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년간 용산 미군기지에서 독성 발암물질이 포함된 기름이 한강으로 흘러간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정화작업에 나섰으나 주한미군의 불허로 기지 내 오염원에 대한 접근이 차단된 상태다.
4일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은 환경부와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용산 미군기지 유류오염 정화 관련 미군 측과 협의 요청' 공문과 '녹사평역 유류오염 지하수 정화용역'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기준치를 초과한 벤젠, 툴루엔, 에틸벤젠, 크실렌(BTEX) 등이 용산 미군기지 인근의 전체 52곳 지하수 관측정 가운데 46곳에서 검출됐고, 이 가운데 11개 관측정의 지하수는 한강으로 흘러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급 발암물질인 벤젠은 지난해 기준치(0.015mg/L)의 무려 2800배를 초과한 42.745mg/L가 검출돼 최고 농도를 기록했다. 같은 해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또한 기준치(1.50mg/L)의 5300배를 초과한 5060.13mg/L가 검출됐다.
연간평균농도 기준치를 초과한 관측정은 벤젠 22곳, 툴루엔(기준치 1.00mg/L) 4곳, 에틸벤젠(기준치 0.45mg/L)과 크실렌(기준치 0.75mg/L) 각 6곳, 석유계총탄화수소(기준치 1.50mg/L) 8곳이었다.
일급 발암물질인 벤젠은 백혈병·골수종을 일으키고, 톨루엔은 복통·위장기능장애·어지럼증을, 크실렌은 피부염과 폐렴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이다. 이들 물질에 오염된 흙이 피부에 닿기만 해도 체내에 흡수돼 뇌와 신경에 해를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10년간 미군기지가 있는 녹사평역 주변 지하수 정화작업을 벌였지만, 미군의 접근 불허로 근본 오염원을 제거하지는 못하고 있다. 현행 소파(SOFA)규정상 미군의 협조 없이는 기지 내 기초적인 오염 실태조사조차 할 수 없는 탓이다.
서울시는 지난 2월 기지 내 오염원 확인 조사를 추진할 수 있도록 SOFA 규정에 의거해 미군과 협의를 요구하는 공문을 환경부에 제출한 상태다.
장 의원은 "그동안 정부는 독성 발암물질이 함유된 기름이 미군기지에서 한강으로 흘러갔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는 한국 정부가 국민의 건강보다는 미군의 심기에 더 민감한 태도를 보여왔음을 말해준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또 "정부는 오염원이 있는 기지 내부 시설에 대한 한국 당국의 접근을 보장하도록 소파협정을 개정하고, 발암물질 지하수가 한강 등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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