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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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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영화

[한윤수의 '오랑캐꽃']<402>

베트남 사내가 일요일마다 찾아온다.
하는 소리도 똑같다.
"토요일에 8시간씩 일했는데 4시간만 돈 줬어요."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사람이 순진하니까.
어느 정도로 순진하냐 하면, 아무 생각이 없다.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이 거짓말을 생각해 내겠나?
못하지!
8시간 일한 게 맞는 거 같다.

하지만 증거가 없다.
출퇴근 카드가 없는 회사인데다가 본인도 기록을 안했다.
똑똑한 사람이 아니어도, 보통 달력 같은 곳에다가 출퇴근시간 기록해 놓는데!
하다못해 감옥에 있는 죄수도 안 잊기 위하여 담벼락 같은 데다 뭔가 기록해 놓지 않는가!

지난 5년 동안 아무 노력도 안했다니!
하지만 이런 사람일수록 뒷북을 치며 돈 받아달라고 성화다.

그는 왜 증거 하나 안 가지고 줄창 와서 우리 직원들을 질리게 만들까?
믿고 있는 거 같다.
우리 센터가 말만 하면 사장님이 돈 주는 걸로!
맹신(盲信)이다.

나름대로 증거를 찾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질문 하나를 던졌다.
"당신은 탐정영화도 안 봐?"
"안 봐요."
"몽크 같은 영화를 보면 말이야."
나는 증거를 확보하는 방법을 영화를 빗대 조근조근 설명했다.
이를테면 토요일 8시간 일하는 날에만 회사식당에서 점심을 주고, 그 점심 메뉴가
항상 김밥이었다면, 김을 판 식재료상의 거래장부를 보면 증거가 확보된다는 식으로

그리곤 떡먹듯이 부탁했다.
"증거가 생각나면 와. 생각 안 나면 절대로 오지 말고."

일주일 후 그가 또 왔다.
"생각났어?"
"예."
"증거가?"
"아뇨."
"그럼 뭐가 생각났다는 겨?"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요."
"무슨 영화인데?"
"*변호사 영화요."

내가 졌다.

*변호사 영화 : 탐정 영화와 마찬가지로, 변호사 영화도 <증거를 찾아 제시하는> 영화다.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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