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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제가 대통령이었다면 FTA 안 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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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제가 대통령이었다면 FTA 안 했을 것"

농민들에게 사과…"FTA, 민노당과 함께 반대"

"'참여정부에서 좀 더 잘 했더라면', '이게 다 갚아야 할 빚인데'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도 원망의 대상으로 남아있는 것에 대해 미안하다. 죄송하다. 대통령이 안 계시니 우리가 대신 빚을 갚아야 하지 않겠느냐."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5일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방문해 전농 관계자들에게 사과했다. 유 대표에게 전농을 찾아간다는 것은 '박대'를 감수한 일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계층이 농민이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대표가 농민들을 찾아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인 것은 진보대통합에 합류하고자 하는 유 대표의 '의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국민참여당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시민사회세력이 논의하고 있는 진보대통합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밝혀왔고, 진보세력은 참여당에 전제조건으로 한미 FTA 등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을 요구했다. 최근까지도 이런 진보진영의 요구에 "양심의 자유에 대한 문제"라면서 사실상 거부해왔던 유 대표가 이날 전농을 찾은 것은 그런 점에서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유 대표는 이날 "FTA 비준문제는 이제 민주노동당과 함께 반대한다는 입장을 세워놓고 있다"면서 "다만 현재 저희가 의석이 없고 그래서 함께 하겠다는 입장만 밝혀놓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 FTA 비준엔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 FTA를 추진한 것에 대해 유 대표는 "저도 국무위원으로서 협상에 참여했고 농업분야는 잘 모르지만, 보건분야에 참여했고, 대통령께서 하신 일이라 저희가 참 그런 면이 좀 있다"며 "제가 대통령이었다면 한미 FTA를 그렇게 하자고는 못했을 것 같다고 에둘러서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 FTA 추진에 대해 국무위원으로 참여했지만 자신은 반대했고 노 전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해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이다.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처하던 유 대표의 노 전 대통령과 '차별화'인 셈이다.

유 대표는 "좀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진보정치세력들과 맞춰서 입장을 정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현실적으로 한다"고 거듭 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과 보조를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분야, 농업분야, 또 하느라고 했지만 불충분했던 복지분야, 정치혁신 같이 지난 정부 때 부족하고 미흡했던 대목에 대해 저희가 당으로서 그것들을 좀 명료히 하고 앞으로 우리 당이 해야 할 일을 그 바탕 위에서 한 번 세워보자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 당이 아직 신생당이고, 특히 농업분야나 노동분야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미숙하고 부족한 상황이라서 우리가 우리의 소신을 세우거나 주장하기보다는 당사자들의 말을 잘 듣고 최대한 그런 소망에 의거해서 택할 수 있는 정책을 택해보자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광석 전농 의장은 "민감한 시기에 (유 대표가) 전농을 방문한다고 해서 조합원들이 우려한다. 그런데 만나지 않을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속상한 건 어디에라도 얘기해야 풀리지 않겠나"라며 유 대표를 맞았다.

이 의장은 "신자유주의 하에서는 소비자와 농민이 같이 생활할 수가 없다. 현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고 나서는데 사실은 우리 농민들을 죽이는 것이다. 참여정부 때 추곡수매제가 없어진 이후 농업 파탄이 더욱 가속화됐다"고 주장했다.

위두환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유 대표를 마주한 자리에서 "민중에 대한 최대 폭군은 이명박 대통령이고, 농민에 대한 최대 폭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생각 한다"며 전, 현직 대통령들을 '폭군'으로 묘사했다.

유 대표의 방문에 앞서 전농 강석헌 대외협력국장은 "전농은 한미 FTA 폐기, 원천무효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과거 참여정부의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반성하고 한미 FTA 폐기와 함께 농민들에게 전면 사과를 한다면 참여당이 진보대통합에 함께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참여당은 '5. 31 진보연석회의 합의문 동의안'과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을 위한 수임기관 구성 문제', '참여정부 부채 승계 구체화' 등의 의제를 갖고 10일 중앙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유 대표는 "참여당 내 독자파나 진보대통합파 모두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토론 중"이라며 곧 있을 중앙위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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