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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상품화한 그들, 몸통은 현대차"

국회 용역폭력 청문회…"경찰과 퇴직 관료도 노조파괴 가담"

최근 자동차부품업체에서 잇따라 발생한 '노조 파괴 시나리오'의 몸통이 완성차업체인 현대자동차라는 정황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노무관리 컨설팅업체는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상품으로 팔았다. 경찰과 퇴직 노동부 산하기관 관료도 노조파괴 공작에 포섭되거나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4일 국회에서 '용역 폭력 청문회'를 열어 용역 폭력의 본질을 '노조 파괴'로 규정하며 그 배후에 대해 집궁 추궁했다. 환노위 의원들은 상신브레이크, SJM, 유성기업, KEC 등 금속노조 사업장에서 드러난 '노조 파괴'에 현대자동차와 경찰,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가담했다고 입을 모았다.

"자동차부품사 노조파괴, 몸통은 현대차"

환노위 의원들이 지목한 노조 파괴의 첫 번째 '몸통'은 완성차업체인 현대자동차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의원은 그 근거로 현대자동차 관리자가 부품사인 유성기업에 작성한 문건을 확보해 공개했다.

문건에서 현대차는 부품업체인 유성기업에 "주간연속 2교대제관련 협의의 시간을 지연"하라고 권고했다. "현대차 시행 후 3개월 내 시행 추진" 등의 구체적인 예까지 제시했다. 현대차로서는 부품사의 '주간연속 2교대제' 선도입이 부담스러웠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차는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 노조파괴 기획업체로 알려진 "창조컨설팅과의 계약(대응)"을 추천했고, 유성기업은 이 권고를 그대로 실행했다.

지난해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야간노동을 없애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요구하며 잔업거부 등 소극적 파업을 하던 상황이었다. 이후 유성기업은 현대차의 권고대로 '창조컨설팅과 계약을 체결'한 뒤, 공격적 직장폐쇄→용역경비 투입→사측 친화적 노조설립→금속노조 와해'의 길을 밟았다.

시나리오 시행 이후 유성기업이 현대차에 이행 사항을 보고한 문건도 공개됐다.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서 유성기업은 지난해 "9월 현재 제2노조 조합원비율이 40% 미만이나 10월 이후에는 추가 확보 가능할 것", "유성지회 핵심 조합원 106명에게 중징계를, 87명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 2012년 연말까지 제2노조가 조합원수의 80% 장악하리라고 예상", "11월 14일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이 예정됐으나 최소한의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현대차에 보고했다.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산업현장 폭력용역 관련 청문회가 24일 오전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장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증인으로 출석한 민흥기 SJM 현 노무담당이사, 유현석 유성기업 기획실장, 이신희 실장. ⓒ연합뉴스

"퇴직관료 포섭한 창조컨설팅, 검·경찰 유착관계 지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은 노조 파괴의 두 번째 배후로 지목됐다. 은 의원은 "창조컨설팅의 시나리오대로 유성기업은 제2노조를 만드는 전략회의를 하고, 하다못해 제2노조에 플래카드와 선언문 문구까지 정해줬다"며 "이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창조컨설팅이 노동위원회에 유리한 심판을 받아내기 위해 퇴직 관료를 포섭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실제로 2009년 8월부터 근무하는 창조컨설팅의 김주목 전무는 중노위 조사관, 서울지노위 심판과장으로 근무한 퇴직 노동부 산하기관 관료 출신이다. 민주통합당 한정애 의원에 따르면, 김 전무가 창조컨설팅으로 옮긴 뒤 현재까지 중앙노동위원가 맡은 15건 중 11건은 모두 사측에게 유리한 기각결정이 내려졌다.

창조컨설팅은 경찰, 검찰 등과 유착관계를 가질 것을 계약기업에 권고하기도 했다. 한명숙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서 창조컨설팅은 유성기업에 "평상 시 노동부, 검찰, 경찰, 법원, 언론 등 관계기관과의 유대관계를 공고히 하며 비상시에 이들 관계기관에 적극적으로 법 집행을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한 의원이 공개한 CJ시큐리티(유성기업에 투입된 용역경비업체) 김 모 팀장의 수첩을 보면 노동위원회, 노동감독관, 강남경찰서, 창조컨설팅 등이 '관리 리스트'에 올랐다.

그 결과는 합법파업에 대한 경찰의 노조 압박이었다. 한명숙 의원이 아산경찰서 정보과에서 입수한 문건을 보면, 경찰은 "유성기업 파업은 적법"하다고 자체 판단했지만 "(파업) 상황이 악화하고 여론지지를 확보한 뒤 경찰력 투입, 노조 지도부 체포영장 조속 발부를 통한 (노조의) 지속 압박, 사측에 손해배상 청구 유도를 통한 지속적 노조 압박" 등의 대응책을 내부문건으로 공유했다.

불법 폭력을 저지른 사측 관계자는 구속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무소속 심상정 의원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노동자나 철거민 4197명이 입건됐고 91%가 기소됐지만, 폭력을 휘두른 용역직원은 288명만 입건되고 구속자가 한 명도 없었다"며 "그나마 SJM 용역폭력 사건으로 용역관계자 4명 구속됐지만, 이는 SJM 사태가 사회문제가 되니까 마지못해 구속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은수미 의원은 "노조를 파괴하고, 용역 '폭력'을 거래하고, 말도 안 되는 컨설팅업체를 양산하는 문제에 대해 범정부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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