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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 가슴 잘라냈는데 '괴물' 취급, 정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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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암으로 가슴 잘라냈는데 '괴물' 취급, 정부는…"

"미용성형 아닌 재건수술, 건강보험 적용해야"

2년 전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은 제정자(51) 씨는 유방절제수술을 했다. 항암치료가 끝났지만 그는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약속이 있어서 밖에 나가려는 데 가슴 한 쪽이 없는 거예요. 제 자신을 거울에 비춰보면 내가 꼭 외계인 같았어요." 그는 점점 집안에만 틀어박혔고 급기야는 우울증까지 왔다.

제 씨는 현재 60만 원에 달하는 유방암 전용 브래지어에 실리콘을 넣어 다닌다. 그러나 그는 "무더운 여름엔 땀띠가 날 정도로 괴로웠고 가끔은 실리콘을 잊어버리고 외출해 당황한 적도 수없이 많았다"며 "유방재건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부러워도 1500~2000만 원(부가세 10% 포함)에 달하는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가 녹아내려도 숨 쉴 수 있으면 건강보험 안 돼"

재건수술 비용이 비싼 까닭은 보건복지부가 이 수술을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성형수술은 크게 미용 목적의 수술과 손상된 신체를 복원하는 재건수술로 구분되지만, 일부 재건수술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신체 기능의 손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분류에는 유방재건수술뿐만 아니라 화상을 입은 환자들의 안면재건수술 등도 일부 포함된다. 화상으로 코가 녹아내린 경우로 예를 들면, 숨을 쉬기 힘들면 코 재건수술에 건강보험이 단 한 차례에 한해 적용되고, 숨을 쉴 수 있으면 같은 수술이 '미용 성형'으로 분류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건강보험을 적용받기 위해 병을 키우는 경우도 생겼다. 화상장애아동 지원기관인 비전호프의 안현주 대표는 "화상으로 피부가 당기면 미용수술이라고 해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환자들은 병세가 나빠질 때까지 참았다가 입이 안 다물어지고 숨이 안 쉬어져야 비로소 건강보험을 적용받고 안면재건수술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한 차례의 건강보험 지원만으로는 매회 1000~1500만 원씩 적게는 수차례에서 많게는 10여 차례 이상 필요한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다. 안 대표는 "하다못해 레이저로 점을 빼는 수술도 큰 점은 한 번에 안 된다"며 "얼굴 전체에 화상을 입은 사람에게 한 차례 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그냥 포기하고 살라는 처사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아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유방재건수술도 의학적으로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유방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은 흔히 신체 비대칭으로 인해 척추가 휘는 증상인 척추측만증이나 우울증을 겪는다"며 의학적으로도 재건수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런데도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쌍꺼풀수술, 주름살제거, 코성형, 지방흡입술, 유방확대·축소술과 더불어 유방재건수술을 부가가치세 10%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다. 유방재건수술을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과 같이 취급하는 정부의 시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영장 못가는 유방암 환자, '몬스터' 놀림받는 화상환자

재건수술을 받지 못한 환자들은 사회생활에서 차별적 시선과 심리적인 압박을 받는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등이 지난해 2월 내놓은 연구결과를 보면, 유방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은 공중목욕탕(70.3%)과 수영장(74.6%)에 가지 못하고, 신체 활동에 제한(50.6%)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유방암 재발(59.4%)보다 여성으로서 매력을 상실(66.8%)하거나 스스로가 장애인과 다름없음(62.0%)을 더 걱정했다.

이준희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회장도 비슷한 경험을 털어놨다. 대중목욕탕에서 한 아이가 이 씨를 보더니 울음을 터트렸다. 이 씨는 당황했지만 이후 아이 엄마의 대응에 더 상처를 받았다. "아이 엄마가 제 가슴을 보더니 아이에게 '가자, 가자'라고 말하고 황급히 자리를 뜨더군요. 그때의 눈빛을 15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이 씨는 그 이후로 대중목욕탕에 다시는 가지 않았다.

이혜경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부회장은 "항암치료를 받고 나면 어차피 재취업하기 어렵지만,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차별적인 시선 때문에 유방절제수술을 받은 사실을 비밀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리 숨기고 다녀도 내면의 상처는 여전히 남는다"고 말했다.

안현주 대표도 "안면화상을 입은 아이들은 학교에서 '몬스터, 괴물'이라고 놀림 받으며 왕따를 당한다"며 "성인의 경우 얼굴이 흉측하다는 이유로 아예 취업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화상을 입은 사람이 장애인센터에 봉사하러 갔는데,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저 사람은 여기 왜 왔나'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 화상을 입은 환자(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사회·심리적 제약받는 경우도 건강보험 적용해야"

세계보건기구(WHO)는 물리적 신체의 기능 손상뿐 아니라, 이로 인한 활동과 사회 참여의 제한을 초래하는 경우를 '장애'라고 보고 있다. 일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화상 환자나 유방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넓은 범위의 건강권을 침해받는 셈이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도 재건수술을 받는 환자의 손을 들어줬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유방 재건수술 비용을 실손보험이 전액 보상하라고 결정했다. 분쟁조정위 관계자는 "생명유지나 질병 치료와 직접적 관련이 없더라도 정상생활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하다면 성형수술과는 구분해야 한다"며 "유방암 환자의 정신적 고통 등을 배려해 약관상 성형의 의미를 재해석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가 유방재건술을 건강보험에 적용해달라고 낸 탄원서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유방재건술은 신체의 필수 기능개선 목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현재 비급여(비보험)"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급여 확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안 대표는 "심리적인 압박을 받고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는 사람들이 단지 숨을 쉴 수 있고 말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재건수술을 미용 성형수술로 분류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신체 기능이 손상되지 않더라도 사회·심리적인 제약을 받으면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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