이 제주대 교수 등과도 생각이 같다. 건강보험료를 조금씩 더 내고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자는 건강보험하나로 운동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예전의 이헌재가 아니다. 걱정할 필요 없다"

프레시안 : 보편적 복지에 대한 후보의 생각을 굳이 따져묻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후보의 정책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주주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시장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입장은 재벌 개혁에선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보편적 복지와 잘 어울리는지는 모르겠다.

이원재 : 장 교수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 후보의 생각이 중요하다'라고. 그리고 거듭 말하지만 후보는 복지에서 진보 입장이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장하성 교수는 10년 전의 장하성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이헌재 전 부총리 역시 예전의 이헌재가 아니다. 이 전 부총리의 최근 저서 <경제가 정치다>를 읽어보라. 과거와는 관심사가 많이 달라졌다. 게다가 이 전 부총리의 경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자문은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자꾸만 '관료 시절의 이헌재'를 기계적으로 떠올린다. 이건 잘못이다. 내가 인사권자는 아니므로, 집권 이후에 누가 어떤 자리를 맡게 될지는 모른다. 다만 이헌재 전 부총리를 놓고 걱정하는 이들에게 그럴 필요는 없다는 점은 분명히 말하고 싶다.

"공정한 거래질서와 노동권 보장이 지식경제 키운다"

프레시안 : '성공한 기업인 안철수'는 김대중 정부 시절의 벤처열풍과 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안 후보를 좋게 보는 이들은 벤처열풍 당시 그가 "벤처기업 95%는 망할 것"이라며 쓴 소리를 했던 것을 높게 평가한다. 여느 벤처기업가들과 안 후보를 구별 짓는 요소였다. 그리고 대선 후보로 나선 지금, 그는 혁신경제를 말하고 있다. 또 대기업 중심 경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벤처기업의 중요성을 말한다. 그가 당선된다면, 벤처 생태계를 만드는 데는 상당히 적극적일 것이라고 예상된다. 그렇다면, 과거 벤처열풍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지금 함께 나오는 게 옳다.

이원재 : <안철수의 생각> 등에 맹아 형태로는 드러나 있다. 다만 후보의 공식입장과는 별도로 내 생각을 곁들인다면, '벤처거품론'을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위험한 면이 있다. 과거의 벤처열풍에서 잘못된 게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벤처는 곧 거품이라는 식으로 싸잡아 비판하는 이들은 대부분 의도가 있다. 대기업 중심 경제를 옹호하려는 의도다. 그래서 과거 벤처열풍에 대해 비판하기가 조심스럽다. 목욕물 버리려다 아기까지 버리는 우를 범할까봐서다.

물론 이런 태도가 김대중 정부 시절의 벤처정책을 답습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큰 틀에서 구별되는 우리 입장이 있다. 우선 방법론 면에서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게 아니라 생태계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또 복지와 경제민주화라는 의제가 있다. 이게 없으면, 벤처 생태계가 건강할 수 없다.

후보가 강조하는 지식경제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빈말로 '지식경제가 중요하다'라고 하는 것은 누구나 한다. 공정한 거래질서, 노동권 보장 등이 맞물려야 한다. 소프트웨어 산업 가운데 SI 업종의 경우, 여러 단계로 하도급이 이뤄진다. 이 속에서 대기업은 기득권에 의지해 지대 추구 행태를 취한다. 소규모 소프트웨어 업체 개발자들은 매우 열악한 조건에서 일한다. 지식경제가 바로 서려면, 공정한 거래질서와 노동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한 이유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푸는 건 결국 의지의 문제다.

"중소기업 직원이 잘 되는 경제민주화"

프레시안 : 이 팀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관심이 많았다. 안 후보의 정책에도 이런 내용이 반영됐는지 궁금하다.

이원재 : 공약으로 나올 것이다. 다만 지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기업에게 기부금 많이 내라고 하는 식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건 정부가 인위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부는 크게 두 측면에서 할 수 있는 게 있다. 우선 투자 측면에선 연기금이 사회책임투자(SRI, Social Responsible Investing) 성격을 강화하도록 할 수 있다. 소비 측면에선 정부 구매 부문을 바꿔야 한다.

일종의 사회책임 구매인 셈인데, 예컨대 정부에 납품하려는 기업은 입찰 서류에 비정규직 비율을 적어내게끔 하는 식이다. 이런 정책만 써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

프레시안 : 경제민주화가 대선 국면에서 화두다. 그러나 후보들 사이의 차별점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이원재 : 그게 왜 논쟁이 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여당 후보도 경제민주화 하자고 한다. 그리고 여당은 국회에서 다수 의석이 있다. 하려고만 하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다. 후보들 사이에서 공통분모인 부분만 해도, 할 수 있는 게 많다. 그런데 안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왜 당선 이후에 하겠다고 하나.

안 후보가 다른 후보와 차별되는 부분을 꼽으라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할 때, 흔히 중소기업이 잘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중소기업 사장이 잘 되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 직원들이 잘 돼야한다고 말한다. 이게 중요한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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