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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安 단일화보다 지지층 확장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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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文·安 단일화보다 지지층 확장이 먼저다

[창비주간논평] 정권교체, 근거 없는 낙관론을 경계하며

2012년 대선은 정치지도자가 끌고가는 선거가 아니라 유권자가 밀어가는 선거다. 4년 동안 견고한 성채를 형성했던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린 것은 문재인이나 안철수 같은 정치지도자가 아니라 '안철수 현상'을 이끈 대중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지도자론보다 유권자론, 민심의 향배와 변화 요구에 주목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복잡다기한 민심이 몇개의 수치로 단순 집약되어 표현되는 것이 바로 여론조사인데 여론은 몇가지 계기를 타고 변화한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변화의 속도도 가팔라지고 있다. 9월 19일 안철수의 대선 출마로 2012년 대선 리그가 본격화된 이후 한동안은 안철수 강세, 문재인 상승세가 뚜렷한 흐름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추석 명절을 고비로 안철수는 주춤, 문재인은 상승 흐름이 여러 조사에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에서도 문재인의 우세가 뚜렷해, 10월 5~6일 조사된 한겨레 조사에서는 문재인 49.8%, 안철수 39.7%로 나타났다. 주목할 것은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문재인 58.2%, 안철수 37.3%로 지지율이 역전되는 등 야권 지지층 내에서 변화 기류가 보인다는 점이다.

ⓒ연합뉴스

뚜렷한 야권 강세 속 내부 변화

이에 반해 박근혜는 소강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9월 중순 과거사 문제 대응과정에서 스텝이 꼬이기 시작하더니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급기야 선수교체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 결과 한달 만에 3자 구도에서 45.7%(9월 8일), 39.6%(9월 21~22일), 35.3%(10월 5~6일)로 수직 하락하고 있다.

드러난 결과만 놓고 보면 야권의 강세가 뚜렷한 듯하다. 이 추세라면 후보단일화만 성사되면 야권으로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도 높은 듯 보인다. 한겨레 조사에서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여론이 63.7%로 정권재창출 요구(31.8%)의 두배 가까이 나타난 것도 이같은 기대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추석 명절 이후 여론을 좀더 깊이 들여다보면 변화의 특징은 야권 지지층 내의 이동에 국한되고 있을 뿐 야권 지지층의 외연 확장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 야권 지지층 내에서 안철수 지지자들 일부가 문재인 지지로 이동하면서 야권 지지층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듯한 착시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좀더 살펴보자. 유력 대선후보 3인을 대상으로 대통령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서 문재인과 안철수는 각각 24.6%, 25.6%로 둘의 지지도를 합칠 때 50% 수준이다. 2주 전 조사(문재인 20.1%, 안철수 29%)와 비교해 거의 변화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야권 지지층 내부의 이동으로 안철수 지지도가 빠지면서 문재인 지지도가 다소 상승한 것이다.

문재인 지지도 상승이라는 착시효과

또한 문재인 후보의 상승 흐름도 자체적으로 추동된 것이라 보기 어렵다. 용광로 선대위 구성, 탄탄한 정책풀 등 캠페인에서 안정된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으나 이것이 문재인에 대한 기대감,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진 주요 원인이라고 보기엔 옹색하다. 아젠다 및 이슈 주도권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민주당의 쇄신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여전히 비판적이다. 한겨레 조사에서 나타나듯이 최근 지지도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25%만이 민주당의 쇄신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을 뿐이다. 민주당 지지층도 3명 중 1명(34.7%)만이 긍정 평가하는 데 그치고 있다.

즉 문재인 지지도 상승은 야권 지지층 내에서 안철수 지지층이 일부 이동한 결과지 문재인의 활약에 따라 지지층의 확장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최근 여론 흐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문재인의 상승이 아니라 안철수의 약세이고 이로 인해 야권 지지층의 확장이 주춤해진 것이다.

안철수 하락, 문재인 상승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야권 지지층 내의 변화 이유는 무엇일까? 안철수 본인의 표현대로 일부 언론의 도를 넘는 흠집내기 등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원인은 안철수 자신에게 있다. 안철수는 9월 19일 온 국민의 지대한 관심 속에 대선출마 선언을 했지만 막상 그 이후에는 이렇다 할 정책이나 행보를 보여주지 못했다. <안철수의 생각>을 넘어서 한층 구체적이고 절박한 아젠다를 내놓으리라는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 결과 변화와 혁신에 대한 기대 속에서 안철수를 지지했던 이들도 그 기대감이 조금씩 하락했다.

확장성의 한계 부딪힌 안철수 현상

안철수의 힘은 확장성에서 나온다. 9월 21~22일 한겨레 조사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조사에서 안철수로 단일화시 기존 문재인 지지층의 87.1%, 박근혜 지지층의 16.5%를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4월 총선에서 야권에 투표했던 층의 76.3%를 흡수하는 것은 물론 새누리당 지지층의 18%, 그리고 투표 불참층의 55.1%를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문재인으로 단일화될 경우엔 기존 안철수 지지층의 78.3%를 흡수하고, 박근혜 지지층 중에서는 8.5%만 흡수했다. 그리고 4월 총선 야권 투표층에서는 76.8%를 흡수하고, 새누리당 지지층의 10.8%를 흡수했다. 당시 총선 불참층은 41.4%를 흡수하는 데 그쳤다. 16.5% 대 8.5%, 즉 박근혜 지지층의 표를 뺏어올 수 있는 힘의 크기에서도 안철수가 우세하고 총선에서 투표하지 않는 층을 대선 투표장에 끌어들여 자신을 지지하게 만드는 저력에서도 안철수가 우세했음이 확인된다.

따라서 안철수 지지율 하락은 안철수의 대선 가도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것을 넘어서 야권 지지층 확장이 한계에 부딪혔음을 의미한다. 문재인 측은 당장의 지지도 상승으로 인해 고무된 분위기일 수 있으나 그리 긍정적인 상황만은 아니다. 문재인의 지지도 상승은 안철수의 등장, 그리고 안철수가 확장한 지지층과 그로 인해 활성화되어 정권교체 요구로 이어진 민심에 바탕을 둔 것이다. 따라서 안철수 현상이 야기한 야권 지지층 확장이 좀더 지속적으로 이뤄질 때 문재인 역시 정당이라는 안정적 기반을 바탕으로 지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즉 문재인과 안철수, 그리고 정권교체를 둘러싼 복잡한 관계의 핵심은 바로 야권지지층 확장에 있고 그 역할의 상당 부분은 안철수 현상의 주역인 안철수의 몫이다.

성급한 후보단일화보다 지지층 확산에 주력해야

최근 후보단일화를 전제로 한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안철수는 물론 문재인으로 단일화될 경우에도 야권후보가 근소하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구도를 가지고 정권교체를 낙관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특히 야권은 젊은층의 지지가 높은데 이들의 투표율이 낮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현재 구도가 지속되면 오히려 야권으로 정권교체 될 가능성은 낮아진다.

야권 지지층의 부단한 확장, 정치공간의 확대 등이 이뤄지지 않은 채 표를 이삭줍기 하듯 하나하나 모은다고 가능한 일이 아닌 것이다. 결국 정책과 아젠다를 놓고 후보들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 정치에서 소외된 이들과 젊은층, 그리고 이들의 변화에 대한 열정을 대선 공간으로 끌어들여야 정권교체도 실현 가능할 것이다. 더 많은 열정, 에너지가 발현되고 이것이 투표로 이어지면서 정치의 공간이 확장될 때야 비로소 정권교체도 가능하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현 국면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야권 단일후보가 될 것인가의 문제, 즉 야권 지지층 내의 이동이 아니라 야권 지지층의 확장 등 구조개혁이다. 별개로 존재하던 안철수와 문재인 지지층이 수렴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할 것이 아니라 야권 지지층의 확장이 주춤하고 있다는 데 위기감을 느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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